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승무원의 격리생활 <45일 차>
45일 차 (생활 속 거리두기 10일 차) - 4월 29일
이날도 또 수거를 했다.
간혹 고맙다는 메세지나 종이접기를 해서
그릇과 같이 내다 놓는 크루들이 있다.
매일 3끼 식사의 그릇을 수거하다 보면
그런 메세지보다는
쌀 한 톨 남기지 않고
수박 한 조각 남기지 않고
케이크 한 입 남기지 않고
깨끗이 싹싹 모든 그릇을 비우고
한 그릇에 깔끔하게 넣어주는 크루가
제일 고맙기 마련이다.
You are very welcome!!
점심 전에 발코니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쉬고 있었다.
전화가 울리는 거 같아서 방 안으로 들어와 보니
매니저가 전화를 한 것이다.
Philippine Coast Gaurd가
갑자기 COVID-19 Test를 한다고 하니
그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며
도와줄 수 있으면 와달라는 것이다.
35일 동안 아무 일 없이 코로나 없이
안전하게 항해해온 우리들에게
14일 선내 격리를 요구한 것까지는
백 번 천 번 만 번 물러나 생각해서 이해해본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지불하지 못하겠으니
선사로서는 나름 조건을 조절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10일이 지나 갑자기
예정에 없던 COVID-19 Test라니..
격리 크루들을 하선시킬 수만 있다면야!!
필리핀 입장에서
국민을 위해
안전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라 생각하자.
오피스로 내려가 준비하고 대기하고 있는데
역시나 그들은 또다시 우리를 기다리게 만들었다.
지난번에는
오전 6시부터 대기해서
오후 4시에 겨우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적어도 이른 아침은 아니니까 하며
다들 인내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오후 4시가 지나서야 왔다.
9명이 온다더니 4명만 왔다.
혈액 테스트란다.
532명 격리 크루의 혈액 테스트다.
부디 순조롭게 한시라도 빨리 끝나길 바랬으나
테스트가 끝나고 저녁 배달까지 끝나니
저녁 9시 15분이었다.
다들 지친 기색으로 늦은 저녁 식사를 하며
부디 그들의 장단에 놀아나는 이 사태가
하루빨리 마무리되길 바라며
화를 피로를 배고픔을 달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