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몽씨 Oct 04. 2024

감자 고구마 보관법, 감자탕 처음이에요..

분내 나는 감자 삶기

20살 때 처음으로 감자탕을 먹어봤어요.


엄청 큰 그릇(뼈통)과 앞접시, 겨자소스가 세팅되더니 냄비를 가득 채우는 엄청난 비주얼의 음식이 곧장 나와 보글보글 끓어댑니다.


이 음식을 도대체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몰라 배려하는 척 기다리며 사람들의 행동을 살펴봤습니다.

‘아~ 저렇게 먹는 거구나.’

앞접시에 큰 뼈 하나를 담아 젓가락으로 깨작깨작 살을 발라 한 입 먹었습니다.

‘헉! 엄청 맛있다.‘


그때는 감자탕을 처음 먹어본다고 말하는 게 부끄러웠어요. 나름 자연스럽게 행동한다고 했는데 티가 많이 났던 탓일까요? 사람들이 조금 의아해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사실 감자탕 처음 먹어봤다고 하니 모두 놀래며 부잣집 공주님이었냐고 하더라고요.

정작 현실은 정반대였는데 말이죠.


오히려 저희 집은 가난했습니다. 부모님은 일하시느라 아침 일찍 나가 저녁 늦게 들어오셔서 저희 집엔 항상 삼 남매만 덩그러니 있었어요.


엄마는 아침 일찍 나가야 했기에 요리를 항상 저녁 늦게 하셨는데 저는 그 늦은 시간에 옆에 가서 쫑알쫑알 말도 걸고 이게 먹고 싶다 저게 먹고 싶다 다음엔 이걸 만들어달라며 이야기했습니다.




저희 집은 외식을 거의 하지 않았어요. 시간도 없었고 돈도 많이 나오니까요. 늘 집에서 만들어 먹었어요.


엄마도 요리를 잘하셨지만 아빠는 직업 자체가 요리사였어요. 일식 요리사.

부모님 두 분 다 요리를 잘하셨기에 더더욱 만들어 먹었던 적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 생활이 오히려 저에게는 좋은 밑바탕이 되었어요.

결혼과 동시에 요리를 시작한 뒤 먹고 싶은 게 생기면, 사 먹지 않고 만들어 먹는 버릇을 들이니 요리실력 향상은 물론 건강한 식사까지 챙길 수 있게 되었거든요.




언니와 저는 자기 전 침대에 나란히 누워 감자탕 이야기를 했습니다. “감자탕 너무 맛있더라. 왜 우린 그동안 이 맛있는 걸 못 먹어봤을까?”라며 장난스레 이야기했지만 속으론 ‘우리 집이 가난해서 그랬나 봐.‘라는 씁쓸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습니다.


궁금증은 못 참는 나.

다음날 엄마에게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웬걸?

“엄마 감자탕 먹어봤어? 그거 엄청 맛있더라. 왜 우리한테 안 사줬어?”

“엄마는 감자탕 기름기 많고 딱 질색이더라.“

…?


그냥 엄마가 싫어해서 안 사줬던 것뿐이었어요. (웃음)


저는 그 솔직한 대답을 들으면서도 ’아니야 가난해서 그래.‘라며 씁쓸한 마음을 지우지 않았습니다.

마치 god의 어머님께 노래 가사처럼 말이에요.


근데 제가 결혼을 하고 나니 엄마의 말이 진심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고구마 VS 감자

바로 저와 신랑입니다.


“맨날 자기가 좋아하는 고구마만 사고! 감자도 먹자!”


제가 그러고 있었어요.

장을 볼 때면 언제나 제가 먹고 싶은 것만 구매해 만들었던 거죠.


신랑이 감자 사달라고 화내는 모습이 어찌나 웃기던지. (웃음)


감자 한 봉지를 사면 6~7개 정도가 들어있는데 하루 이틀이면 사라지는 겁니다.

그동안 제 입맛에만 맞춘 게 미안할 정도로요.




고구마도 감자도 워낙 잘 먹는 부부라

한 박스씩 많이 구매해 둡니다.


2인가족이라 먹는데 시간이 좀 걸려요.

그래서 보관법이 아주 중요해요.


[고구마 보관법]

신문지를 깔고 고구마를 겹치지 않게 펼친 후 1~2일간 수분을 날려줍니다.

이후 바구니에 담아 서늘한 곳에 보관합니다.


[감자 보관법]

신문지를 깔고 감자를 겹치지 않게 펼친 후 1~2일간 수분을 날려줍니다.

빠른 시일 내에 먹을 수 있다면 바구니에 담아 서늘한 곳에 보관하고

오랫동안 보관해야 한다면 신문지에 감싸 냉장고 야채칸에 보관합니다.

(여름에 나오는 포슬포슬한 맛이 좋은 햇감자는 한 박스씩 구매하는 것보다 소량으로 자주 구매해 먹는 것이 더 맛있어요.)




이제는 신랑이 고구마를, 제가 감자를 더 좋아하게 되었어요. 같이 사니 입맛까지 비슷하게 닮아갑니다.


여름엔 감자, 겨울엔 고구마

시원한 울음소리로 여름을 알리던 매미도 사라지고 바람도 많이 선선해졌어요.

날씨가 바뀌듯 저희 집 주방도 감자에서 고구마로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감자 원 없이 먹었지? 이젠 고구마차례야!”


여름 내내 주방에서 포슬포슬 분내 나는 감자를 삶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단짠단짠 맛있게 분내 내는 감자 삶는 법을 알려드릴게요.





[분내 나는 감자 삶는 법]

• 재료

감자 4~5개

꽃소금 0.5T

설탕 1.5T


• 레시피

1. 감자 껍질을 벗겨주세요.

2. 감자가 살짝 잠길 정도로 물을 부어줍니다.

3. 소금과 설탕을 넣고 저어주세요.

4. 중불에서 20분간 삶아줍니다.

5. 약불에서 감자를 굴려가며 남은 물기를 날려주세요.

이전 05화 대파 보관법, 삼겹살 먹을 때 꼭 필요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