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스타 크루즈에서의 나의 포지션은 게스트 서비스 코디네이터였다. 주요 업무는 스위트 객실을 이용하는 승객과 선사 측 VIP 승객을 전담하여 승선에서 하선까지의 모든 것을 어시스트하는 것이다. 승선 과정은 (1) 수하물 체크인 (2) 승선 카드 및 관련 서류 확인 (3) 출입국 심사로 이루어지는데, 이런 과정에서는 어쩔 수 없이 기나긴 줄이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내가 어시스트하는 승객 및 그룹은 부득이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No waiting, No lining” 즉 기다리지 않고 승선하게 된다.
이런 보다 편하고 빠른 서비스를 위해서 우리는 어드미럴 클래스 카운터를 별도로 준비한다. 이 카운터에서 승객에게 승선 중에 내가 제공하게 될 서비스에 대해서 설명을 하는 체크인 브리핑을 한다. 일반적으로는 평균 15분 정도 소요되는데, 단골 승객이라 두 말할 필요도 없는 승객은 서로 바로 이름을 부르며 2~3분 만에 승선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가 하면, 거동이 불편했던 일본 두 노부부를 위해 객실에서 직접 브리핑했을 때에는 세세한 질문이 너무 많아 무려 1시간을 한 적도 있다. 브리핑을 마치고 저린 두 다리로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웃으면서 일어나 걸어 나오느라 애를 먹기도 했다.
그 외 다른 업무는 방송국 및 신문사, 잡지사, 여행사 등에서 취재 및 답사 차 승선할 때에 그룹 전체를 어시스트하는 것이다. 또한 승객에게 매일 발부되는 선상 스케줄을 한국어 및 일본어로 번역하는 업무도 했다.
이러한 업무를 하루 평균 10시간을 하는 것은 물론, 14시간도 일해야 하는 바쁜 날이 지속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런 식으로 쉬는 날 없이 10개월 동안 반복하면서, 터무니없는 급여 조건을 생각하면 내가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을 하러 온 건지 자원봉사자로 온 건지 싶은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게 지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승객들이 매일같이 불러주는 내 이름이었다. 승객들이 체크인 브리핑에서 들은 내 이름을, 바로 기억하거나 되불러 확인하고는 하선하는 순간까지 기억하고 불러주는 것이다. 그게 뭐 그렇게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를 알아주는 사람한테 마음이 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작년에 전 동료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먼 친척이 크루징 할 때에 내가 너무 잘해줘서 아직까지도 고마워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뿐만이 아니라 몇 년이 지나서도 내 이름을 기억해준다는 것에 굉장히 기쁘고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렇게 바다 위의 배에서 불리는 내 이름이 나를 버티게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