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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모삼천지교 May 25. 2019

어느 날. 아이가 친구가 괴롭힌다며 울며 이야기했다.

미국 학교의 학생 간의 ‘괴롭힘’에 대한 대응

작년, 새 학년이 시작하고 한 달 여가 지난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나에게 이야기했다.
친구 안나(가명)가 자꾸 자기를 깨물고 꼬집는다고.

당시 그 안나의 가족은 우리 집과도 꽤 친한 가족이었고 , 가족들끼리 자주 놀기도 했어서 그런 아이의 이야기를 처음에는 ‘우연히’ 그런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생각했고, 아이들끼리 놀면서 생길 수 있는 상황으로 가벼이 넘겼었다. ( 반에서 동양인은 우리 가족뿐이었지만, 실제 이 곳은 모든 종류의 차별이 없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한 뉴욕인 관계로 인종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아이들 사이에 생길 수 있는 문제 정도로 생각했었다. )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안나가 날 깨물었다'
'안나가 날 밀쳤다'
‘안나가 날 꼬집었다'라고 말하는 횟수는 점점 늘어났는데....
당시 어리석게도 [문제 상황을 호소하는 아이]에게 내가 했던 답은 "안나가 일부러 그러지 않았을 것 같아(아이의 감정이 아닌, 상황에 대한 자의적인 판단+아이의 호소를 부정하는 언행). 언제 그랬어? 그러지 말라고 이야기해봐(부모의 도움이 아닌 네가 알아서 해결하라는 정도의 가이드...)" 정도였다.


하지만, 반복되는 딸아이의 호소에 아주 친한 다른 엄마들에게 혹시 안나에게 본인의 아이들이 피해를 당한 적이 없는지를 물어 우리 아이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매일 안나에게 점심을 뺏기거나, 물려서 오거나 했던 적이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된 것.

문제는, Network(네트워크)가 중요한 이 곳에서 여왕벌 같은 안나의 가족을 건드리는 것보다는 그 집 아이와 적절히 거리를 두는 정도로 이 곳의 미국 부모들도 다들 쉬쉬하며 그저 피하고 있던 상황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라 더더욱 마음이 무거웠었다. 그러다 보니 매일 하교하는 아이에게 오늘은 꼬집힌데 없는지, 물린데 없는지를 묻게 되었었고... 하교 시점에 선생님에게 문의하는 횟수도 잦아졌었다.  처음에는 오전 오후로 마주치는 담임에게는" 안나랑 우리 아이가 놀면서 '조금'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지켜봐 달라"정도의 가벼운 요청에 그쳤지만 좀 더 심각하게 이야기하는 횟수가 늘어가던 중.....

어느 순간부터는 아이가 안나가 괴롭힌다고 이야기하는 횟수가 줄어들어 나는 '요즘은 잘 지내나 보다' 정도로 착각 아닌 착각을 하고 있었다.


내가 큰 착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즈음, 한국에서 잠시 우리를 보러 오신 친정엄마 덕이었다. 어느 저녁 아이와 친정 엄마만 두고 나갔다 온 나에게, 잠든 아이 곁에서 엄마가 조용히 말씀하셨다.


"빈이 친구 중에 안나라고 있니? 그 아이가 빈이를 못살게 구는 것 같은데"
"아냐 엄마, 전에 좀 그러다 요새는 아무 이야기 안 하던데? 요새는 안 그러는 것 같아"
"아닌 것 같다. 내가 아까 데리고 놀면서 이것저것 이야기하는데... 계속 못살게 군대. 근데 그런 이야기를 하면 '엄마가 싫어해서 이야기 안 해'라더라. 네가 그 문제로 스트레스받고 있는 것 아이가 알아. 그래서 이야기 안 하고 있는 것 같다. 이거 학교랑 선생님이랑 다시 이야기해서 풀어야 할 것 같아. 네 아이는 네가 지켜야 해"

정신이 번쩍 났다.

내 아이가 본인이 당하고 있는 슬픔과 화, 분노를 부모인 내가 걱정하고 스트레스받을까 봐 감추고 있는 상황까지 갔다니... 아이 가모든 문제를 스스럼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대상이 부모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

그리고 마침, 그 주말에 반 아이중 하나의 생일잔치가 있었다.
부모와 아이들이 모두 모인 자리였고, 그 자리에서 신나는 체육 활동 후 조명이 꺼지고 댄스파티로 분위기가 전환된 순간. 처음에는 우리 아이에게 같이 춤을 추자고 다가온 안나가, 빈이가 싫다고 이야기한 순간 목 아래 부분에 손이 스치고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바로 눈 앞에서.


그리고 울기 시작하는 우리 아이. 그러면서 아주 크게 외치고 있었다.


"안나가 꼬집었어...!!!!!!! 여기여기!!!! 아파!!!!!!엉엉"


하지만 조명이 밝았다 어두워졌다 하는 순간이었고, 꼬집었다고 보기에는 애매한 상황이었던 점... 그리고, 다른 아이들의 부모들까지 아이들 20명에 어른은 30명 가까이 있는 생일 파티 공간에서 내 아이만 크게 울고 있는 상황이 당황스러워 나는 매우 적절치 못한 대응을 했던 것 같다.

울고 있는 아이에게

"울지 마. 여기서 그렇게 크게 울면 어떡하니"라는 말을 먼저 한 것.


지금 생각해도 정말 최악의 엄마.....


아이를 달래주려 애쓰기는 했지만, 한쪽 귀로는 다른 부모들이 너무 크게 우는 우리 아이 흉을 보는 것은 아닐까 신경이 더 쓰였던 나. (이방인인 덕에, 아무도 남의 눈 신경 안 쓰는 이 곳에서, 어쨌든 저쨌든 인종적인 이유로 어디서든 더 튀어 보이는 것도 사실. 그 덕분에 더 많이 튀어 보이지는 않으려 나도 모르게 신경 쓰는 경우가 더 생겼던 것 같다)

그런데, 안나가 빈이를 꼬집었고 그 때문에 빈이가 울며 "안나가 또 나를 꼬집었다"라고 소리 지르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 안나 부모의 반응은.


"Oh, Again~"이라는 대. 수. 롭. 지 않은 반응.
여기서의 Again은 '또 별것도 아닌 일에 고자질이니~'라는 뉘앙스의 again.

그동안 안나가 반 아이들을 때리거나 밀치는 경우가 있는 것을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확인할 수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게 문제화 되지 않았던 것은...  대부분의 순한 아이들은 그를 선생님에게 즉각적으로 이야기하거나 울음으로 이를 알리거나 하는 경우가 없이 대부분 그냥 당하고 있는 경우 였던 것. 그래서 선생님 선에서 미미하게 저지되거나,  부모가 집에서 알게 된 것은 이미 사건 발생 시점에서 한 참 뒤인 경우인 채로 유야무야 된 경우가 많았던 것이었다.

하지만, 평소에도 의사 표현이 확실한 빈이는 매우 "크게"  문제 상황과 본인의 피해를 드러내다 보니, 안나 부모의 초기 반응은  [우리 딸 안나는 크게 잘못한 것이 없는데, 빈이가 늘  두드러지게 자기 딸이 꼬집거나 밀쳤다고 비난하는 경우가 잦다]였던 것. 되려 우리 아이가 "고자질쟁이"로 두드러져 보이는 매우 안 좋은 상황.

이와는 별개로, 나는 학부모 협의회 대표기도 하고 엄마들 사이의 QUEEN BEE(여왕벌)인 안나 엄마와는 개인적으로는 여러 공통점이 있어서 친했던 사이. 갑작스럽게 불거지는 아이들 사이의 문제로 사이가 알게 모르게 어색하게 되자 당황스러운 마음과 더불어.... 만에 하나 관계가 틀어질 경우, 이 곳에서의 socializing에서도 여러 가지 난관도 예상이 되던 상황이었다.

피해를 받은 것이 명백한데 어디부터 어떻게 해결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는 복잡함.

그 와중에 내 아이의 상처를 내가 잘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괴로움,

그리고 이 곳이 한국이었다면 더 쉬웠을까...라는 해외에서의 이방인 살이에 대한 슬픔까지 더해져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졌던 저녁이었다.

그리고 그날 밤 고민끝에.
 같은 아파트에 사는, 정신과 상담의 과정을 대학원에서 공부 중인, 다른 친한 아이 엄마에게 잠시 보자고 문자를 보냈다. 이 문화권에서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학교에서 개입해 줄 수 있는 부분은 어디까지인지...등 이 곳에서 아이를 키운 미국인에게만 구할 수 있을 것 같은 조언들을 구해야겠다는 간절한 마음이었다.

나의 고민스러움이 활자로도 전해졌는 지... 밤 10시부터 장장 2시간 동안 이어진 이야기.

상황에 대한 설명과 정황을 들은 친구는, 당시 내가 모르고 있던 미국 교육 시스템 내의 이와 같은 "괴롭힘" 문제 대한 "선생의 역할"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과 함께, [피해를 받고 있는 아이의 부모]인 내가 가장 우선시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 정신과 전문의의 입장에서 짚어준 말과 행동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행동해야 할 방향을 정할 수 있었다.

1. 선생은, 어떠한 형태로든 신체적인 피해를 당한 아이의 상태에 대해서 부모에게 공유할 의무가 있음. 이 부분을 교사가 학부모에게 공유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할 정도. 그러니,  아이가 깨물리거나 꼬집히는 상황이 생겨 멍이 들거나 흉이 져서 오는 상황이 있을 경우 반드시 어떠한 경로를 통해서라도 (전화/ 메일) 피해자의 부모에게 알릴 것을 강력히 요청.
2. 현재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를 받고 있는 "내 아이의 감정"을 부모인 내가 보듬어 주는 일.

엄마인, 아빠인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은 아이가 의지하고 기댈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 부모가 적극적으로 해결할 것이라는 것을 아이가 믿게 해주어야 하는 것. 더불어 우리가 아이를 지킬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도 중요! 이미 엄마인 나에게 문제 상황을 숨기기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그 친구가 근처에만 와도 노이로제성의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아이가 심각한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다는 아주 명확한 징후들이었다...


그 날, 저녁
집으로 돌아와 자정이 넘은 시간에 아주 긴 메일을 선생님과 교육부장, 교장에게 보냈다.
- 아이가 당하고 있는 상황/ 구체적인 예시
-그로 인한 아이의 심리적인 상태 (괴롭힘 받는 상황을 부모인 나에게 숨기기 시작한 것)
-안나의 부모는, 여러 가지 문제 상황에서 보이는 언행을 미루어 짐작해볼 때 '안나의 행동'이 크게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사려됨.
- 이 모든 상황을 종합하여 학교 측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고 어떤 식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알려줄 것을 요청.

이 긴 메일 이후 바로 다음날 교사에게 찾아가 다시 한번 구두 설명을 하고, 앞으로의 해결책을 고민해보고 알려달라 이야기했다. 사실, 여기까지 이 정도로 강경하게 이야기할 시점의 나는, 나도 아이도 너무 좋아하는 학교지만... 학교의 적절한 개입이 없다면, 다른 학교로 옮겨야 되겠다는 생각까지 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문제 상황에 대한
학교 측의 답변은 이랬다.
1) 우선, 빈이가 피해를 입는 모든 경우에 대해서 부모인 나에게 정확히 리포트 할 예정.(설사, 흉이 지지 않는 상황일지라도 상세 공유)
2) 어떤 시점에 이와 같은 문제가 주로 발생하는지 확인하고 그와 같은 상황 자체가 생기지 않도록 분위기 전환
3) 다른 친구를 때리거나 못살게 굴 경우 현재 "가해자"인 안나를 먼저 처벌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었으나 이 방식이 효과가 없는 것 같아, 다른 방식을 제안할 예정
.: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당시, 안나는 터울이 얼마 지지 않는 동생으로 인한 엄마의 적은 관심에 매우 힘들어하고 있었고, 셋째 임신 사실까지 알게 되자 교실 내에서 여러 가지 문제 행동이 좀 더 빈번해진 상태였단다. 즉 간단히 말해 애정결핍 상태에서 선생님의 혼내는 상황이 '관심'의 하나로 받아들여지는 상태.)


그리고 교사들은
본인들의 대처방식으로 아래와 같은 방법들을 진행해 볼 예정이라 이야기해줬다.
방법 1) 가해자인 안나에게 문제 발생 시 완벽한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피해자인 빈이를 좀 더 적극적으로 케어하는 방법.
방법 2) 가해자인 안나를 문제 발생 시,
       다른 반이나 교실 외의 공간으로 잠시 분리시켜 두는 방법.
방법 3) 피해자인 빈이를 문제 발생 시,
       다른 반이나 교실 외의 공간으로 잠시 분리시켜 두는 방법.

그리고, 각 방법들을 순차적으로 진행하며 문제 행동이 교정되는지 여부에 대해서 나에게도 공유해 주기로 했다. 긴밀히 협의하며 개선여부를 수시로 확인하는 것.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실제, 매일매일 하교 시점에 구두상으로 또는, 메일로 상황에 대한 교사들의 모니터링 결과와 이에 대한 해결책 제안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1) 매일 빈이에게 어떤 작은 문제라도 있었는지 없었는지에 대해서 나에게 교사들이 알려주었다.
2) 보통 아이들이 신체적인 흥분상태 (ex-체육 시간이나, 야외로 피크닉을 나갔을 경우) 등에 안나가 다른 아이를 때리거나 꼬집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단다.

 => 이러한 시점에 교사들이 더 적극적으로 긴밀하게 아이들 사이의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모니터링에 더 신경 쓰는 것으로 해결책 제안.
3) 작은 피해에도 가만히 있지 않고 크게 소리 지르며 화를 내거나 우는 빈이의 성향이 쓰러뜨리면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를 보는 것처럼 안나를 더 자극하는 면도 있다는 의견.
=> 그래서, 교실 내의 일반 활동에서도 가급적 둘을 일시적으로라도 분리시키도록 노력 중이었다. 친했기 때문에 선생님이 떨어뜨려 놓아도 또 붙어 있다가 자꾸 사고가 생기는 상황이었기에... 학교에서의 분리 못지않게 방과 후의 플레이 데이트도, 교사들의 "OK"사인이 떨어질 때까지 중단할 것을 권유받았다.
4) 학교 측에서 가해 학생의 부모 모두를 불러,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와 같은 안나의 "Bullying(타인을 괴롭히는 행외)"에 대해 심각성을 공유하고 가정에서의 교육에 어떤 부분을 신경 써줄지 전달할 예정이라 했다.

그리고, 며칠 후의 오후.


학교에서 전화가 한통 왔고 마침 내가 다른 급한 일을 하고 있던 중이라 전화를 받지 못했는데...

선생님에게 전화 달라는 내용의 문자가 와있었다.

안 좋은 예감...

아니나 다를까, 그 날 체육 시간에 안나가 빈이를 심하게 깨물어서 자국이 남을 정도가 되었고, 학교 측에서는 바로 학부모를 불러 교장실에서 강경하게 경고했다는 내용. 앞으로 계속 이와 같은 행동이 반복된 경우 "퇴교 조치"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수위의 내용이 전달되었으니... 참고하라는 이야기였다. 더불어,

아이가 또 피해를 입은 것에
이루 말할 수 없이 가슴 아픈 속상한 마음.
그리고 상황이 걷잡을 수 없어지는구나 싶은 마음.
이 곳의 친한 친구를 결국 잃게 되겠구나 싶은 아쉬움도 약간.
동시에... 어찌 되었든 해결에 좀 더 박차를 가하고는 있구나.. 하는 안도의 마음도.

아이 픽업까지 20분 정도 남은 오후에
복잡 다단한 마음을 싸잡고 앉아 있는데 다시 전화가 울렸다.
안나의 엄마에게 긴 문자.
"I just wanted to let you know that I've been working with teachers beacuase I know Anna has been picking on Been a bit lately and it tis completely unacceptable. Anna's behavior has really changed in the last couple of months, I think ever since I really started showing with the baby. I'm working with someone to come up with a plan for her behavior. I'm so sorry all of this is happening, but I wanted to make sure you know we are taking it seriously! Anna loves Been and talks about her often, always in a positive manner. She is just struggling with impulsivity right now and it is coming out in pinching and aggressive behavior. Thank you for understanding"

그리고 하교 시간에 만난 안나의 엄마는.
많이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어있었다.

담임 선생님 말에 따르면 학교 교장실에서 엄마와 함께 앉아 엄중히 경고받은 안나도 꽤 펑펑 운 듯했다.
그만큼 경고의 수위가 높았던 것.
그녀 역시 아이를 키우는 같은 엄마로 얼마나 슬프고 고민이 많았을까. 더더구나 임신 중인데.. 안쓰러운 마음도. (누가 누구를 걱정하나 싶겠지만.. 모든 아이는, 아이 엄마는 다 자기 나름의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다 생각하기에..)


그래도 이로 인해 상황이 나아질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생겼다.
그리고 우리 아이도, 그 집 아이도, 나도, 그 집 엄마도 모두가 함께 노력하며 시간이 흘렀다.

나는 가급적 학교 외의 공간에서 안나와 함께 하는 시간은 줄이도록 했고, 부득이한 경우에는 내가 아이 곁에서 지켜서며 안나로부터의 공격적인 상황이 연출되지 않도록 애썼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나가 빈이를 공격하는 상황을 내가 눈앞에서 확인할 경우 "즉각적으로 빈이에게 사과할 것"을 아주 강경하게 안나에게 직접적으로 이야기했다. 그전까지는 사실, 보통 아이가 문제를 일으키면 [아이의 부모나 보호자]를 찾아서 그쪽에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이 곳의 일반적인 관례다 보니... 나도 안나에게는 적당히 부드럽게 이야기하고 안나의 엄마나 안나의 내니에게 이야기를 전하는 경우가 더 많았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이 다른 아이를 괴롭히는 안나에게는 "빈이를 공격해도 크게 혼나지 않는다"는 빌미를 주었던 것. 그래서 다른 누구에게 보다 안나에게는 [빈이의 보호자인 엄마(피해자의 보호자)]가 직접적으로 아주 무서운 표정과 어조로 이야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안나의 엄마 역시 나의 아이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 요청에 불쾌해하지 않고 안나가 바로 미안하다 이야기할 수 있도록 같이 목소리를 내주었고... 거기부터 아이는 아주 조금씩 변화했다.

시간이 흐르는 만큼, 아이들도 그 새 조금 자라났고.
아이들만큼 어른들도 상황 대처에 조금 더 능숙해졌다. 안나가 근처에 오기만 해도 몸서리쳐할 정도로 노이로제에 걸렸던 빈이도 나아져서, 다시 조금씩 놀이를 같이 할 정도가 되었던 것.

그리고 추운 겨울을 넘어 다시 봄

이제 아이들은 정말 많이 괜찮아졌다. 아직도 만나면 툭탁거리기도 하지만, 어느 한쪽이 공격의 주체 & 다른 한쪽이 피해자가 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도 멎었다.


이 모든 과정을 겪으며. 내가 크게 배운 것은 3가지였다.

1. 주변의 눈이 아닌, 언제나 내 아이의 감정을 우선으로 보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것.
2. 학교폭력이나 괴롭힘을 행하는 아이에게는,

피해자 부모의 직접적인 경고가 더 효과적임 (특히 유소아의 경우)
3. 이런 문제에는.... 권위를 가진 학교장이나 교사의 적극적인 개입과

해결책 제시, 중간 진행상황 공유 및 해결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가 매우 중요!


미국은 다른 학생을 따돌리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아주 엄중히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반 친구들을 생일잔치에 초대한다면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초대할 수 있도록 학교 측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따돌림 방지”의 일환. 그리고 내가 겪은 것과 같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 아주 적극적인 교사들의 해결 의지와 개입 역시 확인할 수 있었다. 


힘들었지만 또 부모로서, 사회의 어른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보았던 소중한 경험이었고... 

지나온 과정으로 남은 지금, 또 지금의 평화가 아주 감사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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