크루즈승무원의 격리생활 <31~32일 차>
31일 차 - 4월 15일
호주에서 필리핀으로 항해하면서
우리 배는 또다시 적도를 횡단하게 되었다.
적도를 횡단할 때에
대부분의 크루즈에서 하는 세리머니가 있는데,
Line-crossing Ceremony라고 한다.
직역하자면 적도 축제.
이는 옛날에 뱃사람들이 적도를 횡단할 때에 했던
안전을 기원하는 의식에서 비롯된
선상 축제이다.
평소에는 승객을 즐겁게 하는 꽤나 큰 이벤트로서
적도 횡단 증명서까지도 만든다.
못 받았다고 이름 스펠링 틀렸다고
컴플레인하러 찾아오는 승객도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크루만을 위한 이벤트로
조촐하게 이뤄졌다.
그래도 있을 건 다 있다.
가장 왼쪽에서부터
사회자 역할 ;Entertainment Director
인사만 하는 등장인물 1 ;Captain
등장인물 2 ;Deputy Captain
등장인물 3 ;Hotel General Manager
대사 많은 주요 인물 1 ;Neptune의 아내
주요 인물 2 ;Neptune
세리머니에 절대 빠져서는 안 되는 인물이다.
평소에는 더 많은 인물이 변장을 하고 등장한다.
세리머니 중 메인 이벤트는
Shellbacks가 Pollywogs를 벌하는 것이다.
Shellbacks는 늙은 선원으로서
적도를 횡단한 경험이 많은 선원을 뜻한다.
Pollywogs는 올챙이 선원으로서
적도를 횡단해 본 적이 없는 선원을 뜻한다.
벌하는 이벤트는
평소에는 물감을 입힌 파스타나 과일 껍질 등을 이용해서 Pollywogs에게 부어버리는 것인데,
이번에는 격리 생활 중으로서
철저하게 식량을 절약해야 하는 관계로
조촐하게 얼음물로 대신했다.
Shellbacks가 Pollywogs를 다 벌하면
Pollywogs는 물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평소에는 수영장 물이 아주 더러운 색깔로 변하는데
이번에는 그럴 일이 없었다.
세리머니가 끝나고는
모두가 좋다고 다 뛰어들었다.
평소에는 많은 시간을 준비한 후
한 시간도 넘게 하는 이벤트인데
이번에는 30분도 안 했다.
오히려 이 정도가 좋은 것 같다.
평소에는 어찌나 긴지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있어본 적은 없다.
32일 차 - 4월 16일
19일 오전 마닐라 도착 예정이란다.
우리 배 전에 3배가 먼저 도착해야 한단다.
도착 후 어떻게 하선이 진행될지
모든 자세한 사항은 확정된 것이 없다고 했다.
도착 지연이 없을지
필리핀 정부가 갑자기 안된다고 하지는 않을지
여러 변수가 있겠지만
무사히 도착하길
순조롭게 하선이 이뤄지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