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타임을 가장한 이웃 면접
못다한 살림을 잠깐 소개하자면 나무집이지만 cctv 경보 시스템이 있었다.
청소기
이 외에도 주방살림이 엄청났고, 주방 탐색을 끝내기 전에 그/들/이 들이닥쳤다.
이웃 교류의 시작은 고양이였다.
미모를 자랑하는 고양이 오레오를 안고 옆집 아저씨가 찾아온 것이다. 호기심 많은 오레오가 우리 집을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덕분에 어색한 분위기를 그럭저럭 넘길 수 있었다.
일반적인 싱글 하우스는 이웃과 나무 담장이 붙어있는데, 옆집 아저씨는 두 집 사이 울타리 조각 두 개가 떨어졌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남편이 수리공을 부르지 않느냐고 묻자 아저씨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정도는 직접 고친다는 말에 남편이 공구를 들고나가 울타리를 수리했다. 참고로 캐나다에서 핸디맨 출장비가 15만 원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셀프로 해결한다.
명목상 티타임이라는 가족 초대가 매우 부담스러웠지만, 워낙 나이스한 분위기라 거절할 수 없었다. 그날부터 온 식구가 마음의 짐을 지고 그날을 기다렸다. 특히 아이들은 초대를 받아들인 우리 부부를 원망했다.
옆집은 집주인과 매우 친했고, 우리가 어떤 세입자인지 궁금해했다. 면접 보러 가는 기분이었다. 어쨌든 초대이니 와인과 현지 아이들이 좋아한다는 꼬북칩을 들고 갔다. 참고로 서양 아이들은 꼬북칩 초코맛을 더 좋아한다.
옆집에 들어서자 향긋하고 달콤한 빵 내음이 났다.
사진은 그 집에서 내준 블루베리 파이 비슷한 것. (정확한 명칭은 까먹었다)
옆집 여인 케렌이 마당에서 딴 블루베리로 빵을 만들어 줬는데 한국에서 집밥 하듯 집에서 자란 과일이나 허브 등으로 손님을 대접하는 것이 그들의 예의 같았다.
빵보다 쨈이 더 많아 인상적이었다.
이어서 나온 복숭아 파이.
살면서 깨달았는데 캐나다에서 엄마 역할을 하려면 디저트 필살기가 필요하다.
다른 옆집 가족도 왔는데 남편은 캐네디안 아내는 프랑스 출신 발레리. 우리집 둘째와 동갑인 아들과 그 아래 딸 쌍둥이가 있었다.
캐나다는 영어와 프랑스어가 공용어이며 앤드류 가족은 프랑스어에 더 익숙했고 발레리 불어 억양이 강해 리스닝이 쉽지 않았다.
마치 토익에서 호주와 영국 억양 듣기 평가 하는 기분이랄까...
모두 한국과 우리 가족에 대해 질문을 쏟아냈다. 분위기는 부드러웠으나 역시 예상대로 압박 영어 면접이었다.
서양 사람들은 프라이버시를 존중한다고 들었는데, 이 경험만 놓고 보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거리감은 외지인 한정인걸까?
자신의 주거지에 나타난 낯선 동양인 가족을 향한 그들의 호기심은 대단했다.
예전처럼 북한과 남한을 구분 못 하는 시대는 아니었지만, 그들에게 서울은 여전히 낯선 도시였다. 내가 살던 도시 인구가 천만이라고 말하자 처음에는 믿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하긴, 캐나다 전체 인구가 3천만이 조금 넘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도쿄 같아?"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하자 대충 이해하는 눈치였다.
그들은 동네에 나타난 곰 이야기, 집 주변 강에서 보트 탄 이야기, 화장실 수리, 집안 페인트칠 등 일상적인 이야기 사이사이로 우리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살던 사람인지 꼬치꼬치 물었다.
다윗 목걸이를 한 캐런은 유대교라며 자기소개를 하며 종교에 대해 물었다.
정치와 종교는 한국 사람과 한국말로 해도 쉽지 않은 주제 아닌가?
기업 면접에서도 안 물어볼 것 같은데 금발의 푸른 눈 유대인이 초면에 종교 질문을 하다니.
종교가 없는 나는 당황해서 I don't believe in God이라고 말했을 때 그들의 놀라는 표정이 아직도 기억난다.
내 영어가 더 유창했다면 세련되게 설명했겠으나 그땐 저게 최선이었다.
참고로 프랑스 가족은 천주교였다.
그런데 케런의 남편은 인도인인데 인도인도 유대교를 믿나? 집에 와서 이 질문이 떠올랐으나 아직까지 물어보지 못했다.
왜냐고?
괜히 말 시키면 대화가 길어질 것 같아 심오한 이야기는 되도록 피하는 중이다.
미안하지만 평생 이 질문은 안 할 것 같으니 저 문제의 답은 기대하지 말아 주시길 ㅎ
2시간의 전투적인 티타임 동안 모두 힘을 합쳐 화기애애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온 식구가 드러누웠다.
참고로 한국 종교에 대해 묻길래 부처님과 예수님 오신 날을 다 쉰다고 말해줬다. 나는 중간에 그 집 고양이 오레오한테 손을 물리기까지 해서 정신이 없었고, 불어 억양까지 섞인 영어를 들으며 종교 질문까지 받는 자리가 끝난 것만으로 감사했다.
예전 미국에 잠깐 살 때는 아파트에서 생활했었고, 현지인과 교류를 별로 하지 않아 이런 삶을 잘 몰랐다. 하지만 주택가에 가족으로 들어오자 주변의 시선이 달라졌다. 그림자처럼 조용히 살고 싶으나 어쩔 수 없이 이 방식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로마에 오면 로마 법을 따라야지, 별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