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병 아이들과 캐나다 살이, 시작합니다.

by 캐나다글쟁이

가족과 함께 캐나다 밴쿠버에 도착한 지 어느덧 1년하고 한 달이 지났다.


겁도 없이 캐나다에 와서 알게되었다.

영어는 학교에서 배우면 되지만, 사춘기 아이 둘과의 대화는 교재도, 답안지도 없다는 걸.

유학보다 힘든 건 ‘엄마의 갱년기 vs 아이의 중2병’.

단풍잎 아래에서 매일이 생존기 진행중이다.


그동안 여러 장르의 글을 써왔지만 정작 내 삶에 대한 에세이는 단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다.

왜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말해 에세이는 나의 가장 취약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보서와 소설만 써왔다.
정보서에서는 감정을 철저히 배제했고,
소설에서는 오히려 환상을 극대화했다.


사실과 상상이라는 두 극단의 세계를 오가며 글을 썼으니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적는 일엔 익숙하지 않았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책을 오래 써왔기에 항상 사회적이거나 과학적인 주제를 ‘진지하게’ 다뤄야 했다.
그런 내가 에세이에서 일상적인 감정을 드러내면 그동안의 독자들이 당황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





브런치, 블로그, 인스타그램에는 감각적인 문장과 멋진 사진이 넘쳐난다.
하지만 내겐 그런 글쓰기가 쉽지 않았다.

의견과 사실을 ‘적당히’ 섞는 일, 그게 나에겐 너무 어려웠다.
에세이는 늘 부러운 세계였고, 나는 그 문턱 앞에서 멈춰 서 있었다.
결국 SNS는 몇 년째 개점휴업 중이었다.


그러다 캐나다에 와서 조금은 달라졌다.

끝없이 펼쳐진 숲과 호수, 비가 와도 천천히 걷는 사람들 속에서 나도 마음을 내려놓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중학교 1학년, 2학년 연년생 남매의 엄마로 살다 보니 삶의 쓴맛은 이미 충분히 맛봤다.

‘이 정도면 뭐든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자 뭐든 해보자는 결심이 섰다.


그래서 오늘, 드디어 써본다.
후—, 심호흡을 하고.


낯선 분야에 도전하는 건 여전히 두렵다.
어른이 되면 용기가 절로 생길 줄 알았는데,
웬걸, 아이를 둘이나 키워도 새로운 일 앞에서는 여전히 떨린다.


아마 내 에세이를 본 우리 집 청소년들은 이불킥하며 비웃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괜찮다.
낯선 땅에서 1년을 제법 잘 버텼으니, 이제 그 이야기를 조금씩 꺼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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