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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hgooni Sep 07. 2019

불편러가 불편한 이유

불평만 하지 말고 대안을 얘기해

임홍택 작가의 '90년대생이 온다'라는 책에는 90년대 생의 특징 중의 하나로 부당함과 비합리적인 상황에 과감히 이슈를 제기한다는 것을 꼽는다.  


이슈 제기를 통해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그들의 특징을 말하는 것이다.  


그들은 문제가 있을 때 주저하지 않고 그들의 의견을 솔직하게 말한다.


그동안 모두가 말하기 어려워 꺼려하고 있던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냄으로써 공론화한다.  


공론화된 문제를 함께 해결하면 좋겠지만 문제 제기한 사람들을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이 왠지 모르게 불편하다.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을 향해 '불편러'라고 부르며 불편러들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불평만 하지 말고 대안을 얘기해. 너는 왜 매사에 불평만 하니?"


불평하지 말라고 말하면서 문제를 제기한 사람에게 대안이 없다고 불평을 한다.  


부당함과 비합리적인 상황을 바꿔보려고 하는 그들의 열정을 불평이라는 단어로 한 번에 무시해버리고 대안을 제시하라고 책임을 떠넘기며 강요한다.   


대안이 없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잘못된 것일까?  


문제를 제시한 사람이 꼭 대안까지 얘기해야 하는 것일까?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문제를 제시한 사람에게 면박을 주며 대안을 강요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첫째, 그 비합리적인 상황과 부당함을 자기 자신이 만들었거나 일부를 기여했기 때문에 자신이 공격받는다고 느낀다.  


그들의 입장에서 공격을 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방어를 해야 하는데 마땅히 방어할 말이 없다.


그러다 생각해낸 방어 수단으로 대안이 없으면 더 이상 문제제기를 하지 말라며 압박하는 것이다.  


두 번째 특징은 자신도 그 비합리적인 상황과 부당함을 인정하고 느끼고 있지만 자신이 해결할 능력이 없음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나는 해결할 능력이 없는데 능력이 없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나의 능력 없음이 드러나기 전에 문제를 제시한 당사자에게 다시 돌려 직접 답을 찾아내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 또는 ‘방귀 뀐 사람이 성낸다’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만들어진 속담이 아닐까?  


이유야 어떻든 제시한 문제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고 대안을 얘기하라는 것은 상대방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임과 동시에 자신의 무능력함을 드러내는 말이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그 말을 한 당사자는 그 말을 한 후 문제 제기한 사람이 아무 말도 못 하는 것을 보며 자신이 뭔가 대단한 것을 한 것 마냥 자랑스러워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대안까지 제시하면 좋겠지만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대안까지 제시해야 할 이유는 없다.


문제를 잘 찾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문제 해결방법을 잘 제시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문제를 찾고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보기 의견을 모으고 회의를 하는 것이다.


해결책을 잘 제시하는 사람도 그것이 그 사람의 능력인 것처럼 비합리적 상황, 부당함 등 문제에 민감해서 그것들을 잘 발견하는 것 또한 그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 중 하나인 것이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잘 생각하지 않는 문제를 제기했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그 구성원 모두가 해야 할 일이다.  


그 구성원 모두가 해야 할 일의 책임은 그곳의 리더에게 있다. 리더 자신이 직접 문제를 해결하거나, 리더가 책임을 지고 회의를 통해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내거나, 그것도 아니면 문제를 해결해 낼 수 있는 사람을 찾아가서 해결해달라고 요청을 해야 하는 것이다.


대안까지 얘기하라고 말한 사람이 리더가 아니라면 모르겠지만 리더가 그런 말을 하고 있다면 '내가 왜 다른 팀원들보다 월급을 많이 받고 있을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불평만 하지 말고 대안을 말하라고 얘기한다면 그 조직에서는 사람들이 대안이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하려고 하지 않고 입을 닫을 것이다.


어차피 말해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누가 욕먹어가면서 얘기하겠는가?


그런 조직에서는 아무리 문제가 많아도 리더가 문제를 인식하기 어려울 수 있다.


문제가 곳곳에 숨어있는데 문제가 있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을 때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것은 리더 자신이다.


그 리더는 언젠가 그것에 대해서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


문제를 얘기하는 사람에게 불만을 얘기하지 말라고 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문제를 당신의 시선에서 정확하게 알려줘서 고맙다고 얘기를 해야 한다.  


그 문제를 자신이 해결할 수 없다면 솔직하게 얘기하고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문제를 회피하려 하거나 대안을 찾아오라고 책임을 떠넘기는 리더는 리더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이다.  


"불평만 하지 말고 대안을 얘기해. 너는 왜 매사에 불평만 하고 그러니?"


라고 말하기보다는


"제가 잘 알지 못하고 있는 문제를 정확하게 알려줘서 고맙습니다. 지금 당장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그러는데 우리 함께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각을 한번 모아볼까요?’"


라고 말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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