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려니 Nov 01. 2023

네가 왜 여기 왔을까



한때의 여우비와

몰려오는 폭우의 사정이 다르듯

너는 오지 않고 지나갈 수 있었다


윙크로 스치는 대신

한 조각 시의 파편으로 박히거나

한 방울 검붉은 피로 움트거나


내장을 미끄러지지 않고

빗줄기의 사명으로 내리꽂힌 곳은

지하에서 피어나고 있는 생명

잊고 있던 인큐베이터의 발견


어떻게 키울 것인가 육아를 논하기 전에

번개와 천둥으로 들이닥친 너

거대한 눈동자를 뱃속에 들이밀어

어린 꽃을 노려볼지니


하이얀 솜털 난 꽃의 목을 꺾을 것인가

뱃속을 부풀려 온풍의 돔으로

폭우를 다스릴 것인가


네가 여기 온 이유를 생각할 때

내 아득한 동굴의 어린 꽃을 본다

아, 이토록 어여쁜 나의 꽃






작가의 이전글 사랑을 잇지 못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