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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토끼 Jan 10. 2021

까만 밤, 홀로 깨어있는 사람들

불면(不眠)



어김없이 까만 밤은 찾아온다. 자정이 지나고 나면 차츰 아파트의 불빛들은 꺼져가고, 낮 동안 소란했던 세상은 고요해진다. 그 속에서, 홀로 깨어있는 사람들이 있다. 사방이 조용해지는 시간이면 정반대로 내면은 시끌벅적 난리가 난다. 드넓게 펼쳐진 생각의 바다 한가운데에 풍덩 빠져서는 볼품없이 허우적거린다. 헤어 나오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더 깊게 가라앉아버리고 만다.   


 

몇 년도 더 된 과거 일을 꺼내어 애꿎은 이불을 팡팡 걷어차고, 베갯잇을 비틀어 꼬집는다. 그와 함께 아직 오지도 않은 먼 훗날을 어둑한 천장에 그려보며 한숨을 푹 내쉰다. 후회와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져 끝내 목을 옥죈다. 목울대를 몇 번 쓰다듬다가 울컥, 뜨거운 게 넘실거리고 눈물이 솟구치기 시작한다. 침대 한편 모서리에 틀어박혀 온몸을 끌어안고 숨죽인 울음을 떨군다.




예능 <대화의 희열-아이유 편>


처음 아이유의 노래 <무릎>을 듣게 된 날에는 환한 대낮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 들었을 때에는 내게 그리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그날 기분이 어쩐 일로 좀 들떠있었던가, 울적하고 잔잔한 곡이 끌리지 않았다. 그 뒤로 한동안 이 노래를 잘 듣지 않게 됐다.



그러던 어느 잠 못 드는 새벽, 이리저리 몸을 비틀며 뒤척이다가 끝내 휴대폰을 들어 올렸다. 이미 어둠에 익숙해진 탓인지 갑작스레 공격해 오는 환한 불빛에 두 눈을 찡그렸다. 머리맡에 가로등처럼 서있는 스탠드의 조명 스위치를 눌렀다. 불이 탁 켜지면서 깜깜한 방 안에 숨어있던 사물들이 제 모습을 드러냈다. 곧바로 몸을 일으켜 벽에 기대앉았다. 그러고는 한참을 작은 네모칸 안을 뒤적거리다가 <대화의 희열-아이유 편>을 보게 됐다.



그날 밤, 난 한 시간 동안 아이유 편을 다 보다 못해 날이 밝아올 때까지 <무릎>을 몇 번이고 반복 재생했다. 왜 그때는 이런 가사인 걸 몰랐을까. 뒤늦게서야 이 노래에 빠져버린 게 억울했다.



예능 <대화의 희열-아이유 편>


어릴 적 누군가의 무릎에 얼굴을 대고 누워 까무룩 잠에 들었던 기억이 나에게도 있다. 머리칼을 넘겨주는 까실한 손과, 내가 내뱉는 호흡과 반박자 어긋나는 상대의 오르락내리락거리는 따스한 숨결. 그때는 참 순식간에 잘 잤는데. 지금은 왜 이토록 어려운 걸까.



밤만 오면  묶어 놓았던 보따리가 갑작스레 풀어헤쳐진 것처럼 온갖 상념들이 허공을 떠다닌다. 멀리 날려 보내려 해봐도  손은 제멋대로 움직여 움켜쥐고 늘어진다. 아빠는 숨쉬기에 집중하라며 쉽게 말하지만,  그게  어렵다. 천장을 보고 누우면 생각이 괴롭히고, 창밖을 보고 앉으면 우울이 나를 찌른다.



어떤 날엔 밖을 바라보면 간혹 불이 켜진 집 두어 개를 보게 된다. 그럴 때면 '혹시 저 사람도 나처럼 잠을 못 자는 걸까?' 하며 쓸데없는 걱정을 하다가도 안도한다. 나만 뒤척이는 게 아니구나. 나 혼자만 깨어있지는 않구나. 하면서 바보 같은 생각을 한다.



예능 <대화의 희열-아이유 편>


오늘도 캄캄한 밤은 찾아올 테고, 어디선가 홀로 깨어있는 사람들이 뒤척일 것이다. 나도 아직 잘 잠들지는 못하기에 특별한 조언은 해주지 못한다. 다만 요즘도 우울한 새벽이 지속될 때면 <무릎>을 듣는다. 노랫말을 곱씹다 보면 나쁜 기억보다는 머리칼을 넘겨주던 온기 품은 손이 떠오른다. 잠은 오지 않고 안 좋은 생각들이 떠오르는 밤이 온다면 따뜻한 가사의 노래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




우리 모두 스르륵 깊은 잠에 들 수 있기를






모두 잠드는 밤에 혼자 우두커니 앉아

다 지나버린 오늘을 보내지 못하고서 깨어있어

누굴 기다리나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었던가

그것도 아니면 돌아가고 싶은

그리운 자리를 떠올리나


무릎을 베고 누우면

나 아주 어릴 적 그랬던 것처럼 머리칼을 넘겨줘요

그 좋은 손길에 까무룩 잠이 들어도

잠시만 그대로 두어요


아이유 <무릎>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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