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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삶은유 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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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명한 새벽빛 Jun 05. 2017

냄비

요리사에게

어째서 나는

금새 뜨거워지고

금새 식어버릴까?


이런 내가

쓸모 없게 느껴져서

불만이었는데


너는

바로 그런 이유로

나를 선택했대


재료를 잘 익혀

맛있는 요리를 하는 데

내가 꼭 필요하대


너는 너로

나는 나로

함께 할 수 있다니

감사한 일이야


이제는

뜨거워도 괜찮아

금방 식어도 괜찮아

그게 내 모습이니까




너의 손에 쓰일 수 있어 다행이다.


삶은 저마다의 쓰임을 알게 되는 과정이 아닐까? 나 자신이 쓸모가 없는 것 같다고 길 때가 많았는데, 어떻게든 주어진 역할을 찾고 만들기도 하면서 살아지는 것 같다. 정해진 것은 하나도 없으며 모든 것은 변하지만, 나로서 살아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세상에 태어났다는 건, 이미 세상이 나를 쓴다는 의미일지도 모른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 그대로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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