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미파 꽃이 활짝

by 장미

미파가 2019년 12월에 이어 두 해째 꽃을 올리는 중이다. 첫 꽃이 피었을 때는 이름도 모르고 민들레꽃처럼 환한 노란색에 매료되었었다. 이번 꽃은 개체수를 늘려볼까 하고 옆구리에서 자구 하나를 떼어냈더니 힘들어서였을까. 꽃 소식이 한 보름 정도 늦었다. 꽃봉오리 하나가 더 올라오는 중이고 옆구리에서도 새 아이가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 있다.


20210102_083349(1)1.jpg?type=w773 2021년 1월 2일의 미파


처음 이 아이를 선물로 주신 커뮤니티 가든 강사께서도 이름을 모른다고 하셨다. 꽃이 활짝 핀 후 카페에 이름을 물었더니 1분도 안 돼 '미파'라는 답이 올라왔다.





미파는 계이름 미파솔로 시작하는 초등 교과서 6학년 음악 교과서 '과꽃'을 떠오르게 한다. 꽃을 보면 그지없이 밝고 아름다운데 여린 줄기와 꽃 속에 깃든 추억은 어린 마음에도 절절한 그리움이었다. 언니도 오빠도 없는 내가 왜 이 노래를 그리도 좋아했을까.


돌아보면 그 전 해 봄부터 가을까지 아버지와 떨어져 지내면서 나도 몰래 체득한 그리움이었을지도 모른다. 편지로만 주고받던 아버지와의 안부, 엄마 대신 편지를 써야 했던 12살 여자아이가 과꽃 속에 살아있을 것만 같던 시절이었다.



미파솔 라솔미도 도시레시라솔(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



중학교 입학시험을 치르던 시절이었다. 절대음감이라는 말은 그로부터 몇십 년이나 흐른 후에야 등장했다. 음악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이라곤 하모니카와 음악책, 학교에서 만나는 오르간이 전부였다. 입시에서 음악 한 문제를 틀리면 가고 싶은 중학교에 탈락하는 건 당연했다. 계이름은 물론 음표까지 숫자화 하여 외우면서 노래를 불렀다.



244 5844 4444 3(백두산 벋어내려 반도삼천 리)



그 시기에 한 번 들은 것은 평생 간다던 선생님의 말씀은 지금까지도 내게는 진리다. 요즘은 어제 뭘 먹었는지 갑작스럽게 물으면 뭘 먹긴 먹었나? 기억을 더듬어야 하지만 그 시절 일들은 친구들 이름은 물론 숫자 하나까지 생생하다. 젊어지는 샘물이 있다면 딱 그 시기로 나를 데려다 주면 싶어지기도 한다.





같은 다육이과인 석화 곁에 더부살이 중인 미파에게 아직까지는 따로 방을 마련해줄 필요는 못 느낀다. 바닥에 딱 붙어살면서 꽃도 피고 자구도 늘려주는 내 맘에 쏙 드는 친구다. 화분 가득 번져 여러 송이가 활짝 피어날 날을 기대한다. 바닥에 딱 붙어 자라는 모습이 여리여리 키 큰 과꽃과는 비교가 되기도 하지만 꽃 모양은 과꽃처럼 낱낱이 갈래져 있다.


낮이면 꽃을 열고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꽃을 닫는 매력적인 꽃이기도 하다.


20191214_1412321.jpg?type=w773 2019년 12월 14일의 미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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