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발전소 Nov 05. 2019

부동산 고수를 만나러 갔다

마흔 살 욜로족의 부동산 힐링 에세이 6


고수를 만나러 갔다.



집에서 차로 두 시간 거리에 살고 있다는 월세 투자의 고수에게 강의를 듣기 위해 집을 나섰다. 나는 난생처음 돈을 내고 돈 버는 방법을 배우러 가면서 기분이 묘했다. 괜한 시간 낭비를 하는 건 아닐까? 혹시 사기꾼은 아닐까?


지금까지 내가 공부를 하기 위해 각종 학교와 학원에 갖다 바친 돈에 비하면 적은 액수였지만 성적 향상이나 학위 같은 것을 받는 것도 아닌 일회성 수업료로는 가격이 적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이 사람이 돈을 번 방법이 너무나 궁금했고 설령 내 기대가 무너지더라도 언젠가 한 번은 치러야 할 비용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부동산 공부는 흐름이 계속 변하고 정책도 수시로 바뀌므로 강의는 일반화된 학습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미 지불한 수업료는 버려도 좋다고 마음먹으며 강의장에 도착했다.




주차장도 없는 작은 건물에 부동산 사무실로 쓰면 딱 좋을 만한 크기의 작은 강의실이었다. 책상도 없이 의자만 40개가량 놓여있어서 여섯 시간 동안 진행되는 강의에 집중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역시 평소엔 사무실로 사용하고 주말엔 아쉬운 대로 강의실로 이용한다고 했다.


나는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이런 강의에는 대체 어떤 사람들이 오는 걸까? 사오십대가 가장 많았고 삼십 대 몇 명과 그 보다 많은 육십 대 이상의 사람들이 빈자리 없이 앉아 있었다. 겨울인데도 난방을 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이들의 눈에서 이미 후끈한 열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는 재빨리 수업료와 40을 곱해보고 이것이 또 다른 고부가가치 사업임을 눈치챘다. 본인의 사무실을 강의실로 사용하므로 대여료도 없고 의자를 구입하는 비용만 들었을 것이다. 투자금이 거의 들지 않은 알짜배기 사업구조였다. 여섯 시간을 일해 수백만 원을 벌지만 나가는 비용은 기껏해야 전기세 정도일 것이다. 수강생들의 불편함은 아랑곳없이 과감하게 책상을 없애고 의자를 더 놓는 전략에서 역시 사업가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고수는 젊을 때 남들이 하지 않는 방식으로 부동산을 일구고 나서 지금은 그 경험을 팔아 더 부자가 될 요량인 듯했다.


부러웠다.




학창 시절에 이렇게 공부를 했다면 서울대를 갔을 거라고?



중간에 두 번 정도의 짧은 휴식시간을 제외하고 고수와 우리들은 내내 열기에 들떠있었다. 고수는 젊은 시절의 무용담과 함께 남들은 미처 발견하지 못한 틈새를 찾아낸 자신이 자랑스러웠고 우리는 이 방법을 좀 더 빨리 알지 못한 아쉬움과 함께 이제라도 하루빨리 뭔가를 해야겠다는 절실함에 들끓었다.


나는 지금까지 경험해 본 어떤 교실도 이렇게 뜨거웠던 적이 없음을 깨달았다. 여섯 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에도 사람들은 맹렬했고 지친 기색이 없었다.


서울대를 가기 위해 공부를 한다면 이렇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돈을 위해서라면 70이 넘은 나이에도 여섯 시간 이상을 꼬박 앉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서울대는 돈 보다 절실하지 않다. 어차피 서울대도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갈 뿐이지 않은가.


서울대를 가지 않고도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면 사람들은 기꺼이 수업료를 지불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를 한다.




부동산 관련 강의가 비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고수들은 이미 산전수전을 다 겪은 사람들이고 이들은 타고난 모험심에 사업수완 자체가 좋으므로 돈이 되는 것을 한 번에 알아본다. 게다가 즉각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하면 사람들은 비싸도 구입을 한다. 수업료를 내는 대신 돈을 더 벌면 되기 때문이다.


이미 부동산 고수들은 오래전부터 이것을 알고 있었다. 경험이 쌓이고 성공을 하면 어느 순간 책을 쓰고 전문가가 되어 강의를 시작한다. 강의는 또 다른 훌륭한 머니 파이프라인이 되는 것이다. 물론 이들이 모두 선의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나는 이들의 사고방식은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겪은 고수들은 강의 내용이 다 달랐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도전정신이 남달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도전정신은 지속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도전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다분히 일회성을 띄고 있으므로 집요함이 추가되어야 비로소 남들과 다른 삶을 살게 된다. 집요함은 꾸준함을 가져오고 무언가를 꾸준하게 하면 방법이 보이는 것 같다.



이들은 집요했고 방법을 알아낸 사람들이었다.











이전 05화 부자가 되는 두 가지 방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