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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민크루 Jun 07. 2020

우리는 매일 이별한다

크루즈 승무원의 격리생활 <70~74일 차>


70일 차 (생활 속 거리두기 35일 차) - 5월 24일



브리티시 3명, 그릭 1명,

아이리시 1명, 루마니안 6명,


그리고


드디어 겨우 힘들게 검사 결과를 찾은

필리피노 격리 크루 105명,


총 116명의 하선이다.



텐더 보트 준비 완료하고 짐도 다 꺼내 놓고

기다리는 중이다.


격리 크루들아,

방한칸에서 기다리느라 고생했다!!


이제 빨리 집에 가자!!



핸드캐리 짐들 스크리닝 하면

미리 꺼내 놓은 짐들 찾아 보트로 가면 된다.


많은 짐 때문에 한 번에 이동이 힘들다.


짐 주인보다 도와주는 우리들이

매번 왔다 갔다 하느라 땀 뻘뻘이다.


그래도 괜찮다, 너네들이 내릴 수만 있다면.


내려줘서 살라맛 (고마워)

잘 가라!!



커다랗고 멋진 29척의 크루즈선들 내버려두고

조그마한 텐더 보트들이 왔다 갔다 하느라


큰 놈도 작은 놈도 고생이 많다.






71일 차 (생활 속 거리두기 36일 차) - 5월 25일


이날은 브라질리언 1명만 하선했다.


백여 명의 하선 작업도 거뜬히 수월하게 진행되니

1명 정도는 내렸나 싶을 정도이다.



Crew Emergency Drill, 안전훈련이다.


승객이 없어도 크루만 있어도

한 명이라도 승선해있는 이상

안전훈련은 계속된다.






72일 차 (생활 속 거리두기 37일 차) - 5월 26일



오픈덱에서 배들 구경하다가

뭔가 쓰여있는 거 같아 카메라로 확대해보니


Royal Caribbean 선사의

Quantum of the Seas 꼭대기층에

내가 좋아하는 문구가 크게 쓰여있었다.


CARPE DIEM



코로나가 세상을 엎치락뒤치락하더라도


크루즈와 항공 업계가 입은 타격이 막대하더라도


언제 다시 마음 편하게 바이러스 걱정 없이

크루즈를 즐길 수 있을지 모르더라도


언제 육지를 밟고 집에 갈 수 있을지 모르더라도


언제 다시 크루즈가 정상 운영하게 되어서

승객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르더라도


현재를 즐기자



매 순간을 다짐하며 마음을 다잡고

부디 힘내서 이 상황을 잘 견디고 이겨내자는


이웃 크루즈선이 다른 28척의 이웃들에게 전하는

응원 메세지인 듯했다.






73일 차 (생활 속 거리두기 38일 차) - 5월 27일


필리피노 격리 크루의 잃어버린 검사 결과를

더 찾았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나머지 인원이 다 하선하는 것인가 했는데

또다시 일부인 44명의 결과만 보내왔다.


격리 크루 532명 중,

30일이 지나서야 262명,

35일이 지나서야 105명,

38일이 지나서야 44명,


아직도 121명이 남았다.



모두가 하선하지는 못했어도

이만큼이나 케이지가 텅텅 비였다.


남은 케이지까지 하루빨리 비울 수 있기를

우리 모두가 간절히 바랄 뿐이었다.






74일 차 (생활 속 거리두기 39일 차) - 5월 28일


아르헨티니안 2명, 브라질리안 1명, 불가리안 1명,


총 4명이 하선했다.


선사 측에서는 비행기 티켓만 예약하는 것이 아니고

비자 및 귀국 후 격리 조건 등을 검토한 후

가장 안전한 루트로 크루들을 귀환 조치하고 있다.


안전의 의미에는

육체적인 안전도 물론이거니와

비행기가 취소될 염려가 없고

해당 국가의 공항이 문을 닫을 염려가 없는

그런 안전 또한 포함된다.


이외에도 수없는 예측할 수 있는 상황과

예측할 수 없는 상황까지 대처하고 있다.


매일같이 있는 크루들의 하선이

이제는 너무나 익숙함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아직도 낯설고 착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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