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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노아 레인 Aug 22. 2024

은하수가 흐르던 밤

 귀뚜라미가 또롱또롱 또로롱 참 부지런도 한 건지 성질이 급한 건지

아직 무더위가 가시려면 십 수일이 남은 것 같은데 청아한 소리로 귓가에 속삭이고 있다.

왜 하필 그 시간이면 배가 살살 아픈지 모를 일이다.

아마도 낮에 욕심껏 먹은 아이스께끼의 영향인 듯싶다.

"아빠 아빠" 철없는 막내딸의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에

대기라도 하고 계셨던지 이내 대답을 하신다.

"배가 아파서 변소에 가야 할 것 같아요"

아빠는 말없이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으시더니 머리맡에 손전등을 집어 들고 앞장서신다.


마루 밑에 강아지 "삐꼼이"는 꾸벅꾸벅 졸다가 어그적 어그적 왜 따라나서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냄새를 맡았겠지! 후후!

사실 "삐꼼이"라는 이름은, 강아지가 사람이 오면 짖기도 하고 뭔가 행동을 해줘야 맞는 것인데

이 아이는 도대체 그럴 생각도 없는 듯 사람이 오던 어린 쥐가 여유 있게 지나가도

삐꼼히 내다만 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성격이 느긋해서인지 우리 집에서 내 키가 마루 기둥 반을 넘길 때까지 살다 우리 곁을 떠난 것 같다.


그렇게 한밤중에 내가 화장실에 도달할 때까지 무슨 개선장군 행차 하듯이

처마 밑에 토끼도 빨간 눈을 꿈뻑이며 내다보고 있다.

토끼 눈이야 원래 빨갛지만 유난히도 더 빨개 보인다.

닭장 안에 닭들도 아빠가 만들어 놓은 나무틀 위에 서서 잠들어 있다가 연신 푸드럭 거린다.


"아빠 꼭 거기 서 있어야 해요!"

우리 집 변소는 앉으면 하늘이 들어오는 구조라서 바람 불고 비 오는 날은 어린 마음에 싫었지만

맑은 날엔 밤하늘에 별을 가득 들일 수 있어서 좋았다.

기다리던 아빠가 "하늘에 별을 봐봐! 은하수 보이지? 저기는 북두칠성, 하나 둘 세어 보아라"

너무너무 신나는 아빠와 나의 놀이가 시작되었다.

"응 아빠 보여보여! 저번에 가르쳐 준 북극성도 있네요?"

"에고 기특해라! 그걸 안 잊고 있었어?"

사실 북극성은 다섯 살 꼬마도 아는 별일게다. 유난히 반짝이는 아름다운 별...


어느새 하늘에 은하수가 내려와 우리 집 앞마당을 꽉 채우고 있다.

순간, 어느 것이 별이고 어느 것이 반딧불이 인지 구분이 안될 사이에

쭈그리고 앉은 다리에서 "짜르르" 쥐가 나기 시작했고

내 사정을 알 리 없는 아빠의 별자리 이야기는 끝이 없다.


그래! 오른쪽 검지 손가락에 침을 묻혀서 코 끝에 콕콕 찍어 바르자!


요즘처럼 작은 아파트에도 화장실이 두 개씩 들여져 있고

비바람이 무당춤을 추어도 끄떡없는 편리한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왜 그 시절의 화장실이 그리운 건지...

아마도 밤하늘의 쏟아지는 별들, 그 은하수를 들일 수 있어서 그런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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