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자 쉬는 시간 10분 동안 먹었던 아이스크림
10분이라는 시간은 상당히 짧으면서 긴 시간인 것 같다.
고등학교 때 1교시 야간 자율학습시간이(줄여서 야자) 끝난 후 가지는 쉬는 시간 10분을 참 알차게
보냈던 기억이 난다.
학교를 다닐 때 각 시간대마다 나의 상태는 늘 유동적이었다. 아침에는 일어난 지 얼마 안 되어서 정신이
몽롱했고 점심을 먹고 난 후 낮 시간에는 항상 급식이 몸에 안 받아서 배에 가스가 차 불쾌한 기분을 느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저녁 시간에는 일부러 다이어트한다고 석식 신청을 안 하고 친구들이랑 수다를 떨면서 보냈었다.
6시에서 7시까지 저녁시간이었고 밤 7시부터 10시까지가 야자 시간이었다. 7시가 되면 그 날 야자를 감독하는
선생님들이 복도를 돌아다니며 아이들 보고 앉아서 공부하라는 목소리가 항상 들렸었다.
저녁 시간이 되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야자만 버티면 집에 갈 수 있어서 그런 걸까? 졸업한 지 10년이 되었는데도 아직까지 야자 시간 때 창문을 통해 솔솔 들어오는 그 기분 좋고 서늘한 저녁 바람의 느낌이 떠오른다.
고등학교 1학년 때는 야자 1교시가 끝난 후 아이들이랑 말뚝박기를 했었다.(혹여나 친구들이 쉬는 시간에
피곤하다고 자 버리면 같이 놀고 싶은데 그럴 수 없어서 아쉬웠다.) 그 10분이 짧고도 긴 시간이라 정말
감질나게 말뚝박기 게임을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야자 1교시 쉬는 시간이 내가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들 중 가장 좋아했던 시간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고등학교 2학년 때는 친구가 나의 다이어트 코치가 되어줘서 야자 쉬는 시간마다 운동장 가서 같이 달리기를
했었다. 지금도 놀랍기도 하다. 그 10분 안에 4층인가 5층인가 되었던 우리 반에서 1층까지 단숨에 뛰어내려 가 운동장을 얼른 한 바퀴 뛰고 다시 4층인가 5층까지 되는 교실에 오는 과정을 10분 안에 모두 클리어했기 때문이다.
그때 친구가 나의 식단까지 독하게 코치해줘서 살이 5킬로나 빠졌지만 무리를 해서일까, 다시 찌게 돼버리는 요요현상이 왔었다. 하지만 그 고등학교 2학년 겨울날, 친구랑 달리기를 하고 계단으로 거의 뛰다시피
올라가다가 창 밖에 눈 내리는 장면을 같이 본 기억이 난다. 그 소소하고도 아름다웠던 추억이 생각나는 이유는 아마도 그때 그 소중한 친구와 함께 했었기 때문인 것 같다.
고3 때도 그 친구랑 운동을 했었던 것 같은데 2학년 때처럼은 그렇게 열심히는 안 했던 것 같다. 단 생각나는
짧은 추억이 있다면 그 친구와 다른 친구들과 함께 야자 쉬는 시간에 몰래 밖에 나가 아이스크림을 다 같이
사 먹었다. 그때 난 아이스크림 비닐을 뜯고서 다 같이 짠! 하는 유치하고도, 훈훈한 그런 퍼포먼스를 하기를
원했었다. 근데 내가 이걸 제안하기도 전에 내 다이어트 코치 친구가 먼저 아이스크림을 먹어 버렸다.
순간 나의 기대감은 깨져버렸고 난 참 그때 어이없게도 그 친구에게 왜 먼저 먹냐고 짜증을 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굳이 짜증 낼 일도 아닌데 말이다. 그 친구 역시 어이없고 화난 표정으로 나를 보았던 기억이
어렴풋 난다. 다행히 싸우진 않았고 다 같이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으며 야자 2교시가 시작되기 전에
얼른 우리 반으로 올라갔었다.
지금은 가끔씩 아이스크림을 사 먹지만 건강을 위해 당이 들어간 음식은 많이 자제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문득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 진다. 내일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사 먹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