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진짜 작가가 돼 보기로 했다'란 제목의 (브런치) 매거진 연재 글입니다. 준비한 목차대로 다 쓰면 같은 제목의 브런치 북으로 묶을 겁니다. (브런치 북은 훌륭한 전자책 툴입니다.) 종이책으로 출간은 못하더라도 카카오의 의도대로 '책'의 형태로 발행할 예정이고요. 그래서 앞으로 본 매거진을 '책'으로 칭합니다. 감히 '책'이라는 단어를 쓰는 저도 쑥스러우니, 여러분께서 읽으면서 '이까짓게 뭔 책이야'란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저, 철없는 꿈을 꾸는 아저씨의 대리만족 역할극 정도로 너그러이 양해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39km까지 달리면 그동안 달린 게 아까워서라도 완주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무색할 정도로 25km 지점의 나는 당장 고통스럽고 괴로웠다. 그즈음 아버지도 서서히 지쳤는지, 처음보다 속도가 줄어들었고 어느새 내가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그 순간 완주를 결심했던 것 같다.
25km 이후부터 결승선까지 나보다는 러닝메이트를 위해 달렸다. 내가 그동안 아버지의 등을 바라보며 힘을 냈으니, 이제는 내 등을 바라보며 뛸 아버지를 생각했다. 그걸 책임감이라 부르든 끈기라 부르든, 어쨌든 러닝메이트가 없었다면 롱런은커녕 도중에 포기하지 않았을까?
- < 글쓰기의 쓸모, 손현 지음 >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