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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은 목요일에 보러 가겠습니다.

알고리즘영단어: planet, jupiter, thursday

by 현현


태양계의 행성行星planet은 과거에 혹성惑星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2001년 다시 제작되기도 했던 영화 <행성탈출Planet of the Apes>의 1968년 버전은 <혹성탈출>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 행성과 혹성은 같은 말이다. 혹성이라는 이름은 과거 천문학astronomy이 과학적으로 발달하기 이전에 움직이는 천체를 가리키기 위해 사용된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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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된 천체와는 달리 관측하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자리를 옮겼기 때문에 관측하는 사람을 혼란스럽게 한다는 의미에서 혹성惑星이라고 불렀다. 사람을 미혹하는 천체였던 것이다. 과거 혹성이라고 불리던 태양계의 천체들은 이제 행성이라고 불린다. 천문학의 발달로 더 이상 사람들이 미혹되지 않기 때문이다.


천왕성은 우라누스Uranus라고 한다. 우라누스는 하늘과 천체를 의인화 한 것이다. 원자력 발전의 재료가 되는 우리늄uranium은 우라누스에서 이름을 따왔다. 그리스 신화에서 최초의 종족이자 타이탄titans들의 아버지였던 우라누스는 아들 크로노스에 의해 생식기가 잘라진다. 그리고 잘라진 생식기가 바다에 떨어진 곳에 갑자기 거품이 일면서 새로운 신이 탄생한다.


거품이라는 뜻의 아프로Aphro-, 그리고 신god이라는 이름의 디테dite, 아프로디테Aphrodite의 탄생이다. 아프로디테는 미의 여신이다. 아름답게 빛나는 금성Venus과 관계가 있다. 아름다움은 덧없다. 미의 여신이 거품aphros에서 태어난 것은 참으로 알레고리적이다. 흔히 아름다움의 깊이는 결국 피부 한꺼풀에 불과하다 Beauty is skin deep고 한다. 거품은 서양의 중세 회화에서 덧없음의 상징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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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없음이라는 주제를 전문적으로 그린 그림을 바니타스vanitas라고 부른다. 속절없이, 덧없이ephemeral 순식간에 사라지는 사물들을 주로 그렸다. 비눗방울, 악기, 모래시계, 향수, 꽃, 과일, 그리고 사람의 두개골까지. 인생무상을 나타낼 수 있는 정물들을 사실과 같이 정교하게 그린 그림이다. 인간의 허영은 vanity라고 한다. 어떤 일이 성과없이 끝나면 in vain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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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패션에 대한 내용을 전문으로 하는 잡지중에 Vanity Fair가 있다. 19세기 영국의 소설가 윌리엄 쌔커리는 <허영의 시장Vanity Fair>라는 소설을 남겼다. 부제는 “주인공 없는 소설 A Novel without a Hero” 이었다. 수많은 군상들은 모두가 크건 적건 인간적인 결함을 갖고 등장한다. 작가조차 헷갈릴 정도로 많은 인물들과 관계가 등장하며 사회를 풍자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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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 행성의 이름은 신화로부터 유래한다. 쥬피터Jupiter는 한자문화권으로 넘어오면 목성木星이라고 불린다. 목성은 서양의 점성술astrology에서도 그렇고 동양의 명리학에서도 그렇고 매우 중요한 행성이다. 목성은 약 12(11.86)년을 주기로 태양주위를 공전한다orbit around the sun. 서양에서 황도 12궁이라는 별자리를 구분하는 것과, 동양에서 12지지를 이용하여 한 해를 구분하는 것은 모두 목성의 운행주기와 관계가 있다.


목성은 일 년을 구분하는 행성, 즉 세성(歲星)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한자문화권에서 나이는 모두 몇 세歲라고 표현한다. 목왕지절이라는 말속에 표현된 것처럼, 목(木)성이 상징하는 봄은 나무의 계절이다. 쥬피터Jupiter 라는 이름은 “by Jove” 같은 감탄사에 남아 있는 것처럼 Jove라고도 불린다.


로마 신화에서 쥬피터Jupiter는 최고의 신이다. 인도유럽어권에서는 Dyēu-pəter 라는 단어로 남아 있고, Dyēu- 는 영어에서 신을 의미하는 Dei-라는 단어에 흔적을 남겼다. 그리스 신화에서 쥬피터Jupiter는 제우스Zeus에 해당한다. 이것은 현대 그리스어에도 그대로 살아남아 지금도 그리스 사람들은 목성을 (Dias ,Δίας)라고 부른다.


<다빈치 코드Davinci Code>에 등장하는 오푸스 데이Opus Dei에서 Dei는 신을 의미한다. 그리스 비극에서 상황이 아주 복잡하여 극적인 내용전개로 해결이 불가능할 때, 갑자기 신이 나타나서 모든 것을 일순간에 해결하는 장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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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나타나 필연성 없는 결말을 만들어 내는 것을 연극용어로 데우스-엑스-마키나 Deus-ex-Machina 라고 불렀다. Deus는 신을 의미하는 Dei가 다른 형태로 쓰인 것이다. 쥬피터는 북유럽 신화에서 토르Thor에 해당한다. 목성이라는 이름의 쥬피터Jupiter는 토르Thor와 같은 존재다. 토르가 천둥의 신이라고 불리는 것처럼 제우스도 번개를 자신의 주 무기로 사용했다. 당연히 토르의 날(Thor’s day=Thursday)은 목요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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