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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명한 새벽빛 Nov 03. 2016

무기력한 내가 무섭다

지나간 일기 Reply>> 검은 아우라를 풍겼던 날들

2013.11.09.

아아

우울하다

나는 이 우울이

쉬이 떨쳐질 줄 알았는데

또 이렇게

무기력하게

발목을 잡히고 만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

요사이 내 검은 아우라를 느낀 쌤들이

걱정스레 건네는 말과 함께 시작된 긴긴 대화에

참 감사하고

또 다시 힘내야지 했는데

난 왜 다시 무너지는 걸까?

금요일마다 뭐하는 짓인가

토, 일은 줄곧 회복하는 데 힘쓰다가

월요일에 겨우 정신을 차리는 것을 반복하는데

그 정도가 점점 더 심해진다

아프고나니 그런 것도 있겠지만

쌓여있는 일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무기력한 내가 무섭다

아이들이 무서워졌다

그들을 믿지를 못하나보다

지칠 대로 지친 걸까

내 몫이 아닌 것들을 걱정해서 그런가

피곤하다

피곤하다

피곤하다

못난 생각인 건 알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신경쓰지도 못하겠고

일어나는 사건들에 자괴감만 들고

이 방법 저 방법 써 보지만

아무래도 마음에 여유가 없으니

많은 구멍이 더 많아졌다

답이 내 안에 있을 건데

머리로 생각하는 것들을 아무리 상기시켜 봐도

기분이 나아지지가 않네

나는 나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나를 안아주는 일뿐이겠지

그래

아직은 견딜 만해

글을 쓰니 좀 낫다

완전히 나아지면 좋겠다

나를 사랑해야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지

남은 시간을

더 많이 웃으면서

보낼 수 있게




싸이월드 다이어리가 나를 울게 하네?

나 정말 힘들었구나. 그런 대로 행복했는데, 그렇다고 애써 믿었는데, 꽤 힘들었었네.


첫해에도 아이들은 예뻤다. 늘 내 마음이 문제였다. 가끔이 아닌 자주, 우울이 나를 집어삼킬 때마다 내 삶은 지옥이 되었다. 사람들, 아이들의 문제가 아님을 너무 잘 알았기 때문에 더 고통스러웠다. 모두가 "네 탓이 아니야"라고 조언해줬지만, 내 탓이 아닐지언정 내 마음이 문제인 것은 분명했다.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없어서, 사람들에게 웃어줄 여유가 없어서. 그것은 비단 직장에서만 겪는 어려움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상 속에서 나는 머리로는 '아이들을 존중해야지' 하면서도 나만의 틀로 나를 가두고, 아이들을 가두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힘을 잔뜩 주고,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까지 욕심내느라 지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다. 차곡차곡, 노하우를 쌓아가며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알면서도 잘 안 됐다.


나의 지독한 완벽주의는 내 숨통만 조인 것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숨통도 조였다. 난 정말 일상 생활이 힘들 정도로 자극에 민감했고, 그 끔찍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 너무 두려웠다. 그래서 살아오면서 거의 모든 자극을 차단하려고 애썼다. 직면하고 견딜 힘이 없었기 때문에 철저하게 외면하며 살았던 것이다. 외면한다고 없어지는 게 아닌데.


아무튼 그래도 아이들을 예뻐한다고 생각했는데, 방학 때 마음수련 교원직무연수를 다녀와서 다시 만난 아이들은 훨씬 더 예뻐보였다. 화 나는 일도 줄어들고. 전에는 걸핏하면 스스로도 주체할 수 없는 화가 치밀어서 버럭, 소리를 질러버리는 못된 선생님이었는데, 아이들이 어떤 잘못을 해도 평정심을 찾을 수는 있게 되었다. 필요에 따라 의도적인 화를 내는 것이다. 내 감정에 휘둘리지 않게 된 것은 큰 변화였다.


그래서 나는 마음빼기 명상이 아이들 인성지도를 위해 적용하는 것 이전에 선생님들에게 꼭 필요한 연수라고 여기고 있다. 교사의 마음이 곧 인성지도 아닌가? 왜 다른 방법을 찾지? 마음빼기 명상 방법이 아이들 인성지도에 효과적이기는 하다. "변기에 쓰레기가 꽉 막혀 있었는데 뚫어 뻥으로 뻥! 뚫은 것 같아요"라는 아이들의 표현이 감동적이지만 말은 둘째 치고 아이들 표정이 얼마나 밝아지는지만 봐도 가슴이 뜨거워진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마음수련 교원직무연수의 비전은 선생님의 마음이 먼저 행복해진다는 데 있다. 나도 모르게, 내가 옳다고 믿었던 그 모든 틀을 내려놓았을 때 새롭게 보이는 모든 것. 있는 그대로의 나, 있는 그대로의 너. 나는 세상에 행복한 아이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 선생님들이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헐, 쓰다 보니 기승전마음수련교원직무연수
제가 2014년 1월 겨울 연수를 갔었거든요. 이번 겨울에는, 2017.01.07.(토)~01.14.(토) 59시간짜리 연수라네요. 강추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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