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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선 Dec 20. 2021

회의. 최종. 진짜 최종.

 팀원들과 회사 근처 카페에서 만났다. 팀원들은 평소와 다른 표정을 하고 있어서 초면처럼 느껴졌다. 아는 거라곤 대표*가 부장님에게 ‘부서를 없앤다.’라고 알린 것뿐이다. 우리는 아는 정보가 많지 않았고 논의하면서도 울컥울컥 억울했다. 따듯한 차로 속을 달래며 회의를 이어갔다.        


 2020년 초 시작된 코로나로 인해 일터였던 영화관은 휴업을 했다. 회사에 다니며 쉴 수 있다? 같이 일하고 있던 스탭과 은은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부장님만이 어떤 복선을 눈치채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영화관에 와서 한 번 더 상황을 알려주었다. 휴업 중에도 한 번씩 일터에 놀러 가서 일했다. 항상 사람이 오가는 공간 한 틈에서 일하다가 아무도 없는 널찍한 공간에서 혼자 일하니 집중도 잘됐다. 긴 휴업을 거쳐 재개관이 결정되었다. 기간 내에 도저히 안 될 것 같은 준비가 어떻게든 되었다. 무리한 일정을 소화했다. 일은 무리하는 게 쉽다. 무리하지 않는 게 어렵다. 바쁜 일꾼 생활을 이어갔다. 그리고 부서가 없어진다는 소식을 들었다.      


 회의를 마친 어느 날. 팀원 몇몇과 헤어지지 못하고 말없이 회사 주변을 걸었다. 이따금 참담한 마음을 농담으로 넘겨보려고 했지만 되지 않았다. 어정쩡하게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서늘한 건물 안에서 무례한 말을 들어서 손끝이 찼다. 하지만 오래 걸어서 따뜻한 볕이 내 등과 목덜미를 쓰다듬어주었다. 괜찮다고. 회의는 여러 번 거듭되었다. 회사가 무성의한 소식을 알릴 때마다 이어졌다. 우리는 각자 다른 결정을 했다. 아무도 없는 영화관 에 쪼르르 앉아서 회의했다. 웃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하다가 웃으며 기념(?) 사진을 찍고 헤어졌다.



*님 붙이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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