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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Jul 27. 2024

완벽하지 않은 나를 인정합니다

필요 이상으로 나를 옥죄기를 그만두었습니다

 저는 항상 좋은 사람이고 싶었습니다.

 착하고, 배려심 있고, 순수하고, 따뜻한 사람이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 무단히 애를 썼었습니다. 욱하고 성격이 올라올 것 같아도 참고, 불편하더라도 배려하고, 모두에게 친절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 했습니다. 규칙을 잘 지치는 사람이고 싶어서, 보는 사람도 차도 없어도 신호등이 초록불이 되지 않으면 건너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중학교 운동회 날에 해가 너무 뜨거웠던 날. 친구가 바르라면서 선크림을 건네줬는데 BB크림 역할도 하는 기능성 선크림이었습니다. 저는 화장을 하면 안 된다는 규칙을 어기고 싶지 않아서 그 선크림을 바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 올라서 한 달은 고생을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가 제가 세운 규칙들과, 제가 추구하는 모습들에 스스로가 숨이 막히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학생, 좋은 사람, 좋은 친구, 좋은 딸 역할을 하려고 내가 세운 기준과 판단들이 오히려 저를 옥죄고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지금 왜 그런지 생각해 보면, 저는 '남의 시선'을 너무나 신경 썼던 것 같습니다. 남들이 저를 좋은 사람으로 봐주길 바랐고, 그렇게 이야기해 주는 것을 꽤나 즐겼으니까요. 하지만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는 삶이 쉬울 리는 없죠. 그리고 좋은 사람이고 싶어서 해야 할 말도 하지 못하고, 의사를 제대로 이야기하지도 못해서 억울하고 속상한 일들도 왕왕 있었죠. 


 대학에 가고,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세상은 많고 미친놈은 많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체감했습니다. 여태까지는 친절하고 매너 좋게 굴면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었고,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 왔었는데 말도 통하지 않고, 상식 밖의 사람들을 보면서 화가 어찌나 나던지요.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할 때에는 어떻게든 남을 등쳐먹으려는 사람들과 은근한 인종차별, 저에게 자기 강 근처에 집이 있다며 사귀자는 할아버지까지 만났었습니다. 많은 일들이 있으면서 생각이 많이 깨졌습니다. 


 저는 그중에 가장 큰 전환점이 된 것은 호주에서의 생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거기에서 드디어 교회에서 그렇게나 들어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저 역시 '죄인'이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저도 사람들과 부딪히니, 사람들을 싫어하게 되고, 몸과 마음이 바빠서 다른 사람들을 챙기는 것을 잊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잔뜩 약이 오르기도 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니 그 주변에 있는 사람을 남몰래 시기하고 미워하기도 했죠. 여태껏 좋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서 살았어서 그렇지 저도 그냥 '사람'이었던 겁니다. 10대 때, 대부분 가지고 있는 나는 특별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깨지는 순간이었죠. 


 놀랍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자유함도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마음도 편안해졌어요.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어느 날은 잘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 역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제가 저의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고 받아들이는 순간, 다른 사람들을 흑과 백을 나누는 것처럼 판단하던 잣대도 거두어들이게 되었습니다. 그것 하면 '돼', '안돼'. 저 애는 '좋은 학생', '나쁜 학생'이야. 같은 판단에서 벗어나게 되었고,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세상은 흑과 백보다는 미묘한 회색 지대의 일들이 많으니까요. 


 그냥 내가 하는 실수와 내가 못난 던 시기가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것. 그리고 그럼에도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 나 또한, 다른 사람들을 바라볼 때 평가하기보다는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하고 그대로 바라보려고 하는 것. 이렇게 변화한 것이야 말로 저의 또 다른 성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직도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또 여전히 저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좋은 사람이 되고 성숙한 사람이 되는 것이 남들의 평가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압니다. 그러니, 억울하고 분하더라도 본질에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남들의 평가에서 조금 더 자유로우려고 노력합니다. 타인을 대할 때에도, 내가 좋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다는 욕망에 해야 할 말도 하지 않는 상태에서 벗어나서 필요한 말이나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또, 어떠한 실수나 행동들은 그냥 겸허히 받아주고 이해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필요이상으로 나를 옥죄는 것들에서 벗어나서,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같이 노력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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