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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민크루 May 05. 2020

적도를 횡단하다

크루즈승무원의 격리생활 <31~32일 차>


31일 차 - 4월 15일



호주에서 필리핀으로 항해하면서

우리 배는 또다시 적도를 횡단하게 되었다.


적도를 횡단할 때에

대부분의 크루즈에서 하는 세리머니가 있는데,


Line-crossing Ceremony라고 한다.


직역하자면 적도 축제.


이는 옛날에 뱃사람들이 적도를 횡단할 때에 했던

안전을 기원하는 의식에서 비롯된

선상 축제이다.



평소에는 승객을 즐겁게 하는 꽤나 큰 이벤트로서

적도 횡단 증명서까지도 만든다.


못 받았다고 이름 스펠링 틀렸다고

컴플레인하러 찾아오는 승객도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크루만을 위한 이벤트로

조촐하게 이뤄졌다.



그래도 있을 건 다 있다.


가장 왼쪽에서부터

사회자 역할 ;Entertainment Director

인사만 하는 등장인물 1 ;Captain

등장인물 2 ;Deputy Captain

등장인물 3 ;Hotel General Manager

대사 많은 주요 인물 1 ;Neptune의 아내

주요 인물 2 ;Neptune


세리머니에 절대 빠져서는 안 되는 인물이다.


평소에는 더 많은 인물이 변장을 하고 등장한다.



세리머니 중 메인 이벤트는

Shellbacks가 Pollywogs를 벌하는 것이다.


Shellbacks는 늙은 선원으로서

적도를 횡단한 경험이 많은 선원을 뜻한다.


Pollywogs는 올챙이 선원으로서

적도를 횡단해 본 적이 없는 선원을 뜻한다.



벌하는 이벤트는

평소에는 물감을 입힌 파스타나 과일 껍질 등을 이용해서 Pollywogs에게 부어버리는 것인데,


이번에는 격리 생활 중으로서

철저하게 식량을 절약해야 하는 관계로

조촐하게 얼음물로 대신했다.



Shellbacks가 Pollywogs를 다 벌하면

Pollywogs는 물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평소에는 수영장 물이 아주 더러운 색깔로 변하는데

이번에는 그럴 일이 없었다.


세리머니가 끝나고는

모두가 좋다고 다 뛰어들었다.



평소에는 많은 시간을 준비한 후

한 시간도 넘게 하는 이벤트인데

이번에는 30분도 안 했다.


오히려 이 정도가 좋은 것 같다.


평소에는 어찌나 긴지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있어본 적은 없다.






32일 차 - 4월 16일



19일 오전 마닐라 도착 예정이란다.


우리 배 전에 3배가 먼저 도착해야 한단다.


도착 후 어떻게 하선이 진행될지

모든 자세한 사항은 확정된 것이 없다고 했다.


도착 지연이 없을지

필리핀 정부가 갑자기 안된다고 하지는 않을지


여러 변수가 있겠지만


무사히 도착하길

순조롭게 하선이 이뤄지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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