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국
1월 1일에 먹는 떡국은 한 해가 지나도 기억에 남습니다.
느지막이 일어나 부스스한 머리와 부은 얼굴, 수면바지 차림으로 식탁에 앉아 먹는 떡국은 평범한 하루지만 강하게 기억에 남아요.
특히 식탁에 앉아 핸드폰을 켜면 어색한 년도와 함께 1월 1일이라는 숫자가 크게 뜹니다. 기분이 참 묘해져요.
해돋이는 살면서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결혼하고 맞이한 첫 새해에 신랑과 해돋이를 보자고 결심을 세웠건만 새해부터 일이 들어와 가지 못하고, 그다음 해에 다시금 결심했건만 신랑이 아는 형을 만나겠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서운했어요.
저는 새해만큼은 가족들과 보내야 한다는 마음이 큰 사람이었거든요. 12월 31일은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도 되지만 1월 1일만큼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한 해를 시작해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강했어요.
아무래도 어렸을 때부터 가족들과 새해 떡국을 먹으며 보냈던 시간이 소중하게 남아서 그런가 봅니다.
초등학교 시절까지는 가족들이 다 같이 밥을 먹었어요. 그때 식탁이 4인용 식탁이었는데 저희 집은 5식구라 한 자리가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늘 서서 밥을 먹었어요. 키가 딱 맞기도 했고 또 서서 먹는 것이 편했거든요.
엄마와 아빠는 늘 서서 먹는 게 불편하지 않냐고 물어보셨지만 저는 늘 “안 불편한데?”라는 짧은 대답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때 당시는 ‘왜 자꾸 똑같은 질문을 하지?’라는 의문점까지 생길 정도로 아무렇지 않았어요.
그런데 커서 생각해 보니 부모님 눈에는 제가 불편을 감수하고 자리를 양보한 착한 딸로 보였을 것 같더라고요.(웃음)
아무튼 늘 다 같이 밥을 먹다가 IMF가 터지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게 되었고, 낡은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어요.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부모님이 늘 아침 일찍 나가셨다가 저녁 늦게 들어오시는 것이요. 그래서 다 같이 밥 먹을 시간이 없었어요. 가끔가다가 주말에? 주말도 늘 부모님은 나가셨기에 그마저도 적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런데 새해만큼은 늘 집에 계셨어요. 부스스한 모습의 5명이 식탁에 둘러앉아 떡국을 먹었어요. 저는 그 시간이 참 따뜻하고 마음 한편이 채워지는 행복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신랑이 새해부터 아는 형을 만난다니!!
집에 혼자 있어야 할 저를 생각해주지 않는 것 같아 정말 속상했어요. 신혼에도 이런 생각을 하는 남자를 보니 참 신기하기도 하고, 생각의 차이가 이런 사소한 일에서도 나타나는구나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올 새해에는 신랑이 질문을 하더라고요.
“새해엔 왜 떡국을 먹지?”
이야~~ 제가 최근에 이게 궁금해서 찾아봤었는데 신랑이 딱 물어봐주니 아주 반갑더라고요.
새해에 떡국을 먹는 이유
첫째, 장수를 기원해요. 긴 가래떡을 잘라 만든 것이 떡국떡이잖아요. 그래서 오래 살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고
둘째, 부자가 되라는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동글동글하게 잘라낸 모양이 동전의 모양과도 같기 때문이에요.
다들 떡국 한 그릇 하셨나요?
저는 시원한 멸치 다시마 육수에 끓이는 떡국을 좋아해 올해도 멸치 육수로 끓인 떡국으로 한 그릇 했어요.
들어가는 것도 많이 없는데 맛은 왜 이렇게 좋은지. 고소하고 깔끔한 맛에 한 그릇이 아쉬울 정도였습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라며!
안녕과 평안이 깃드는 한 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 재료
떡국떡 2인분, 대파 조금, 계란 2개, 멸치 다시마 육수 1L
간: 다진마늘 1T, 국간장 1T, 맛소금 1/2T, 후추
마무리: 김가루, 참기름
• 레시피
1. 육수가 끓으면 떡국떡을 넣어줍니다.
2. 송송 썬 대파를 넣고 간을 맞춰주세요.
3. 달걀 2개를 풀어 넣어줍니다.
4. 후추를 톡톡 뿌리고
5. 그릇에 담아 김가루, 참기름을 넣어 주세요.
• tip
- 계란을 넣은 뒤 익을 때까지 젓지 말아요.
- 김가루와 참기름을 넣으면 맛이 진해 지므로 소금 간은 강하지 않게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