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부: 영혼을 삼키는 악령

by 짱이아빠

빌리의 트레일러에서 끔찍한 진실을 마주한 그날 밤부터, 서연과 케일럽은 공포가 단순한 '사고'가 아닌, 명백한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공사 현장은 마비 상태나 다름없었다. 인부들은 흉흉한 소문에 휩쓸려 작업을 거부했고, 프랭크는 본사의 압박과 현장의 반발 사이에서 미쳐가고 있었다.


하지만 진짜 공포는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그들이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곳, 붉은 흙이 폐자재와 함께 버려졌던 '북쪽 폐기물 처리장'. 그곳에서는 밤마다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달빛조차 비치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흩어져 있던 핏빛 흙먼지들이 마치 자석에 이끌린 쇳가루처럼 스멀스멀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백 년의 분노와 원한을 머금은 흙가루들은 서로를 부르고 끌어당기며, 아주 느리게, 하지만 멈추지 않고 한 곳으로 모여들었다. 그것은 마치 대지가 스스로 상처를 봉합하려는 듯한, 혹은 거대한 무언가를 빚어내려는 듯한 불길한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것은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날 밤, 현장의 야간 경비를 맡은 것은 '제이크'라는 이름의 젊은 인부였다. 그는 이어폰으로 시끄러운 컨트리 음악을 들으며 이 지긋지긋한 현장을 빨리 벗어날 생각뿐이었다. 프랭크가 추가 수당을 두둑하게 챙겨주지 않았다면, 그는 절대 이 귀신 들린 곳에 혼자 남지 않았을 것이다.


후미진 자재 창고 구역을 순찰하던 그의 손전등 불빛이 무언가를 비췄다.


"누구야!"


쌓아둔 파이프 더미에 기대어, 한 여자가 서 있었다.


제이크는 순간 숨이 멎는 줄 알았다. 텍사스의 거친 황무지와 어울리지 않는, 마치 꿈결에서 걸어 나온 듯한 여자였다. 달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는 금발이 어깨 위로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고, 얇은 흰색 원피스는 그녀의 완벽한 실루엣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그녀는 맨발이었고, 그 발은 먼지 낀 바닥 위에서 유난히 창백하게 빛났다.


여자는 겁에 질린 듯한 푸른 눈으로 제이크를 올려다보았다.


"저... 길을 잃은 것 같아요. 제 차가... 고장 났는데, 불빛이 보여서..."


목소리는 꿀처럼 달콤하고 부드러웠다.


제이크는 완전히 넋을 잃었다. 경계심은 순식간에 무장해제되었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바보 같은 미소를 지으며 손전등 불빛을 살짝 내렸다.


"이런, 괜찮아요? 여긴 밤에 위험한데... 제가 보안관 사무실까지 태워다 드릴까요?"


"네 고마워요..."


여자가 수줍게 웃으며 그에게 한 걸음 다가왔다. 그녀에게서는 흙냄새도, 땀 냄새도 아닌, 비릿하면서도 이상하게 달콤한 향기가 났다.


"그전에... 잠깐만 저기 창고 안에 같이 가줄 수 있어요? 가방을 떨어뜨린 것 같은데... 너무 어두워서 찾을 수가 없어서요."


여자가 가리킨 곳은 자재 창고의 가장 깊숙한, 불빛 하나 없는 구석이었다. 제이크는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추가 수당보다 더 짜릿한 행운을 잡았다고 생각하며.


그는 여자를 따라 어둡고 서늘한 창고 안으로 발을 들였다.


"여기 어디쯤인데..."


여자가 혼잣말을 하며 창고 가장 안쪽에서 걸음을 멈췄다. 제이크가 손전등으로 바닥을 비추는 순간, 여자가 그의 등 뒤에서 제이크의 귀에 속삭였다.


"찾았다."


"어디... 으악!"


제이크가 뒤를 도는 순간, 그의 눈에 비친 것은 금발의 미녀가 아니었다.


여자의 매혹적이던 미소는 귀까지 찢어져 있었고, 푸른 눈동자는 텅 빈 검은 구멍으로 변해 증오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찰랑이던 금발은 뻣뻣한 흙먼지로 변해 사라졌고, 하얀 원피스는 핏빛 흙덩어리가 되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그리고 그녀의 몸이, 아니, '그것'의 몸이 비명을 지르며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아-!"


뼈가 부러지고 재배열되는 끔찍한 소리와 함께, 그것은 순식간에 2미터가 훌쩍 넘는 거대한 형상으로 변했다. 메마르고 갈라진 붉은 흙으로 이루어진 피부, 불타는 석탄 같은 두 눈, 머리에는 썩어버린 깃털이 어지럽게 꽂혀 있었다. 그것은 전설 속의 추장, '붉은 매'의 모습이었으나, 사랑과 긍지가 아닌 오직 분노와 굶주림만으로 뒤틀린 악령의 형상이었다.


제이크는 공포에 질려 소리조차 지르지 못하고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거대해진 악령의 팔이 뱀처럼 날아와 그의 몸을 움켜쥐었다.


"안... 안 돼... 살려...!"


악령은 제이크를 쥐어짜듯 들어 올렸다. 그리고 끔찍하게 찢어진 입을 벌렸다. 그것은 입이라기보다, 붉은 흙먼지가 소용돌이치는 심연의 구멍이었다.


악령은 제이크를 산 채로 뜯어먹기 시작했다.


그것은 제이크의 왼쪽 팔을 붙잡았다. 제이크가 발버둥 쳤지만, 흙으로 빚어진 손아귀의 힘은 강철보다 강했다. 악령은 어깨 관절을 붙잡고, 그대로 뒤로 꺾어버렸다. '우두둑!' 뼈가 부러지는 둔탁한 소리가 창고를 울렸다. 그리고 악령은 팔을 잡아당겼다. 제이크의 비명이 살점을 찢는 소리와 섞여 터져 나왔다. 힘줄이 끊어지고 근육이 찢겨나가는 끔찍한 소리와 함께, 왼쪽 팔이 어깻죽지에서 통째로 뜯겨 나갔다.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지만, 악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것은 뜯어낸 팔을 소용돌이치는 입속으로 던져 넣었다. 팔은 씹히는 것이 아니라, 붉은 흙더미 속으로 녹아들 듯이 흡수되었다.


"아아아악! 아악!"


악령은 고통으로 몸부림치는 제이크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굶주린 손을 뻗었다. 이번에는 오른쪽 다리를 향해서.


다음 날 아침, 발견된 것은 제이크의 피 묻은 부츠 한 짝과, 자재 창고 바닥에 흥건하게 고였다가 메말라버린 거대한 핏자국뿐이었다. 현장의 공포는 이제 단순한 '두려움'이 아닌, 죽음의 '현실'이 되어 모두를 덮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