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갈비찜
저에겐 명절은 여행 가는 날처럼 즐겁고 설레는 날입니다.
친할머니댁은 남해, 외할머니댁은 부산으로 지리적으로 멀기도 하고 시댁이기도 한 남해를 늘 먼저 방문했습니다.
그때는 남해에 다리가 생기기 전이라 배를 타고 들어갔어야 했어요. 배를 타다 보면 가끔 물고기 떼도 만나고, 새우깡을 들고 있으면 갈매기들이 날아오기도 했습니다.
당시 너무 어려서 모든 기억이 뚜렷하지는 않지만 어렴풋 사진처럼 장면장면이 기억납니다.
현재 모두가 사용하는 내비게이션도 그때는 없었기에 큰 지도를 펼치며 찾아갔어요. 정말 아날로그한 시절이었죠. 가끔 길이라도 잘못 들면 식은땀을 흘리며 엄청 헤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웃음)
이렇게 적고 보니 제 나이가 굉장히 많아 보이는데요? 그렇진 않습니다!! 기억력이 좋은 거라고 해두자고요…
그렇게 도착을 하면 아빠는 안방에서 삼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엄마는 주방에 들어가 숙모들과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사촌들은 모여 해가 떨어지기 전까지 온 시골을 다 헤집고 다녔는데 산에도 가고, 밭에도 가고, 저수지, 교회, 학교를 찾아다니며 꼬질꼬질해질 때까지 놀았습니다.
돌아오는 시간이 되면 누가 마법이라도 부린 것처럼 전, 나물 등 차례음식이 한가득 만들어져 있었어요.
푸짐하게 만들어둔 음식 위로 달력을 덮어두고 다음날이 되면 차례를 지내는데 여자들은 들어오지 못하게 했습니다.
언니와 저는 쫓겨나고 남동생만 불러 들어갔는데 뭔지 잘 모를 때였지만 묘하게 기분이 안 좋다는 건 확실했어요.
시골에서 이틀을 보내고 나면 부산에 계신 외할머니댁은 늘 저녁 9-10시 정도 아주 늦은 시간에 도착했습니다.
아주 잠시 앉아 있다가 집으로 돌아갔는데 피곤해 보이는 딸을 위해 외할머니께서 어서 돌려보내셨던 것 같아요.
매 명절마다 반복되는 저의 어린 시절을 겪으며 자연스레 느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장남이랑은 결혼 안 해야겠다.”
다행히 신랑은 차남이자, 기독교집안입니다.(웃음)
결혼 전에는 명절이 부모님의 시각으로 보이지 않았는데, 결혼을 하고 나니 부모님의 시각으로 보이면서 깨달아지는 바가 많아졌어요.
어렸을 때는 그저 시골에 가는 것이 여행 가는 것 같고 사촌들과 놀 생각에 즐겁고 설렜는데, 지금은 그 먼 길을 운전하고 배 타고 찾아가 음식하고 설거지하고 아이들 챙기고 제사까지 지내야 하는 며느리의 삶이 너무 힘들었겠단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 시각이 달라졌다는 것은 저의 삶도 많이 달라졌다는 뜻이겠죠.
제가 볼 수 있는 것이 잎사귀였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가지를 보고 나무를 보고 주변 풍경까지 볼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이번 명절은 떨어져 지냈던 삼 남매가 만나는 날입니다. 오랜만에 집이 북적북적 소란스러워지겠어요.
제가 만든 갈비찜도 맛 보여주며
요리 솜씨도 자랑해 봐야겠습니다.(웃음)
모두 안전하고 행복한 귀향길 되시길 바라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https://www.instagram.com/reel/DE6oKZ4yb25/?igsh=Z2d5MWl5MGI5eDZ2
• 재료
la갈비 2kg, 무 조금, 당근 1/2개, 깐 밤 1 봉지, 꽈리고추 10개 | 초벌: 월계수잎 5장 | 양념: 양파 1개, 키위 1개 (or 파인애플 1/8개), 진간장 10T, 맛술 5T, 매실액 3T, 설탕 7T, 다진마늘 4T, 다진대파 7T, 다진생강 1t
• 레시피
1. 찬물에 고기를 넣어 1시간 핏물을 빼줍니다.
2. 끓는 물에 고기와 월계수잎을 넣어 가볍게 삶아주세요.
3. 흐르는 물에 고기를 씻어줍니다.
4. 키위(파인애플), 양파를 갈고, 양념을 넣어 섞어주세요.
5. 냄비에 갈비와 양념, 고기가 잠길 정도의 물을 붓고 1시간 푹 끓여줍니다.
6. 당근, 무, 밤을 넣고 익혀주세요.
7. 꽈리고추를 넣어 5분간 끓여줍니다.
• tip
- 고기의 부드러움을 위해 과일을 넣었어요.
- 키위, 파인애플 등 자유롭게 준비해요.
- 초벌은 약 5분 정도
- 헹굴 때는 뼈 사이 불순물을 제거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