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식집사의 기쁨과 슬픔
미안 미안해.
by
Hee언니
Aug 30. 2023
키친타월에 올려놓은 멜람포디움 씨앗들이 하루 만에 인사를 나누었다. 콩나물 뿌리처럼 조그마한 꼬리가 나타났다.
우와!
하루 만에 벌어진 일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놀랍고도 신비한 생명의 세계는 무한하군.
물을 좀 더 뿌려주고 다른 친구들이 얼른 깨어나길 기다렸다.
이렇게 쉽게 발아가 되다니!
다음날, 뭔가 좀 시들해진 듯한 아이들이 걱정됐다. 물을 살짝 더 뿌려주면 괜찮겠지란 마음을 가지고 외출을 했다.
하루 종일 바깥에 있다가 돌아온 저녁, 눈물이 앞을 가렸다.
맙소사. 키친타월은 말라있었고, 꼬리가 있던 씨앗 두 개도 말라버렸다.
한낮의 뜨거운 열기가 물기를 말려버렸다.
정성을 다해 기르려고 했다. 마음먹은 데로만 세상이 돌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태진아 아저씨 노래가 생각났다. 미안 미안해. 미안 미안해.
바로 흙으로 옮겨 줘야 했던 것일까. 너무 늦어버린 마음에 미안한 마음만 커졌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잠깐의 잘못 계산된 타이밍이 씨앗의 시작을 막아버렸다. 세상에 나오지도 못하고 안녕을 고한 그 아이들. 할 말이 없었다.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인생은 타이밍이라지만 이제 와서 말라버린 타이밍을 되돌릴 수는 없겠지. 자라고 있는 드래곤 삼총사에게 더 정성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미안한 마음을 담아서.
다정했던 한 때
keyword
미안
식물
공감에세이
73
댓글
24
댓글
24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Hee언니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해 뜨는 아침처럼, 매일의 평범한 순간에서 반짝임을 찾습니다. 아들 셋을 키우며 웃고 울고, 춤추듯 살아온 이야기를 씁니다.
구독자
629
제안하기
구독
매거진의 이전글
갈등의 시작
도전은 계속된다.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