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발전소 Oct 24. 2019

뭣도 모르면서 어디서 소확행이랍시고

마흔 살 욜로족의 부동산 힐링 에세이 2


월세의 행복은 결코 줄지 않았다.


반복해서 월세가 입금되는 것을 보면서 나는 이것이 너무 좋은 파이프라인이라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고 본격적으로 부동산 투자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취미로 읽던 재테크 서적을 수험생의 입장에서 다시 읽었고 유명하다는 각종 재테크 카페에 가입했다. 핫한 부동산 전문가의 블로그를 읽고 전설적인 투자자들의 칼럼을 탐독했다. 특히 관심 있던 월세 투자에 대한 강의는 먼 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가서 들으며 나는 깨달았다.


내가 산 아파트는 수익률 면에서 보자면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점수라는 것을.



수익률 계산



 3.65%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이 생각났다. 이건 투자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재테크에서 3.65%는 그냥 가만히 숨만 쉬고 있으면 달성되는 정도의 낮은 수익률이다. 굳이 이 수익률을 바라고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게다가 용감하게도 나는 대출도 전혀 없이, 뭐랄까.. 순수함을 넘어선 바보 같은 방식으로 아파트를 산 것이다. 대출이 위험하다는 옛날 옛적 귀동냥을 믿고 나는 정말 투자자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저질렀음을 알게 되었다. 재테크 카페에서 이렇게 투자를 했다고 말했다간 바보 취급당할 것이 뻔하므로 나는 입을 다물었다.


나는 모르고 살았다. 2억 3천만 원으로 할 수 있는 것이 그렇게 많고 또 그렇게 큰돈인 줄은. 성격만 급해서 소중한 기회를 날려버린 내가 좀 한심해졌다. 불과 몇 개월 전 부동산 사장님에게 나의 소박한 행복을 자랑스레 소개했던 내가 떠오르면 머리통을 쥐어박으며 소리치고 싶었다.


뭣도 모르면서 어디서 소확행이랍시고!





나는 웃기게도 이렇게 먼저 집을 사고 부동산 투자에 대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꾸역꾸역 일을 해서 2억 3천을 모으기도 어려웠지만 아는 게 없으니 아쉬운 투자를 할 수밖에 없었으므로 이렇게 살다가는 부자가 될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


돈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부동산 공부는 그 자체로도 재미가 있었지만 나의 성향을 알아가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예를 들면 몇 달 전 그 2억 3천으로 서울의 아파트를 전세 안고 샀다면 수익률이 100%는 되었겠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그게 상상이 되질 않았다. 내가 가장 아쉬웠던 건 그 당시 대출을 이용해 두 채를 매입할 생각을 못했다는 것이었다.


확실히 나는 작더라도 분명한 수익을 추구하는 타입이었던 것이다. 집값이 오를지 떨어질지를 예측해 목돈을 묶어 놓느니 작지만 꾸준한 소득에 집중하는 것이 좀 더 현실적이고 실체가 있다고 생각했다. 당장 내일 죽을 수도 있는 인생인데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미래의 기쁨에 투자하는 것은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나는 월세 투자에 집중해서 공부해 보기로 했다. 그리고 좀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머니 파이프라인을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이전 01화 입금 알림 문자서비스가 꼭 필요한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