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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희 마리아 Nov 20. 2024

꽃이 피는 이유

꽃이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남들에게 보이려고 꽃이 핀다고 생각하느냐? 다른 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 꽃이 피는 거야. 내 마음에 들기 때문에 꽃이 피는 거야. 나의 즐거움과 나의 기쁨은 꽃이 핀다는 데에, 내가 존재한다는 데에 있어.”

『쇼펜하우어의 고독한 행복』 중에서. 아름답지만 누구의 눈에도 띄지 못한 채 시들어버리는 들꽃을 안타까워하자, 들꽃이 하는 말이다.

중앙일보, 아침의 문장, 2024.  7.4. 28면.


맞다. 에게 보이기 위해 꽃을 피운다면, 모든 꽃들은 도시로, 도시로, 눈에 띄는 곳으로  몰려들어야 한다.


그런데, 꽃은 남을 위해서 피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위해서 핀다.  그래서 장소나 시간이 상관이 없다.


어쩌면, 자신을 위해서 피는 것도 아니고, 피어야 하니까 피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주어진 삶, 부여된 책무를 게으르지 않고 나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이루어 내는 것, 그것이 꽃이 이유가 아닐까.

또 피워내는 꽃의 기쁨, 만족이 아닐까.


그 기쁨과 환희를 가끔 함께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더 기쁠 테지만, 그건 보너스일 뿐.


그래서 척박한 곳, 외진 곳, 의외의 곳에서 발견되는 꽃은 더 예쁘다. '너, 거기 있었어?', '예쁘구나, 장하다.'속삭여 주며 눈길을 준다.


인생의 고비고비마다에서 그렇게 아팠던 것이 나의 꽃을 피워내기 위함이었음을 깨닫는다.


나의 꽃. 간혹 지나가는 누군가에게 눈에 띄어 위로가 되는 꽃.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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