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이 읽히는 짧은 소설이지만 다량의 스토리를 만들어 낸다는 것 자체가 웬만한 일이 아니다.
얼마 전 읽었던 [낮의 목욕탕과 술]도 몇 개의 에피소드들을 묶어낸 형식으로 만든 책이었지만 중심을 잡아주는 주제가 있어 창작의 고통은 덜했으리라. 반면, 아무리 짧은 소설이라도 독립적인 스토리 40편을 만들어 내는 것은 편두통과 위장장애를 골고루 앓을 만하다.
치열하게 다툰 만큼 가독성 (可讀性)은 최고다.
말복이 코앞이라 더위가 미치도록 더운 지금에 책을 읽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일단 책을 펼치기만 하면 책의 반절은 쉽게 읽어낼 수 있을 만큼 빠져든다. 그런데, 이 빠져드는 것이 묘한 구석이 있다.
재미있어서 빠져든다기보다 무언가 허무하기도 하고, 웃프기도 한 작가만의 매력이 있다.
우와! 정말 재미있다. 혹은 오! 감동적이다 하면서 읽던 부분에 책갈피를 꽂아 놓고 “오늘은 여기까지만 읽어야지. 아껴두었다 담에 읽어야지”라고 할 텐데 작가의 짧은 소설들은 읽다 보면 “어! 한 편이 벌써 끝났네. 뭐지?” 생각함과 동시에 다음 소설을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어찌 보면 밍밍한데 매력 있는 평양냉면 같다고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쉬이 읽히는 이유는 소설의 스토리가 기발하기 때문이 아닐까?
스토리 중 하나를 소개해보면 2034년의 한 남자는 한 갑에 25만 원씩 하는 담배를 매일 한 갑씩 피우고 있다. 부자도 아니다. 이유는 아버지가 20년 전에 담배 1,000 보루를 사재기하고 갑자기 돌아가셨기 때문에 그 남자는 유산 아닌 유산으로 받은 담배를 20년 넘게 피우고 있는 것이다. 황당 기발하지 않은가!!
스토리가 기발하기도 하지만 글의 소재가 우리 삶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어머니와 16년을 함께 살았던 반려견 ‘봉순이’가 죽은 이야기, 분만실에 들어간 엄마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남편과 첫째 아이의 이야기 그리고, 유치원을 졸업하고 초등학교 가기가 싫어서 좀 쉬고 싶다는 아이의 이야기 등등.
바다로 떠나는 피서를 바캉스라 하고, 호텔로 가는 여름휴가를 호캉스라고 누가 하는 말을 들었는데 최고의 북캉스 책으로 어울릴만한 책이지 않을까?
평양냉면은 추운 겨울에 더운 방에서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냉면을 먹는 것이 더욱 제 맛이라고 하듯 이 책을 한겨울에 따뜻한 아랫목에서 읽으면 어떨까 문득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