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를 배운 지 7년, 풋살을 시작한 지 1년 반이 되어가도록 부상 한 번 겪은 적이 없을 정도로 나는 운동을 하면서 대단히 몸을 사린다. 혹여나 공을 밟고 넘어질까 봐 무서워서 드리블도 제대로 못하고, 발목이 꺾일까 봐 테니스 치면서 방향 전환도 잘 못하고, 조금만 컨디션이 안 좋으면 오늘은 쉬어야지 하고 드러눕는 사람이 나야나. 그래서 아직도 나의 운동 실력은 똥같다. 같이 풋살하는 동료들은 돌아가면서 뇌진탕, 골절, 염좌, 디스크, 찰과상 등등 다채로운 부상들을 한 번씩은 경험하는데, 아마도 그들의 실력이 훌륭한 것은 바로 이렇게 부상을 두려워하지 않는 투혼(!) 덕분인지도 모른다(근거는 없음).
부상을 극도로 피하고 싶었던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운동하다 부상을 당하면 운동을 못 한다. 꺅. 안 될 말이지 않나. 아무리 가벼운 부상이라도 운동할 수 있는 몸으로 복귀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 그 시간 동안 아무런 운동도 못 한다고 생각하면 너무나 끔찍한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일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염병할 왜 안 다치나 했다.
감기+천식으로 며칠을 앓았다. 일주일쯤 지나 몸살 기운이 사라지자 좀 살 것 같았는데 마침 테니스 일정이 잡혀 있었다. 몸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갈까 말까 고민할 여지가 없었다. 장충테니스장은 예약자 본인이 직접 가지 않으면 코트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내가 빠지면 나머지 멤버 3명도 테니스를 칠 수 없으므로 가야 했다.
확실히 몸은 완전히 복구되지 않았다. 랠리 몇 번에 숨이 차고 어지러워서 벤치에 앉았다. 근데 이상하게 그날따라, 그게 그렇게 미안하더라(왜!왜그랬냐!). 랠리건 게임이건 네 명이서 치는데 한 명이 빠지면 상당히 곤란하다. 2:1로 치면 한 명이 너무 힘들어지고 게임 진행도 불가능하니까.
랠리 연습을 하던 멤버들이 게임을 하자고 했다. 나도 컨디션이 좀 나아진 것 같아서 합류했는데 네 번째 게임에서 나에게 찬스가 왔다! 하이 발리다! 발끝을 조금만 들어서 내려치면 될 것 같다! 정오의 햇살이 눈탱이를 강렬하게 때렸지만, 공을 때리겠다는 내 의지가 더 강했다. 뭐가 해인지 뭐가 공인지 구분이 잘 안 됐지만 하여간에 때렸다. 멤버들이 "와! 잘 들어갔다!" 하는 소리가 들렸다. 포인트를 딴 것 같다. 그리고 그와 함께 발목 인대를 내준 것 같다.
"오른발이 왜 땅에 안 닿지?" 공을 때리고 지상에 발을 딛는 순간 나는 좆됐음을 감지했다. 오른쪽 발목이 바깥쪽으로 와르륵 꺾였고 극심한 통증 때문에 발을 딛지 못하고 그대로 고꾸라져버린 것이다.
좆됐음1) 게임 이제 막 시작했는데 또 민폐다
좆됐음2) 설마 병원 가야 되는 건 아니겠지
좆됐음3) 아 존나 아프다
이런 류의 부상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나는 아하 이게 바로 인대가 좀 놀란 것!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집에 와서 보니 발목이 점점 부풀어 오른다. 풋살팀 멤버들이 입을 모아 당장 병원에 가라고 했다. 두 번째 좆됏음을 감지하며 병원에 갔고 인대 파열 진단에 2주 이상 깁스 처방을 받고 절뚝이며 집으로 돌아왔다.
12월의 모든 운동(풋살, 테니스, 피티, 러닝)을 취소하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시부럴... 결국 이렇게 된다고? 분해서 이불을 걷어차고 싶었지만 발이 아파 그럴 수 없었다. 좀 나아진 것 같았던 감기기운이 다시 올라왔다. 코를 팽팽 풀고 콜록콜록 기침을 해가며 하이발리의 순간을 떠올렸다. 그냥 잃어도 되는 포인트였잖아 이 멍청아. 그냥 뒀으면 파트너가 뒤에서 처리했을 텐데! 쓸데없는 욕심 때문에 모든 것을 잃고 말았어.
운동도 드럽게 못하는 주제에 운동을 못 하게 되었다는 게 이렇게까지 억울할 일인가 싶어 조금 웃었지만, 아무래도 이건 좀 분하다. 풋살 동료는 그래도 겨울에 다쳐서 다행이라고 했다. 날씨 좋은 봄가을에 다쳐서 운동 못 하고 집에 쳐박히면 얼마나 억울했겠냐며(아니 이 사람들아 다치는 걸 기본값으로 두고 말하지 말란 말이야). 근데 진짜 그렇다. 겨울에 다쳐서 다행이다. 여름에 다쳐서 깁스했으면 더워서 3일도 못 버텼을 것 같다. 나참... 별게 다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