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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 Mar 04. 2022

잘가고 있다고 믿고 싶다

캐나다 일상


오늘도 40 일찍 나선다. 천천히 찬양을 들으며 오늘 닥쳐올 파도를 예상하며 지혜와 담대함을달라고 기도하며 걷는다. 한국에서 캐나다의 사진을 보며, 이런 일상이면 모든 즐기면서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다. 일상은 일상이다. 빠르게 무심해진다.


9 45, 누구보다 일찍 도착한다. 이쁘고 깔끔한 홀을 지나 주방으로 들어가 두꺼운 목공장갑을 끼고  위에서 비닐장갑을 두개씩 겹쳐낀다. 손이 둔해져서 주먹도 쥐어지지 않는다. 나는 두개의  튀김기계에서 12시간을 일한다. 가장 먼저 무거운 오일을 튀김기계에 쏟아 넣는다. 벌컥벌컥도 아닌 철컹철컹 소리가 난다. 불을 키고 온도를 맞춘다. 온도가 오를 동안 오늘 사용할 식기들을 가장 최소한의 동선으로 모두 챙겨가지고 온다. 나는 아직 잊는 물건들이 많아 자주 다시 간다. 뛰어간다. 미끄러워 달리기가 금지인 이곳에서 나는 뛰어다닌다. 밀가루도 종류별로, 오일도 박스채로 넉넉하게 가지고 와서 하루동안 부족해서 중간에 찾으러  일이 없게 만든다.  닦을 시간도 없기에  켠에 물을 듬뿍 받아 넣어 둔다.


11시가 되면 새우를 200마리 정도 튀긴다. 150마리의 새우와 한번  반죽물을 입힌 통통이 새우 50마리,  새끼손가락까지 이용하여  손에 8마리의 꼬리를 잡고 밀가루를 골고루 입혀  털어내고 반죽이   반죽물에 꼬리까지 담가 기름에 넣는다. 기름이 손까지 차오른다. 뜨거워도 피하지 말고 살랑살랑 새우를 위아래로 기름속에서 흔들어준다. 그래야 새우에 이쁘게 튀김살이 붙는다. 다음은 “이라고 하는 우리나라의 고구마 같은 튀김을 튀긴다. 새우보다는   힘입게. 터프하게, 하지만 바싹하게, 한번 베어 물면 부드럽게 튀겨져야 한다.


 튀김은 예술이었어


캐나다에 온지 한달 하고도 일주일 째다. 한달내내 아이들과 붙어 다니며 빈집을 갖추느라 정신없이 바빴다. 예상하고 준비해  지출이라 신나게 카드를 긁어 대며 계산하지 않고 물건을 사고, 장을 보았다. 나의 은밀한 즐거움  하나는  움직임과  지출이 나갈 ,  흐름에 묻혀서 평소에   없는 지출을 마음 편히 하는 것이다. 삶에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캐나다에 와서 나에게  변화란, 한국의 반찬과 배달, 급식, 새벽배송을 의지했던 나의 살림에 삼시세끼, 아이들의 도시락이란 변수가 생긴 것이다.  시간을 아끼고 아껴  보고 글을 쓰고 공부하며 취미 생활했던 나의 시간은 싹뚝 잘라 없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나의 언어가 사라졌다. 알고 있는 영어마저도 내뱉어 지지 않아 원시인처럼 소리와 표정으로 의사소통을 한다. 캐나다의 친절한 사람들만 만나서  불편함이 없이 모든 일이 해결되어지고 있다. 큰일이다.


노동은 나의 삶이었다. 어떤 모습이든 간에 나는  노동을 하고 있었기에 캐나다에 와서 노동의 끝이라고   있는 주방일도 두렵지 않았다. 남편의 공부와 아이들의 행복과  좋은 삶을 위해서 내가   있는 일이 있다면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괜찮았다. 하지만   깨달았다. 괜찮았다라고 내가 소리내서 말할  있었던 것은 괜찮지 않은 나에게 주문을 거는 일이라는 것을.


나의 체력과 시간들이 튀김가루처럼 우수수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나의 삶이 나의 손가락 사이사이로 의미없이 쏟아지는 기분이다.  



주방은 전쟁이다. 캐나다 사람들은 한국의 스시, , 튀김을 사랑한다. 캐나다에서의 가장 많은 파트타임이 스시집이다. 나의 멘탈과 관계없이 주문 전표들이 쏟아져 꽂혀진다. 전표가 나올  울리는 신호음이 가장  공포이다. 튀김공간과 나는 한정되어 있는데 메뉴들은 10 20개씩 쌓이고, 음식을 독촉하는 소리와, 앞에 스시맨들의 오더사이에 나는 최소한의 동선을 잊어버리고 갈팡질팡 시간을 낭비한다. 가장 바쁜 시간에 말이다. 나와 함께 일하는 50대의 성실한 베트남 아저씨는 나보다 영어를 못한다. 우리는 고릴라처럼 소리를 내면서 표정으로 손짓으로 의사소통을 한다. 틀리는 일이 없다. 정확하게 해낸다. 저녁 마지막 오더를 받으면  몸이 땀과, 기름범벅이 되어진다. 마감을 시작한다. 내일 오픈할 사람을 위해서  많은 시간과, 노동, 정성을 들여야 한다. 스시집의 문을 열고 나오면 마법처럼 허리부터 손가락 발가락까지 퉁퉁 붓고 아파,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다. 일분 전까지 무거운 박스들을 슈퍼우먼처럼 옮겼던 나는 한발자국 걷는 것조차 힘들어진다.


그리고 200달러를 벌었구나. 뿌듯한 가장의 마음으로 행복과 아픔을 마음껏 즐기면서 하루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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