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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진 Oct 07. 2024

수영과 자유, 절제와 훈련

 일을 쉬면서 가장 많이 한 활동은 다양한 운동이고, 다양한 운동 중 가장 만족감을 주었던 운동은 단연 수영이었다. 수영의 즐거움만으로도 책을 쓸 수 있겠지만, 이번 글에서는 일과 쉼에 맞추어 수영의 유익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먼저 상쾌하다. 느낌이 시원하고 산뜻하다는 것인데, 별것 아닌 듯해도 운동의 과정까지 상쾌함을 주는 경우는 생각보다 별로 없다. 운동 중에도, 전후에도 내내 상쾌할 수 있는 운동은 수영뿐이다. 다음으로 큰 무리 없이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데 탁월하다. 대부분의 운동은 몸과 마음을 단련시키지만 부상의 위험이 따른다. 나이가 들거나 계절과 환경의 변화가 생기면 이러한 제약은 더 커진다. 하지만 수영은 스포츠 중에서도 가장 부상 위험이 적고 또 날씨와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는 실내 수영장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제약이 압도적으로 적다. 마지막으로,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중력으로부터 잠시나마 자유를 느낄 수 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중력 속에 갇혀 있지만, 수영을 통해 잠시나마 그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물속에 있으면 부력이 작용해 몸이 가벼워지고 마치 자유롭게 떠다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벽을 차고 미끄러지듯 잠영으로 5m 정도를 간 후 수면 위로 나와 나만의 리듬으로 팔을 젓고 다리를 차며 물을 헤치는 기분은 소박하지만 확실한 자유의 즐거움을 준다. 물론 이런 자유로운 느낌이 수영하는 모두에게 바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수영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물속이 자유가 아닌 두려움으로 가득 찬 공포가 된다. 누군가에게 더할 나위 없는 자유를 주는 행위가 누군가에게는 그 자체로 공포가 되니 참 모순적이다.


 극적인 비유지만, 지구 표면의 약 70%가 바다로 덮여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수영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만큼 지구의 많은 부분을 경험하지 못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고 "반드시 수영을 배워야 한다!"가 하고 싶은 말은 아니다.(물론 지인들에게 나는 열렬한 수영 전도사다.) 수영을 통해 깨달은 것은, 자유는 절제와 훈련의 결과라는 사실이다. 물속에서 자유를 느끼기 위해서 먼저는 공포를 이겨내고 물속에 나를 담가야 한다. 점차 어색하게 걸어보고 물장구를 쳐보며 감각에 익숙해져야 한다. 헤엄을 쳐보며 배부를 정도로 물을 먹기도 하고 25m 레인을 여러 번 쉬면서라도 끝까지 가봐야 한다. 그렇게 며칠 몇 달을 애쓰다 보면 어느덧 물속이 편안해진다. 멀어 보이던 25m 레인도 곧잘 한 번에 주파하게 된다. 발장구를 더 치고 싶은 충동, 숨을 내뱉고 싶은 답답함, 멈추고 싶은 갈증을 절제하며 발차기와 팔 돌리기, 호흡 방식을 훈련하다 보면 어느새 여러 바퀴를 쉬지 않고 헤엄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내게는 일을 통해 경험하는 세상이 꼭 수영과 닮아있다. 물속에서의 공포를 이겨낸 후에야 자유를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일을 할 때도 미지의 과제를 마주하고 꾸준한 노력이 쌓여야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때로는 노력이 쌓이는 인내의 구간이 너무 지겹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과정이 없이 진정한 자유를 느낄 수는 없다. 그렇기에 두려움에 맞서야 할 때마다 나는 수영에서 배운 리듬을 떠올린다. 물속에서 벽을 차고 잠영을 시작할 때의 탄력, 숨을 고르고 물을 가르는 나만의 패턴, 팔로 물을 가르고 발을 차는 순간순간의 집중력, 일정한 호흡과 리듬으로 물을 가르는 것처럼 삶의 도전에서도 꾸준함과 절제는 결국 나를 자유로 이끈다.일을 하며 경험하는 일상 속에서도 리듬을 찾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 과정이 쌓이면 결국 내가 원하던 그 자유, 여유로운 순간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니 삶에서 자유를 원할 때마다 지금의 순간을 즐기며 절제와 훈련을 위한 한 걸음을 내디뎌보자 마음먹게 된다. 때로는 물속에 나를 담그는것 조차 두려울 때가 있지만 눈 딱 감고 나를 던져본다. 물장구 치는게 버거우면 로프를 잡고 쉬어본다. 쉼은 포기가 아니라 다시 나아가기 위한 준비다. 일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나만의 리듬을 찾고 그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다. 그렇게 꾸준히 나아가다 보면, 결국 내가 원하던 자유를 점차 누릴 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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