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일을 하며 커피를 끊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끊기는커녕 줄이는 것도 어려웠다. 평소 업무 효율이 100%라면 커피를 마시지 않을 때는 60% 정도의 효율만 발휘가 되는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커피를 줄여나가는 게 내 체질에는 맞는 방식일 줄로 믿었다. 물론 자기 직전에 커피를 들이켜도 잘만 자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으니깐. 조금씩 다양한 방법으로 커피를 줄이기 시작했다. 먼저는 오전에 중요한 일정이 있는 날을 제외하고는 커피를 마시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 커피를 마실 때도 최대한 정오 이전에만 마셨고 또 사람들과 함께 커피를 마셔야 하는 상황 속 내가 선택할 수 있을 때는 1/2 카페인이나 디카페인 옵션을 선택했다. 만약 선택할 수 없는 환경이라면 몇 모금만 마시고 나머지는 버렸다. 처음에는 버리는 게 아까웠지만 결국 내 컨디션을 위한 선택이라 생각하니 크게 아깝지 않았다. 대체식품으로 좀 더 카페인의 흡수 방식이 다르고 적은 녹차를 선택하기도 했다. 커피가 없던 일상에서, 커피가 일상이 된 상황, 그리고 다시 커피를 줄여나가는 일상으로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커피를 통한 각성효과의 부재는 큰 부분을 차지했다. 자주 졸렸고 예전만큼 의욕이 샘솟지 않았다. 그럼에도 잠에서 깨는 빈도가 적어져 갔고 주말의 두통은 사라졌다. 결국 장단이 있었다. 집중도를 확 끌어와서 짧은 기간 의지력을 사용하고 부작용을 경험하느냐, 아니면 계속 잔잔한 상태 속에서 생활하고 부작용을 겪지 않느냐의 선택이었다. 정량적인 수치로 측정했을 때 결국 무엇이 더 이득이 될지 정확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결국 나는 커피를 줄이는 것을 선택했다.
사실 아쉽다. 각성효과를 떠나 이제 막 커피의 세계를 좀 알아가고 있었는데, 그 풍미에 취하고 있었는데 더 깊이 들어갈 수 없다는 게 아쉽다. 그래도 굳이 아쉬움을 덜고 감사를 더하자면 커피를 통해 나 사용법의 한 페이지를 더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다. 내 일상에서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음이 감사하다. 최근은 커피를 거의 마시지 않는 일상이지만 정말 졸면 안 되거나 머리가 반짝반짝 돌아가야 하는 순간이 생기면 아침 일찍 커피를 마신다. 그럴 때면 한창 커피를 습관처럼 마실 때보다 되려 맛과 향을 풍부하게 음미하게 된다. 더불어 카페인의 각성효과까지 생기니 커피를 마시는 것이 내게는 차력 쇼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된다. 일상에서 살짝 버거워하던 일들을 가뿐히 해내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작은 커피 한잔에, 균형 잡힌 삶의 소중함도 그리고 순간적으로 힘을 내야 하는 특별함도 모두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