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 사람은 단면적인 삶에서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찾을 수 없는 타입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20살에 일본 동경으로 떠났고, 캐나다와 미국을 거쳐 10년 동안 해외 생활을 했다. 그 기간 동안 내가 무엇을 하든지 모든 것에 의미를 담아 입체적인 삶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던 중 2014년 아버지의 병세 악화로 계획에 없던 귀국을 하게 되었고, 지극히 단면적인 삶에 머물러야 했다. 시간이 지나 한국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이유가 사라지게 되었고, 내가 있는 자리에서 진정으로 행복할 수 없다면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
내가 행복해져야 한다. 그래야 나 자신뿐만이 아니라 내 가족도 행복해질 수 있고, 또 다른 더 많은 행복이 찾아올 수 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다시 한번 온 마음으로 자아성찰과 직업연구를 했다. 내가 거쳐온 작고 큰 모든 것을 들춰냈다. 좋아하던 그림 그리기, 클라리넷과 오케스트라, 심리학, 레스토랑,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심야 편의점 및 이삿짐센터, 칵테일 바, 초등학교 보조교사, 의료기기 회사 마케팅 및 영업, 웨딩 플래너, 일본 정통 고급 호텔, 피트니스 센터 관리 및 인스트럭터, 전시회 및 박람회 플래너, 학회 관련 통번역. 10년 동안 내가 거쳐온 일들이다.
당시 나의 모습과 환경은 어떠했는지, 그중 어떤 것이 아직까지도 좋고 싫은지, 무엇을 배웠고 더 배우고 싶은지, 무엇을 정말 더 잘했고 재미있었는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끝도 없는 생각들로 마음과 머리가 폭발할 지경이었다.
그러던 중 불현듯 과거의 어떤 순간이 번뜩이며 떠올랐다. 사촌오빠를 만나러 강남에 있는 영어학원에 갔다가 우연히 접했던 크루즈 승무원 설명회. 당시 호기심이 생겨서 설명회에 참석하기는 했으나 이후 어떤 행동으로도 옮기지 않았던 바로 그 것이었다.
The most important thing in life is to choose a profession: chance arranges for that.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직업의 선택이다: 하지만 그것은 우연이 좌우한다.)
- Blaise Pascal -
뭔가를 찾은 듯한 느낌이 어렴풋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일단은 크루즈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았다. 알면 알수록 크루즈 그 자체만으로도 다양성이 넘치고 매력적인 업계라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블루오션 업계이니, 미래를 고려했을 때에 비전도 있고 더 좋은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시작은 현장에서 진짜를 느끼고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크루즈 승무원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크루즈에 대해 어렴풋했던 느낌은 점점 선명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