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부서 회식을 했었다. 장소는 무한리필로 유명한 고깃집이다. 최근 업무로 장 시간 차를 타는 경우가 많았고 점심이라도 먹을라치면 일정을 맞추기 위해 신속히 식사를 하고 또 차에 올라타야해서 소화가 되지 않은 날이 많았다. 그동안 날씬했던 배가 어느덧 빵빵해져서 흡사 맹꽁이 체형을 닮아가기 시작한다.
뷔페나 무한리필 집을 이용할때면 늘 가지고 있는 생각이 있는데 바로 본전을 뽑아야한다는 일종의 무의식 중 의무의식이 있는데 때론 비장함까지 감돈다. 특히 그날 회식에서 엄청난 자제를 하였고 성공적으로 적당히 먹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집에가서가 문제였다. 늦은 밤 속이 출출해질 찰나 구운 계란이 보인다. 먹을까 말까 망설이다 두 개를 까먹었다. 짭쪼름한 맛이 입안을 돌아다니는게 더 먹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더 먹지 말고 참아야지 하는 생각을 뇌에서는 하는데 몸은 저절로 구운 계란을 향해가고 있다. 두 개를 더 먹었다. 숨쉬기가 힘들다.
'괜찮은데?, 소화에 지장 없겠어.'
그러나 왠걸 아침에 일어나자 배가 거북하다. 빵빵하게 부풀어오는 배와 거북한 속, 가스가 가득찬 듯 숨쉬기가 힘들다. 출근하면서 소화제를 사먹고 점심을 굶었다. 퇴근 후 걷기 운동을 하니 좀 나아지는 듯하여 저녁을 먹긴했는데 자제하느라 배고픔을 면할 정도로만 먹는다. 괜히 구운 계란을 먹어서 사서 고생하는 꼴이라니 늘 후회를 하면서도 자제가 쉽지 않다.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잠깐 동안 먹을 것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한 욕심이 소화불량을 가져와 하루종일 속을 거북하게 한다.
이제 중년의 나이, 건강관리에는 자제심이 엄청 필요하다. 금연, 금주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것은 음식 조절과 운동이다. 설마하는 안일함과 관리에 대한 결심의 부족이 몸을 망친다.
몇년 전 인천에서 근무할 때 바쁜 업무와 잦은 출장으로 점심을 편의점 도시락이나 김밥, 라면으로 때울 때가 많았는데 건강검진에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간수치가 올라가고 혈압과 혈당이 높다. 의사 선생님께서 일주일 뒤에 다시 검사를 해보자고 했는데 난 한달의 기간을 달라고 했다. 한달동안 식단을 조절하고 죽어라 운동을 했다. 그 결과 재검에서 간수치와혈당은 정상으로 돌아왔고 그제서야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어느새 정신은 해이해지고 긴장감이 떨어져 식단 조절을 게을리하기 시작한다. 결국 바지의 허리 치수를 두 단계나 올려야 입을 수 있도록 배도 나오고 허리도 굵어지기 시작한다. 어제는 상체를 벗고 거울에 몸을 비추어보았다. 흉하다. 자기 관리를 그 누구보다 철저히 해왔었는데 복부에 지방이 장난이 아니다. 순간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넌 도대체 운동도 하는 놈이 배가 그게 뭐냐!'
순간 부끄럽다. 볼록한 배를 보면서도 운동을 하니까 괜찮다고, 이 나이에 이정도면 나온 것도 아니라고 자위하면서 계속 먹어 댄 날들이 후회스럽다.
'돼지가 될 순 없어. 이제 부터 다이어트다. 정신 차리자!'
단단히 결심해야한다. 늘 건강검진 결과서를 받고 이곳 저곳 이상이 발견될때야 비로소 긴장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되는 약한 모습은 이제 안녕하고 싶다.
"혈압은 정상이네요. 다음 달엔 혈액검사로 간수치, 혈당수치, 신장까지 점검해볼께요.
"넵. 열심히 식이 요법하고 운동하면서 관리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달 기대하겠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의사에게 심각한 이야기를 듣는 건만큼 불안한 건 없다. 그리고 적어도 스스로 관리를 못해 몸을 망가뜨리고나서 나이 탓이라며 자신을 속이는 허접한 중년이 되기는 싫다. 작심삼일은 없다. 식사 후 산책, 헬스클럽 빠지지 않기, 헬스가 쉬는 휴일에 무조건 걷기 등 허접한 중년 탈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리라고 다짐하는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