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긴 뭐가 없어
먹구름 낀 듯 깜깜했다
바뀌려고 해 봤자
그래 봤자 똑같아
내가 한심하더라
뒤쳐질까 봐
도태될까 봐
남들 눈치만 봐
이 모든 허상
이대로는 헛방
인생 뭐 있나?
그래 뭐 없지
다 없는 거지
의미도 없지
그럴 줄 알았지?
착각하지 마
머무르지 마
없지 않잖아
있잖아 여기
진짜인 하늘은
그대로 있잖아
먹구름이 가려 봤자
하늘이 없어지냐
그냥 있잖아
있음도 모르고
없음도 모르고
아는 게 뭐야
없지 않고 있잖아 바보야
나에게 하는 소리다. 나를 꼭 쥔 채 가짜인 나의 입장에서 내가 버리고 싶은 것만 버리고 그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길 바랐다. 이렇게 쉽게 끝이 나는 것을. 마음으로 하는 것일 뿐인데 왜 나는 버리는 것을 두려워 했을까? 그저 다른 이의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가짜 마음, 그저 생겼다가 사라지는 먹구름을 걷어내는 것이었는데.
머리로는 '그래, 가짜는 없는 거지' 하면서 거기에 머무르느라 힘만 들었다. 스스로 먹구름이 되어 나는 먹구름인데.. 하고 버티고 있는 꼴이라니. 가리고 있는 가짜 내가 없어지고 진짜 나를 찾는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거였다. 이제껏 없는 것을 있는 줄 알고 있는 것을 없는 줄 알았는데. 없긴 뭐가 없어, 먹구름 걷히니 하늘이 이렇게나 밝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