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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은경 Sep 22. 2020

#24. 회사 밖에서 찾으려는 시도


두 번 퇴사를 감행 했다.

맘처럼 쉽지 않은 그것을 결국 실행에 옮긴 것이다.

지금과는 다른 고민으로 '이곳엔 답이 없다'는 당시 나의 결론은 모두. 회사에서 찾지 못한 답 밖에 있을 거라는 막연한 희망에서 비롯된 셈이다.


첫째는 시도에 그쳤다. 못 나갔으니까.

입사 후 한 해가 지나 나에게도 1년차 고비가 찾아왔다. 메스꺼운 회사 생활 더는 지속하고 싶지 않아졌다.


“이만하면 됐고, 더는 못하겠고, 이렇게는 살고 싶지 않고! 다른 일을 찾아보자.”


친구들이 그랬던 것처럼, 사회초년생 70%가 겪는 우울을 나도 겪고 있었다. 나가고자 한 건 그래서다.

먹고 살기는 해야 했다. 알고 있던 몇 안 되는 직업군 중 엄마가 그리 좋다던 공무원을 나 또한 되고자 한 건 그 이유였다. 그리고 운이 좋아 첫 번에 필기에 합격했다. 필기 합격자로 최종 합격인원의 2배 되지 않는 인원이 선발 되었는데, 면접에 어지간히 꼴통짓만 하지 않으면 합격각이었다. 출퇴근하며 준비한 시험이지만 사무실 누구도 알지 못했다. 은밀하고 치밀한 사원이 나였다. ‘공부해 반드시 나가겠노라.’ 다짐이 강해질수록 마음은 회사로부터 달아났다. 심지어 필기 합격자 명단에 내 이름이 실렸을 땐, 이유를 만들고 있었다. 가장 보기 좋은 모습으로 사직을 고하기 위한 변명. 하루 휴가를 내 면접을 보고 최종합격 발표만 기다리던 날. 아무리 뒤져도 명단 어디 내 이름은 없었다. 역시 보수적 집단이랑 나는 안 맞아. 불합격 통보가 아찔했던 건 다시 돌려놔야 할 마음 때문이었다. 직장인 신분 수험생으로써 불합격에도 다닐 회사가 있다는 것은 안전빵이지만, 사무실 밖으로 야금야금 달아난 내 마음은 제 멋대로 미쳐 날뛰고 있었다. 멘탈이 가출한 날의 연속이었는데, 그런 내 마음을 되돌려 놓은 건 월급이다. 닥치고 다시 출근을 했다.


이후로 서른 번도 더 넘는 월급을 받고, 그래도 둘째는 해냈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뭔데 이렇게 무거워? 말해봐.”

“회사 나가려 합니다. 공부하려고요.”

“...일단 알겠어.”


벌이가 나의 가치라고 믿던 때, 시간 당 받는 임금을 높이기 위해 고시공부를 하기로 했다. 전과 달리 학업과 생계를 병행하기엔 몸이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한 달의 인수인계 후.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남아있던 짐 모두를 들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안녕히 계세요. 잘 돼서 놀러 올게요.”


회사 밖엔 눈이 내렸다. 유독 포근하던 그 해 12월. 나의 남은 날을 축복하기 위해 마트에 들러 술 한 병과 초밥을 샀다. 평일 이른 낮 시간, 나 홀로 하는 축배다. 낮술 한 잔에 더는 모 대리로 불려 다닐 일 없다는 해방감과 무직이라는 잃어버린 소속감이 동시에 찾아 왔다. 그렇게 일년하고 반년이 지났다. 오늘도 퇴사 전에 다니던 사무실로 출근을 한다.


뭐, 그랬다.

지난 일년 반을 글로써 싣기엔 사연이 너무 길고 장황해 “사연”이라는 단 두 음절로 설명을 마치고.


두 번의 퇴사 시도와 실행. 건강을 잃기도 했다. 도전이 없었다면 앓지 않았을 병이었는지 모르지만, 그보다 얻은 게 훨 많아 후회는 없다. 그 중 하나의 배움은 여러분과도 공유하고 싶은데, 여기서 찾을 수 없는 것 밖에 있을 거라는 믿음은 온전한 착각이었다는 것. 적어도 내가 변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최근 하는 업(業)에 대한 고민과는 또 다른 이유로 했던 퇴사. 몸담고 있는 회사에 대한 불만, 그저 여기보다야 나은 직장이 있겠지라는 막연한 희망은 밖에도 없었다. 설사 최종합격자에 내가 속했을지라도, 건강한 몸으로 끝까지 시험을 쳤더라도 내가 바뀌지 않는 한 나는 또다른 밖을 꿈꾸고 있었을지 모른다. 변함없는 이곳, 오직 나만 바뀌었을 뿐인데 모든 게 달라짐을 깨달은 후에야 알게 된 사실이다.


세상의 주체는 “나”다. 따라서 나로 인해 달라지는 것이 세상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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