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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민크루 Jun 08. 2020

전세기 타고 귀국하기

크루즈 승무원의 격리생활 <75~76일 차>


75일 차 (생활 속 거리두기 40일 차) - 5월 29일


이날은 하선 절차가 각기 다른

세 그룹이 하선하는 날이어서

꾀나 바쁠 것이라 예상했던 날이다.



첫 번째 그룹은 필리피노 격리 크루이다.


잃어버린 검사 결과를 더 찾았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물론 일부만 왔다.

532명에서 121명이 남았고, 그중 58명의 결과다.


그들은 무사히 하선했고 이제 63명이 남았다.




두 번째 그룹은

Charter Flight (전세 비행기)으로 귀국하는

짐바브웨이안과 사우스 아프리칸이다.


국가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국가는 Commercial Flight (상용 비행기)의

착륙은 허가하지 않지만

전세 비행기만 허가하는 경우가 있다.


마닐라 베이의 크루즈선 이웃끼리

전세기를 준비할 수 있게 되었고,

총 300명 정도가 탑승하게 된다고 했다.


그중 우리 크루는

짐바브웨이안 19명, 사우스 아프리칸 12명,

총 31명이다.




세 번째 그룹은 대니쉬 캡틴 남편 클라우스이다.


클라우스는 물론 배에 직책이 있다거나

일을 하러 온 것이 아니고 놀러 온 것이다.


그래도 하루도 빠짐없이 배달 및 수거, 하선 업무를

항상 도와주는 착한 캡틴 남편 아저씨다.


큐나드는 꾀나 좋은 Family Travel 특혜가 있다.


하지만 두 번째 컨트랙 이상인 크루를 위한 것이며

직책마다 조건은 달라진다.


캡틴 남편 클라우스를 만나는 것은

이번이 벌써 세 번째로

연중 두 번 정도는 캡틴이랑 같이 승선하는 셈이다.


캡틴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스트레스가 많을 텐데

남편이 같이 있어줄 수 있어서

사실 모든 크루가 안도했었다.


그랬는데 캡틴 남편이 내린다니

이제 다들 더 긴장해야 할 것이다.




필리피노 격리 크루들 하선이 끝나고

아프리칸 그룹을 준비하고 있는데

캡틴한테서 갑자기 연락이 왔다.


전세기가 오지 않아서 하선을 못한다는 것이다.


사우스 아프리카에서 빈 비행기가

크루들을 태우기 위해 날아와야 하는데

그게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들 짐 싸서 집에 갈 준비 다하고

텐더 보트에 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사실 다른 배에서

아프리칸 전세기가 3번이나 오지 않아

계속 기다려야 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이 되어버리니

그저 웃어넘길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내일은 전세기가 오기를 기다리는 일뿐이다.


실망한 마음을 달래며.. 사우스 아프리칸 리셉션 매니저이자 나의 친구인 안쏘니와 어시스턴트 샵 매니저 타이론, 브리티시 샵 매니저 마크, 필리피노 하우스키핑 스튜어드 프린스와 함께






76일 차 (생활 속 거리두기 41일 차) - 5월 30일


다행히도 두 번이나 실망시키는 일 없이

짐바브웨이안과 사우스 아프리칸을 태울 전세기가

도착했다는 소식이었다.


아침 9시경, 아직 아무런 업데이트가 없어

다들 아침 식사를 하거나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이었다.


캡틴이 방송으로 지금 당장 짐 들고 내려오라는

갑작스러운 소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31명의 크루는 다들 웃으며 밝은 얼굴로 나타났다.


예정되어있던 세르비안 1명과 함께,

총 32명이 하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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