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 앤 스펜서와 브리티시 장미
전날의 어둠은 어디로 숨고, 나를 찬란한 빛으로 반기는 것일까?
영국의 아침은 청명하고, 화려했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오래된 건물들은 놀라울 만큼 섬세했다. 넋이 빠져서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어린 딸도 새로운 곳이 낯설지 않고 좋았는지 거리 구경을 즐기는 듯했다.
그 사이로 보이는 초록빛 나무들과 공원의 흙바닥, 그리고 가을까지 피어 있는 브리티시 장미는 런던의 상징 같았다. 영국은 ‘장미의 나라’라 불릴 만큼 곳곳에서 장미를 쉽게 볼 수 있는데, 계절이 바뀌어도 그 아름다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딸과 함께 걸으며 공원을 지나 '막스앤스펜서 (M&S, Marks&Spencer)'에 들어갔다. 매장은 깔끔하고 고급스러웠다. 알고 보니 M&S는 영국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마트로, 우리나라로 치면 백화점 식품관에서 장을 보는 느낌이다. M&S에 파는 빵냄새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맛있는 버터 빵과 잼, 간단하게 장을 보고 우리는 다시 공원에 앉았다. 런던은 어디를 가도 공원이 많아 아이와 시간을 보내기에 참 좋은 도시다.
공원에 앉아 요리조리 움직이는 딸아이를 보며 아직 얼떨떨했다. 지금 런던에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얼떨떨함 속에 앞으로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막연한 걱정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걱정과 두려움이 들어오는 순간, 전해지는 또 다른 기운을 알아차렸다. 살아갈 용기도 함께 손을 내밀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 용기를 잡을 용기가 나에게 있는지 알지 못했다. 어린 딸을 바라보며 벌써부터 그리운 부모님, 가족들, 고향이 생각났다.
화려한 런던의 아침으로 황홀했던 기분은 급격히 가라앉고, 살아갈 걱정이 눈앞으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하루 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