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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희 마리아 Sep 16. 2024

가족

지지고 볶다가

밀고 당기다가


남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가

남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다가


물리적 거리는 제일 가까운데

심리적 거리는 한없이 멀어


낯선 집 지나가듯

집 앞을 지나


대문이 건너다 보이는

찻집으로 들어간다


대문을 노려보며

숨 고르고 차 한 잔 마시고


큰 숨을 내쉬며

현관문을 연다


한 옥타브 올라 간 목소리


얘들아, 엄마 왔다

여보, 나 왔어요


토끼같은 새끼들

나 아니면 누가 지키랴


불쌍한 내 남편

나 아니면 누가 봐 주랴


그래도

남보다는 낫지


그래도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사이이지


즐거운 시간도 있었지


이렇게 사는 것이

인생이겠지


이렇게  사는 것이

내 할 일이겠지.


--------------

가족.
묘하고도 묘한 관계

가족
이상하고도 기이한 관계

가족
한없이 느슨하면서도 팽팽한 관계

가족
그래도 내 식구 , 내 새끼들

온전하게
예쁘고 사랑스러웠던 것은 잠시

긴 시간
쌓여가는 묘한 감정들

갈수록
벌어지는 차이들

다 까발릴 수도 없고


다 까발린다 해도
뾰쪽한 수도 없고

그냥 그렇게
묻고 사는거지

나도 나를 모르는데
누구를 알 수 있으랴

그래도 가족인데
그래도 식구인데

좋다.
한번만 또 봐 준다
다시 한 번 살아 본다

그러면
시간이 가겠지.
그러면 숙제가 끝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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