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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은경 Dec 24. 2020

전세계약의 (수)난

요즘 하고 싶은 말이라 하면 #집#대출#전세만료#전세계약#집구하기란#답답, 이다. 집 구하는 중이다. 이번엔 뜰 것을 계획했기 때문이다. 온 정신이 이곳에 팔려 있어 쓰고 싶다는 욕구마저 잊고 살다, 오늘에야 짤막한 여유가 생겨 끄적여 본다.


https://brunch.co.kr/@supereunkyung/169


2년은 생각보다 (존나)빠르다. 얼마나 빨라야 (존나)가 나오는지 대충 알거다.

계약하고 뒤돌아선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만기다. 다시 한 번 크-게 신경 써야 하는 때가 도래한 거다. 영락없이 곤두서 있다. 이런 나를 잘못 건들이기 라도 하면 화를 입을 수 있는데, 오늘 하나가 그럴 뻔하였다. 간신히 눌러 화를 면했다. 어제는 다섯 시간을 할애해 발품 팔았다. 다행히 얼어 죽을 법한 추위는 아니었지만, 한껏 경직된 몸과 날이 선 신경에, 집에 온 나는 너덜너덜한 종이짝이 되었다. 몸과 마음이 애써야 하는 이 시기가 나는 싫다.


전세는 언제나 대란이다. 물건이 없거나, 있어도 금방 빠진다는 말만 듣는다. 더욱이 마음에 차는 전세 집이란 구하기 쉽지 않다. 월세 살아볼까, 고민도 해봤다. 전세에 비해 물량이 많기도 하고 무엇보다 보증금 떼일 염려가 몹시 덜하기 때문이다. 답을 월세에서 찾기로 해본다. 그러다 심기가 불편해 진다. 매월 지불해야 할 세가 만만치 않다. 붓고 있는 정기 적금과 맞먹거나 심지어 이기기도 한다. 어려워도 전세가 나아 대출 가능한 전세 물건을 다시금 뒤적여 본다.


굽히지 않고 전세를 고집하기로 했다. 동시에 마음고생의 연속이다.

제법 빌리고 싶은 집을 발견하니 금액이 문제고, 간신히 맞추자니 대출 한도와 금리가 걸린다. 됐다, 싶으면 될까?가 기다린다. 통과-통과-통과의 연속인데 아참, 하나 더 있다. 살고 있는 이곳의 보증금을 되받아야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몇 박을 고루 갖춰야 하는지 모른다. 호갱이 말고 최고로 합리적인 똑순이가 되고 싶어 짱구는 또 얼마나 굴렸는지 모른다. 머리까지 애써야 하는 이 시기가 나는 고단하다.


여기에도 내 힘으로 해결 가능한 일이 있고 그렇지 못한 일이 있음을 알게 된다. 할 수 없는 것은 털고,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으로 해본다.


오늘은 집 주인을 위해 대청소를 했다.

보다 솔직 하자면 “맡겨둔 전세 보증금 적시에 받기 위해” 쓸고 닦았다. 이해하기 힘든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부동산인데요. 주인 분 사정을 아는데, 당장 목돈 구하기가 힘드실 거 에요. 새로운 세입자 구하면서 그 분에게 받은 보증금을 드려야 할 거 같아요.”


돈은 쥐고 있는 자로부터 힘이 생긴다.

이자를 빌미로 은행을 앞세웠을 땐, 나에게 약간의 힘이 있었다. 적어도 선택은 나의 옵션이었기 때문이다. 그땐 그랬다. 돈이 집의 주인에게 흐르고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반드시 주어야 하는 돈임에도 되받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힘은 쥐고 있는 자에게 절로 가버렸다. 당연히 계약만료와 동시에 도로 나와 은행의 것이 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할 가능성에 심각해진다. 때문에 집 주인을 돕기로 했다. 부디 전세가 잘 나가도록, 문제없이 전세 대금 되받을 수 있도록 협조한다. 유례없는 노력으로 청소 한다. 두 손에 고무장갑 낀 나는 비장하다. 보이지 않는 곳도 보일 것 같아 구석구석 대충함이 없다. 연식이 있어 빛 광(光)이 날 집은 못되지만, 하여튼 윤기 나게 해본다.


전세살이, 사실 서럽진 않다. 서글프다, 라는 감정을 모르는 건 아닌데, 내가 느끼는 감정이 서럽다, 서글프다, 서운하다, 섭섭하다, 그런 시옷 따위는 아니라는 건 안다. 다만, 더는 못해먹겠다(이것이 서러움일까). 꿈뻑하면 오는 2년 마다 이러고 산다면, 여든에 죽는다는 가정 하에 스물네 번을 이러려니. 굉장히 번거롭다. 무엇보다 이곳에 쓰이는 정신적 고달픔에 아프다. 아아, 몹시도 갖고 싶어진다, 집이. “우리 집”이라 부를 수 있는 집을 살 것을 꿈 하나로 추가해야겠다.


*

경미에게 선물 받은 모 말롱 디퓨져를 현관에 두었다.

예비 세입자에게 이곳의 향을 남기고 싶다. 그리하여 조만간 계약이 성사되었으면 한다. 언성 없이 좋은 마음만 갖고 이사 갔으면, 하고 바라기 때문이다. 예감은 좋다. 아마 그럴 것 같은 게 오늘, 다가오는 버스를 번호도 보지 않고 맞췄다. 맞추면 다 잘 풀린다, 하고 행운을 걸었던 나다.


다가오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다 잘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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