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승무원의 격리생활 <93~95일 차>
93일 차 - 6월 16일
나의 생일 파티 이후 귀국이 취소되고 격리되었던
브라질리안 2명이 드디어 하선했다.
그 외 루마니안 카지노 매니저 임레가 하선,
총 3명이다.
다른 배들은 어떨까..
다들 잘 버티고 있는 걸까..
남 걱정까지 하기에는
크루즈선의 위치만 보여주는 사이트와
컨테이너선의 위치도 모두 보여주는 사이트가 있다.
오랜만에 들어가 보니..
파란색 동그라미는 크루즈선이고
나머지는 거의 컨테이너선이다.
너무 많아서 세기도 힘들다.
몰랐는데 가까이에 한국 컨테이너선이 있었다.
한국도 아니고 한국인도 아니고
한국에서 만든 건지 출항한 건지 아무것도 모르지만
태극기가 보이는 것만으로도 반가웠다.
94일 차 - 6월 17일
파티와 춤을 너무 좋아해서 지나치게 즐긴 덕에
이번 컨트랙 중 세 번이나 발목과 다리를 다친
브리티시 크루 서비스 매니저 레이첼이 하선했다.
절뚝거리는 다리로 부디 무사히 귀국하기를..!
그 외 40년도 넘게 큐나드에서 웨이터를 해온
66세의 온두라시안 콧수염 아저씨가 하선했다.
95일 차 - 6월 18일
오랜만에 마닐라 베이 밖 구경하는 날이었다.
오물 처리를 하기 위해서이긴 하지만..
매일 회색빛 바다를 보다가 푸른빛 바다를 보니
심신이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며칠 전 레스토랑과 바를
큰 공간에서 작은 공간으로 옮기었다.
세프와 레스토랑 부서에서 일하는 크루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에
그들의 업무 동선을 최소화해야 했다.
평소에는 출입 금지인 갤리에서 직접 음식을 담아
레스토랑 뒷문으로 들어가서 식사하는 시스템이다.
짧은 에스칼레이터까지 두 번을 타야 하니
처음에는 뭔가 미로에 온 듯했었다.
다음날 나의 절친 마리나가 하선하는 날인데
나의 아쉬운 심경이라도 대변해주는 듯한
엄청나게 커다란 번개였다.
업무 보느라 제대로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 본 번개 중에 가장 큰 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