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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민크루 May 21. 2020

새로운 컨트랙 시작??

크루즈 승무원의 격리생활 <47일 차>


47일 차 (생활 속 거리두기 12일 차) - 5월 1일


2019년 10월 4일

영국 사우스햄턴에서 승선해서

새로운 컨트랙을 시작했었다.


그리고 2020년 4월 12일

승선한 상태에서

컨트랙을 마치게 되었다.


코로나 팬데믹 중 베케이션을 맞이했기 때문에

귀국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18일 동안

한국에서 집콕이 아닌

퀸 엘리자베스호 선상에서 크루즈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필리피노 크루 선내 격리로 인해

산더미처럼 불어난 일거리를 돕고자

자원봉사를 자처하고 나서서는

하루에 평균 5시간 정도 일을 했다.


그러니 18일 베케이션이 아닌

18일 무급 근무를 한 셈이다.


무급 근무 18일째 되는 날

대빵 매니저가 나를 불렀다.


베케이션이 끝났으니

당장 내일부터 유니폼 입고 출근하라는 것이다.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Essential Manning으로서 나를 뽑았다는 것이다.


에센셜 매닝은

모든 크루가 하선할 때까지는 물론

그 이후로도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나

그 언제까지가 결정될 때까지

집에 가지 않고 배에 남아있어야 하는

배 운영을 위한 최소 인원을 뜻한다.


이 혼잡한 사태 중

선사에 한 명밖에 없는 한국인을

우선적으로 귀국 조치해줄 가능성은 만무하다.


이후로 얼마나 더 있어야 할지 모르는 채

집에 가지도 못하고 배에 갇혀 있는 상황이다.


집에 갈 수 있다면야 기꺼이 기쁘게 가겠지만

가면 가는 대로

다시 언제 배로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른다.


하루라도 빨리 집에 가고 싶어 하는 크루는

에센셜 매닝이 되었다고 속상해한다.


리셉셔니스트 10명 중 단 2명만 에센셜 매닝이다.컨트랙이 끝나지 않은 동료들도 있었는데

대빵 매니저는 굳이 컨트랙이 끝난 나를

번거롭게 다시 불러낸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샐러리를 받으면서

하루라도 더 많이 일하는 것이

감사한 상황이라 생각한다.



그리하여 나는 2020년 5월 1일

18일 동안의 선상 베케이션을 마치고

세 번째 컨트랙을 맞이하게 되었다.


지난 4월 13일 컨트랙을 마칠 때에는

다음 컨트랙이 언제가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뭔가 직장을 잃은 것 같은

굉장히 불안하고 속상한 마음이었지만

에센셜 매닝이 된 지금은

조금이나마 안정되고 홀가분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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