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없는 설움 영어로 당하기

캐나다의 남다른 집 구하기 난이도

by 캐나다글쟁이

어느 동네로 이사를 가든 가장 중요한 일은 집 결정이 아닐까? 한국 내에서 이사할 때 동네와 집을 정할때 둘러보듯 캐나다도 마찬가지다. 토론토와 밴쿠버부터 시작된 고민이 계속되었고, 첫 집을 구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질문을 해보겠다.

만약 집을 비워야 하는데 이사 19일 전까지 들어갈 집이 없으면 어떤 느낌일까?


나는 그 경험을 해봤다. 입국 19일 전까지 살 집을 못 구해 노숙하게 될까 봐 걱정했고, 결국 집 때문에 원래 살기로 점찍었던 동네까지 변경했다.



8월 5일 입국, 집 계약은 7월 17일.

다시 생각해도 아찔했던 순간이다.


아이들 데리고 너무 무책임하다고?

그 질문에 답을 하기 전에 먼저 집 구하기 풀스토리를 들어봐 주길 부탁드린다.


한국에서는 보통 보증금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집을 구한다. 하지만 캐나다는 달라서 집 구하기 난이도가 체감상 100배쯤으로 느껴진다.


우선 캐나다는 한국처럼 몇 달 전 계약이 아니라 한 달 전 집 렌트를 계약한다. 예를 들어 8월 1일에 살 집은 7월 1일 이후에 매물로 나오기 때문에 6월에는 물건을 볼 수가 없다. 황당하지만 캐나다 사람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렇게 살고 있다.


결정적으로 캐나다 동네에는 부동산 중개소가 없다.

우리처럼 살고 싶은 곳의 부동산 문을 열고 들어가 커피 한 잔 하며 수다 떠는 삶은 캐나다에 존재하지 않는다.

일부 전문 부동산 업자가 있으나 밴쿠버 전역을 담당하는 큰 회사이지 동네 마당발 사장님을 기대할 수 없다.


한국인들은 이 문화를 이해 못한다.

나 역시 출국 전에 어디서 살거냐는 질문을 엄청 받았는데 집 계약 전까지 내가 살 동네를 몰랐다.

집주인이 집을 내놓지 않는데 무슨 수로 계약을 하는가.

그래서 출국 전까지 가족과 친구들에게 "아직도 집을 안구하면 어떡해?" 라는 말에 "아직 모른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개인적으로 노력도 꽤 했다. 우선 현지에서 대신 집을 둘러보고 계약해 줄 정착 서비스에 가입한 뒤 차를 구매했고, 7월이 되어 본격적으로 집을 구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중개소가 없으니 craigs list에 나온 매물을 검색해 집주인에게 연락한다. 우리나라로 치면 당근 마켓에서 집을 구하는 셈이다.


혹시 캐나다 당근에 사기꾼 있냐고 질문한다면... 대답은 YES.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고 쉽게 눈먼 돈 벌려는 사람은 캐나다에도 존재하니 주의하자.




첫 번째 집 도전


이것이 첫 번째 시도에 받은 메일이다. 내가 인터넷으로 집을 고른 뒤, 밴쿠버의 정착 서비스 담당자가 집주인과 약속을 잡아 집을 방문한다. 괜찮은 집이었고 계약 의사를 밝혔으나 답장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렇게 첫 집과 작별했으나 이때까지만 해도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저 영어로 집 정보 알아보기가 골치 아플 뿐이었다.





두 번째 집 도전

집을 보고 계약 의사를 밝혔으나 역시 답신이 없었다. 다른 경쟁자가 집을 차지했다는 뜻이다.





마음이 급해졌다. 이제 우리는 콘도(한국의 아파트)를 고집하지 않고 단독 주택인 싱글 하우스도 둘러보기 시작했다.




세 번째 도전

이 집은 입국 열흘 뒤인 8월 15일부터 입주가 가능하지만 열흘간 호텔에서 자더라도 집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원했다. 역시 실패했다.




보통 이런 연락이 오면 앞서 본 사람과 계약이 진행 중이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몇 번 당해본 뒤 그들이 정중하게 돌려 말하는 멘트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정착 서비스가 보내준 사진. 처음에는 우리를 거절했던 집주인에게 한참 후에 연락이 왔는데 아마 다른 사람과 계약하다 중간에 틀어진 것 같았다.


렌트로 나온 집에 관심을 보여도 메일 답장조챠 못 받는 일도 생겼고.

그때부터 무척 불안해졌다.


상상을 한 번 해보자. 만약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직업이나 가족, 통장 잔고를 보여달라고 했다면? 아마 하루가 지나기 전에 전국에 그 사건이 소문날 것이다.


<도라이 집 주인의 갑질을 고발합니다.>


이런 제목 예상해 본다.


하지만 캐나다에서는 집주인이 자연스럽게 세입자를 평가한다. 외모(인종과 국적), 직업, 재정 증빙, 가족을 본다.

아닌 경우도 있지만 우리 가족은 이 경우에 해당했고 매우 번거로운 경험이라 권하고 싶지 않다.


당연히 캐나다 생활을 이렇게 시작할 계획은 없었다. 물 흐르듯 부드럽게 일사천리로 입국하고 싶었으나 앞서 말했듯 준비한 계획은 번번이 틀어졌다.


한국 아파트에 해당하는 콘도 렌트에 실패한 상태로 입국이 한 달도 남지 않았고, 성수기인 8월에 매물이 없는 바람에 찬밥 더운밥 가릴 새가 없었다.


도대체 캐나다는 왜 그럴까?

일반적인 캐나다인이라면 직장을 다니고, 신용카드를 써서 크레딧, 즉 신용 점수가 있다. K-pop이 유행하지만 아직 한국은 그들에게 먼 나라이고, 크레딧이 없으니 집을 빌려주는 데 매우 신중하다. 또한 세입자가 렌트비를 안 내고 버텨도 쫓아내기 어렵기 때문에 입주 심사를 매우 까다롭게 본다.


어렵게 렌트한 마지막 집.


우리는 까다로운 집주인과 온 가족 ZOOM 인터뷰를 한 뒤에 집을 구했다. 두 나라의 시차가 커서 한국 밤 시간에 인터뷰를 하려고 했으나, 집주인이 함께 살 아이들을 보고 싶다고 했다.

대기업 면접처럼 관상을 보는지 잠시 의심했으나 집주인 Armstrong 부부는 오리지널 캐네디안

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깨어난 주말 아침 시간에 네 식구가 영어 비디오 인터뷰를 했다.

네 식구 마주 앉아 영어를 하려니 얼마나 어색한지...

그래도 그동안 아이들에게 쓴 영어 학원비가 실질적인 빛을 발한 순간이었고, 인터뷰 덕분인지 그 집이 우리의 밴쿠버 첫 집이 되었다.


집 구하는 내내 남들은 이렇게까지 안 해도 괜찮던데... 왜 우리 가족만 이렇게 힘들지?

집 형태와 동네까지 바꾸며 이 생각을 아주아주 많이 했다.


그리고 나중에 집주인이 유달리 까다롭게 굴었던 이유에 대해 알게 되었다.



keyword
이전 02화밴쿠버에는 왜 나이아가라 폭포가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