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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봉지

by 선희 마리아

매일 아침

의식을 치르듯 약봉지를 챙긴다.

혈압약, 비타민, 골다공증 약, 건강식품,


주먹이나 되는 약들

놓치면

금방 병이라도 나는 것처럼 정성스럽게 챙긴다


예전에

부모님이 식탁 위에 약봉지 올려놓은 것을

때마다

다 드신 약봉지를 식탁 위에 둔 것을

볼 때마다

짜증 내며 지적했던 것을 아프게 후회한다


약은 드실 때 꺼내서 드시면 되지

왜 눈에 보이게 챙겨 놓으시냐

다 먹은 빈 봉지는 왜 버리지 않으시냐

그때마다 어색하게 웃으시며

약 먹는 것 잊어버릴까 봐

약 먹은 것 잊어버릴까 봐

했던 그 말씀이

왜 이렇게 아프게 오는지


그것 하나 헤아리지 못하였던 게

자식이었던가

그날이 이리 빨리 올 거라는 것을

몰랐던 것인가


나이 드는 것은

자식에게조차

약함을 말할 수 없고

힘듦을 말할 수 없고

무서움을 말할 수 없고

두려움을 말할 수 없는


외로운 혼자만의 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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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보고 싶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뵙고 싶다.


나는 아버지처럼 점잖게, 조용하게

늙어 갈 자신이 없다.

나는 어머니처럼 힘없이 눈치 보며

늙어 갈 자신이 없다.


어느새 나는 어머니, 아버지의 뒤를 따라간다. 시간은 나를 어머니, 아버지의 길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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