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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전소 Nov 04. 2019

부자가 되는 두 가지 방법

마흔 살 욜로족의 부동산 힐링 에세이 5


부동산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역시 부자가 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일단 종잣돈을 모으고 그것을 잘 굴리면 된다는 아주 단순한 원리였는데, 과거에 나는 이것이 너무나 당연한 말이므로 그냥 무시했었다. 좋은 말은 대부분 당연하므로 별로 감흥이 없지만 내가 지금 부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이런 당연한 말을 무시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종잣돈을 모으는 부분에 있어서 나는 나쁘지 않은 성적이라고 생각했다. 평소 군더더기를 싫어하는 성격이므로 나는 돈을 쓰는 것보다는 모으는 데 적합한 사람이었다. 성실한 낙타답게 아무 생각 없이 일하고 모으기를 반복했고 나름 절약정신도 투철한 편이라 상당히 알뜰하다고 자평한다.


나의 실수는 두 번째 부분에서 일어났는데,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하리라 생각된다. 절약하고 모으는 것은 생각을 할 필요가 없지만 '돈을 잘 굴리는' 부분은 고도의 분석력과 판단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나는 내가 왜 이런 작업을 하지 않았는지 생각해 보았다. 원인은 대출금이었다. 집을 사서 결혼생활을 시작했으므로 당연히 버는 대로 대출을 갚아나갔고 그것이 끝나면 아파트 평수를 늘려 이사를 가면서 또 다른 대출이 시작됐다. 우리의 월급은 오랜 기간 대출금을 갚아나가는 데 썼으므로 사실 종잣돈이라는 것을 모아본 적도 없었음을 알게 됐다.


종잣돈이란 '비교적 단기간에 어떤 목적을 가지고 치열하게 모은 돈'을 뜻했지만 나는 목적을 가지고 돈을 모은 적이 없었다.



그냥 대출금을 갚아 나가는 것이 부자가 되는 길인 줄로만 알았다. 일단 집을 사고 대출금을 다 갚으면 그동안 집값이 올라 부자가 되어 있겠지라고 막연하게 믿고 있었지만 여태 내가 살아왔던 집들의 가격은 제자리거나 오히려 떨어졌다. 집값이라도 올랐으면 돈을 잘 굴렸다고 우겨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마저도 해내지 못했다.


결국 건설사와 은행만 좋은 일을 시키고 나는 부자가 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을 모두 놓쳤다.




부자들은 이렇게 하지 않았다.


대출금은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고 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출금은 훌륭한 '레버리지'고  이것 자체가 능력이라는 것이다. 레버리지를 가능한 많이 사용해서 내 돈을 불려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돈을 빌리는 데 지불하는 이자율보다 물가상승률이 더 가파르기 때문에 남의 돈을 사용해서 좋은 부동산을 매입하고 심지어 차익이 나도 대출금을 갚는 것에 집중하지 말 것을 권했다. 돈의 가치는 계속 떨어지고 있으므로 실물자산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나는 돈이 생기면 따박따박 대출금부터 입금했던 것을 뉘우쳤다. 직장에선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집에선 은행의 눈치를 보느라 피곤하게 살았던 내가 바보였음을 알게 됐다.


만약 그 시기에 은행에 돈을 갚는 대신 적은 종잣돈이라도 모아 전세를 끼고 집을 사두었다면 나는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행복했을 것만 같았다. 떨어진 집값 걱정에 대출금까지 갚느라 세상과는 담을 쌓고 살았던 그 암울한 시간이 부동산 활황기로 접어들고 있던 때였다는 것을 확인했을 땐 가슴에 화살을 맞은 듯 통증마저 느껴졌다.




살아가는 데 국영수가 뭔 소용이란 말인가?



학교에서든 사회에서든 나는 이런 것들을 배워본 적이 없었다. 국영수를 잘해서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에 가서 좋은 집을 사는 것이 최고의 재테크인 줄 알았던 나는 어디 가서 억울함을 호소해야만 할 것 같았다. 시키는 대로 열심히 살았는데 왜 결과가 고작 이것뿐인지 따지고 싶었다.


이제 나는 백세시대임을 감사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있다는 뉴스가 달갑지 않았지만 내겐 지금까지의 무지를 개선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남은 인생은 똑똑하게 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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