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모든 현대문학은 마크 트웨인이 쓴 한 권의 책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 책을 읽을 때 아이들이 검둥이 짐을 탈출시키는 장면에서 멈추어야 해요. 그게 진짜 끝이거든요. 나머지 이야기는 그저 눈속임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그 책은 미국 최고의 걸작이고 미국이 모든 글은 그 작품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 이전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그 이후로도 그만큼 훌륭한 작품은 나오지 않았어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글쓰기>, 195쪽.
마크 트웨인이 발표한 많은 작품 가운데서도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 작품은 미국 문학사는 말할 것도 없고 세계 문학사의 반열에 올라 있다. 이 작품을 읽지 않고서 미국 문학을 제대로 말할 수 없다고 하여도 그렇게 틀린 말이 아닐 것 같다. 프랑스 문학사에서 스탕달의 『적과 흑』, 독일 문학사에서 괴테의 『파우스트』, 그리고 러시아 문학사에서 레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빼놓을 수 없듯이 미국 문학사에서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빼놓을 수 없다. <작품 해설>, 598쪽.
마크 트웨인Mark Twain (1835-1910) (마크 트웨인 사진 첨부)은 1835년 미국 미주리 주에서 태어났으며, 본명은 새뮤얼 랭혼 클레멘스다. 네 살 때 가족을 따라 미시시피 강 서쪽 해니벌로 이사했으며, 그곳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경험은 훗날 그의 작품에 큰 영향을 끼쳤다. 1847년 아버지를 여읜 후 여러 신문사에서 식자공으로 일했으며, 미시시피강을 누비는 증기선의 수로 안내인으로 일하기도 했다. 1861년 남북 전쟁 이후, 신문 기자로 일하면서 신문과 잡지에 글을 기고하였다. 1863년부터 ‘마크 트웨인’이라는 필명을 쓰기 시작했고, 1867년 첫 단편집을 출간하였다. 『톰 소여의 모험』(1876)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1884)은 인간 사회의 위선을 풍자하고 자연의 위대함을 노래한 작품으로 미국 문학의 걸작으로 평가된다. 미국 예일 대학교와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받기도 한 트웨인은 1910년 사망했다. <책 앞면 날개, 작가 소개 참조>
흔히 <미국의 셰익스피어>요 <미국 문학의 링컨>으로 일컫는 마크 트웨인은 미국 작가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작가를 통틀어서도 가장 폭넓은 독자층을 가지고 있는 작가로 꼽힌다. 그의 작품은 유치원 학생에서 대학원 박사과정에 있는 학생에 이르기까지 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즐겨 읽는다. 『톰 소여의 모험』이나 『허클베리 핀의 모험』 또는 『왕자와 거지』 같은 작품을 읽지 않고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듯하다. 이렇듯 그의 작품은 청소년들이라면 반드시 겪어야 하는 일종의 통과의례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마찬가지로 문학 작품을 좀더 진지하게 읽고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의 독서 목록에도 그의 작품은 약방의 감초처럼 꼭 끼게 마련이다. <작품 해설 >, 597쪽.
적지 않은 작가들이 그 동안 그에게서 직접 또는 간접 큰 영향을 받아 왔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말하자면 트웨인은 <작가들의 작가>로서도 문학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헤밍웨이와 같은 시대에 활약한 윌리엄 포크너도 셔웃 앤더슨이 자기 세대 작가들의 아버지라고 한다면, 트웨인이야말로 앤더슨 같은 선배 세대 작가들의 아버지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헤밍웨이나 포크너 같은 작가들에게 트웨인은 미국 문학의 할아버지에 해당하는 셈이다. 그리고 영국과 미국 모더니즘 문학의 대부격인 T. S. 엘리엇 또한 <트웨인은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작가들에게도 새로운 창작 방법을 발견해 낸 작가들 가운데 한 사람>이라고 말하였다. 미국 문학사, 더 나아가 세계 문학사에서 트웨인이 이룩해 놓은 업적을 생각할 때 이러한 찬사는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닐 성 싶다.<작품 해설>,598쪽.
경 고 문
이 이야기에서 어떤 동기를 찾으려고 하는 자(者)는 기소할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어떤 교훈을 찾으려고 하는 자(者)는 추방할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어떤 플롯을 찾으려고 하는 자(者)는 총살할 것이다.
-지은이의 명령에 따라, 군사령관 G. G
『톰 소여의 모험』이라는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아마 나에 대해 잘 모를 겁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리 대수로운 일이 아닙니다. 그 책을 쓴 사람은 마크 트웨인이라는 사람인데 대체로 진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좀 뻥튀겨 말한 대목이 없지 않지만 대체로 진실을 적고 있는 셈이지요. 그건 아무래도 좋습니다. 나는 여태껏 한두 번 거짓말을 안해 본 사람을 본 일이 없답니다. 모르긴 해도 거짓말을 한번도 안해 본 사람이라면 폴리 아줌마나 과부댁 또는 아마 메리 정도일 거라구요. 15쪽.
사흘 밤 안으로 우리들은 일리노이 주 남단 오하이오 강이 흘러들어가는 어귀에 있는 케이로라는 곳에 닿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곳이 바로 목적지였지요. 뗏목을 팔아서 증기선을 타고 오하이오 강을 따라 올라가 자유주(自由州)에 들어가면, 모든 귀찮은 일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174쪽.
그 사나이들은 가버렸고, 나는 뗏목에 올라탔습니다. 내가 한 일이 나쁜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비참한 마음이었지요. 난 암만 좋은 일을 하려고 별러도 나에겐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좋은 일을 하는 걸 배우지 못한 인간한테는 전혀 기회가 없었던 겁니다. - 위급한 상황에 부딪치면 뒤를 밀어서 좋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으니 결국 손을 들고 말지요. 나는 잠시 생각해 본 다음 이렇게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가만 있자 내가 옳은 일을 해서 짐을 남의 손에 넘겨 주었다고 하면, 내 마음이 지금보다 더 편할 수 있을까? 천만의 말씀, 기분이 좋지 못했을 거야 - 아마 지금과 마찬가지 기분이었을 거야. 나는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옳은 일을 하는 데 힘이 들고, 나쁜 짓을 하는 데는 힘이 들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 결과가 똑같다면 옳은 일을 하려고 노력해 본댔자 소용없는 일이 아닌가? 나는 여기서 그만 딱 막히고 말았지요. 이 문제에 대해 답을 내릴 수가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이젠 이 일로 마음을 쓰는 일은 아예 그만두고, 이제부터는 그때 그때에 제일 편리한 방법을 택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221쪽.
그래서 나는 그야말로 고민에 빠졌고,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를 지경이 되고 말았습니다. 마침내 한 가지 생각이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그래, 편지를 쓰자-그러고 나서 기도가 나올는지 보기로 하자. 그러자 놀랍게도 그 순간 내 마음이 깃털처럼 가벼워지면서 모든 고민이 말끔히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래서 기쁘고 마음이 들떠 나는 종이와 연필을 꺼내어 앉아서 이렇게 편지를 썼습니다.
왓츤 아줌마에게 아줌마의 도망한 노예 짐은 파이크스빌의 하류 약 2마일에 와 잇습니다 펠프스 씨가 그를 붓잡아놓고 잇습니다 만약 아줌마가 상금을 보내면 풀어줄 거입니다.
‐헉 핀. 450쪽.
아슬아슬한 고비였습니다. 나는 종이를 집어 손에 쥐었습니다. 몸이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둘 중에서 어느 하나를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되었고, 어느 쪽을 택할 것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나는 숨을 죽이고는 잠시 생각한 끝에 이렇게 혼잣말로 중얼거렸습니다.
"좋아, 난 지옥으로 가겠어."-그러고는 편지를 북북 찢어버렸습니다.
그것은 끔찍스런 생각이었고 무서운 말이었지만 벌써 입 밖으로 내뱉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나는 내뱉은 말을 취소하지 않고 그냥 그대로 내버려두었지요. 그러고는 이제 두 번 다시는 마음을 고쳐 먹는 일에 대해서 신경을 끄기로 했습니다. 그 모든 생각을 머리에서 말끔히 씻어버렸지요. 다시 나쁜 짓을 하기로 하자고 했습니다. 나란 놈은 자라나기를 그런 식으로 자라났으니 나쁜 짓이 내 천성에 맞고, 착한 일은 그렇지 않다고 말입니다. 맨 첫번째 일로 나는 짐을 다시 한번 노예 상태에서 훔쳐 내자. 아니 그보다 더 나쁜 일을 생각해 낼 수 있다면 그것도 하겠다고 다짐했지요. 나쁜 짓을 하기로 한 이상, 더구나 끝까지 하기로 한 이상, 철저하게 해내는 것이 좋을 테니까요. 451-452쪽.
내가 이렇게 말했지요.
「좋아. 헌데 잠깐 기다려봐. 또 한 가지 얘기할 게 있어 - 나밖엔 아무도 모르는 얘기야. 그건 말이야. 여기 내가 노예 신분에서 구해 내려고 하는 검둥이가 하나 있어 - 이름이 짐이라고 하는데 - 왓츤 아줌마네 짐 말이야」 그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뭐라구? 어떻게 해서 짐이 - 」
그는 말을 멈추고는 다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말했지요.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난 알아. 그건 더럽고 비열한 짓이라고 할 테지. 하지만 어떻다는 거야 - 난 야비한 인간이야. 짐을 훔쳐낼 작정이야. 네가 입 다물고 누설하지 말아주었으면 해. 그렇게 해줄 거지?」" 이 말에 톰은 눈에 광채를 띠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짐을 훔쳐내는 걸 도와주겠어!」 이 말을 듣고 총에라도 얻어맞은 듯이 나는 정신이 아찔했습니다. 이렇게 사람을 놀라게 한 말을 듣기란 난생 처음이었으니까요- 그리고 톰 소여에 대한 평가가 상당히 떨어졌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톰 소여가 검둥이 도둑이라니요! 472쪽.
「짐을 가둘 권리가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어서 빨리 가! - 일 분이라도 꾸물거리고 있어선 안 돼. 쇠사슬을 풀어 주란 말이야! 짐은 이제 노예가 아니야. 이 지상을 걸어다니는 어느 생물 못지 않게 자유의 몸이란 말이야!」
「이애가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샐리 이모,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정말이에요. 아무도 안 간다면 내가 갈 거예요. 나는 일생 동안 그 검둥이를 잘 알고 있고, 그건 저기 있는 톰도 마찬가지지요. 왓츤 아줌마가 두 달 전에 세상을 떠났는데, 그를 강 하류에다 팔려고 하던 일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그랬어요. 그래서 유언으로 그를 노예 신분에서 해방시켜 주었어요」
「그렇다면 너는 대관절 무엇 때문에 너는 그를 자유의 몸으로 만들어 주려고 했단 말이냐, 벌써 자유의 몸이 되었다면서?」
「글쎄요. 실은 그게 문제예요. 역시 이모도 여자는 여자군요! 난 모험을 하고 싶었던 겁니다. 피바다에 목만 내놓고 거닐고 -아니, 맙소사, 폴리 이모다!」
그때 폴리 아줌마가 몹시 기분이 좋은 천사처럼 인자하고 만족스런 표정을 하고 문 안쪽에 서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587쪽
자, 이제 더 이상 쓸 이야기라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것이 나에게는 무엇보다도 기쁩니다. 그 까닭은 만일 책을 쓴다는 것이 이렇게도 귀찮은 일인지 미리 알았더라면, 나는 아마 이 일에 덤벼들지 않았을 것이고, 두 번 다시는 이런 일을 하려고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나는 나머지 사람들보다 앞서 인디언 부락으로 떠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샐리 아줌마가 나를 양자로 삼아 <교양 있는> 사람으로 만들려 하고 있고, 나는 그 일이 도저히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그 일이라면 전에 한번 해본 적이 있으니 말입니다. 59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