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젖은 빵

by Hee언니

세차게 비가 내리는 오늘 같은 날이었다. 아빠는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에 보던 보통의 눈이 아니었다. 속눈썹에 매달린 물방울 한 덩이가 점점 부풀어 올랐다. 커다란 소의 눈망울 같은 눈으로 바뀌어버린 아빠의 눈동자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그것이 언제 떨어질지 모를 정도로 부풀고 있다. 슬펐다.


꿈에서 깨니, 걱정이 밀려온다. 2주 전, 엄마랑 통화를 하다 아빠가 왼쪽 눈이 잘 안 보인다는 이야기를 듣고 당장 서울로 오시라 했다. 레이저 치료를 하고 있는데도 계속 차도가 없다며 엄마는 걱정했다. 대학 병원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잡았다. 한 달이고 두 달이고 기다려야 하는 예약 잡기가 한 번에 성공이다. 어째 더 불안하다.


일주일 뒤, 예약했던 병원에 진료를 보러 갔다. 아빠의 증상을 이야기하고 예약을 잡았는데, 예약을 잘못 잡았다고 한다. 예약은 쉽게 됐지만 진료 한번 보기가 순탄치 않다. 망막인지 각막인지 구분할 수 없는 일반인은 증상만을 이야기하고 각막 보는 선생님으로 예약을 했다. 진료의뢰서에는 포도막염이라는 질병명이 쓰여있기에 망막 파트 선생님으로 진료를 봐야 한다고 한다. 각막으로 예약한 진료는 취소가 됐다. 당일날 교수 진료는 받을 수가 없어서 전공의 진료를 일단 받기로 하고 검사를 진행했다. 진료를 받기도 전에 이미 지쳐버렸다.


우여곡절 끝에 진료를 겨우 받았다. 아빠의 왼쪽 눈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해 보였다. 시력 검사 판의 맨 위 숫자 4가 보이질 않았다. 먹는 약과 안약의 종류가 늘어났고, 다음 날 예약 된 검사도 여러 가지다. 진료만 본 것 같은데, 20만 원. 검사를 다 끝내고 50만 원. 자꾸 불어나는 검사비에 아빠는 흠칫 놀라셨다.


다음날 아침, 아침부터 예약된 검사를 하러 병원으로 갔다. 공복에 해야만 하는 검사를 끝내자, 배고픔이 밀려왔다. 병원 앞 식당에서 갈비탕을 한 그릇씩 먹었다. 웬일로 아빠가 계산을 한다고 한다. 괜찮다는 말에도 만 원짜리 지폐 두장을 기어이 힘을 내어 건넨다.


진료 결과는 일주일을 기다려야 하기에 집으로 내려가기 위해 역으로 출발했다. 아침은 먹었지만 기차 안에서 보내는 점심때를 놓칠 수 있으니 간단히 요기라도 하실 수 있게 빵을 사러 갔다. 고로케를 골라 담았다. 한참 남은 기차 출발 시간을 기다리기 지루하셨는지 아빠는 빵 봉지를 열었다. 허겁지겁 드시는 아빠를 보며 입맛에 맞나 보다며 하나 더 사 오겠다 일어나는데, 아빠는 괜찮다셨다. 하나를 다 드시자, 그제야 하나를 더 사 오시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고로케 맛이 궁금했다. 일어나는 아빠를 말리며 내가 다녀오겠다고 엉덩이를 들었다. 엄마도 생각이 나 고로케 4개를 더 사 왔다. 빵봉지를 여행 가방에 넣고 있는 그때, 아빠의 입술이 움찔거렸다.


왜 이 타이밍에 눈물이 튀어나오는 걸까. 아빠는 울먹이셨다. 결혼식 입장 때 본 이후로 오랜만에 아빠의 눈물을 보았다. 돈 없는 거 아니냐는 말을 더듬더듬 이야기하신다. 하필 이 타이밍에. 요즘 빵값이 비싸긴 하지만, 고로케 살 돈이 없는 줄 아셨나.


많이 나온 병원비에 놀라신 걸까. 자꾸 불어나는 검사비에 걱정도 늘었나 보다. 병원비가 문제인가 안 보이는 눈이 문제지. 괜찮겠지.




Photo by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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