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일상에서의 제어

by Ohgooni

앞서 설명한 제어라는 말이 여전히 어렵게 느껴지고 거리감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는 살면서 기계 또는 사람 등 많은 것들을 제어하려고 하고, 제어하고 있으며, 때로는 누군가에게 제어당하기도 하고 제어당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살아가기도 한다.


살면서 내가 제어한다는 것, 또는 누군가에 의해 제어된다는 것을 의식하지 않지만 조금만 의식해보면 제어라는 것이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일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직까지 의식해보지 않아서 제어가 우리의 일상이라는 것이 잘 와 닿지 않는다면, 우리 일상 속에서 흔히 벌어지는 아래와 같은 일들을 되짚어보면서 조금씩 제어를 의식해보자.




아침에 잠에서 깨면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세운다. 일어나는 동작은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상체를 바닥과 수직에 가까운 각도로 만들기 위해 팔과 몸의 근육들을 사용한다.


바닥과 수직에 가까운 앉아있기 적당한 각도가 되면 이내 안정한 자세가 되어 바닥에 손을 짚지 않아도 편하게 앉아있을 수 있다.


매일 아침 의식하지 않지만, 우리는 일어나 앉기 위해 상체의 각도를 적정 각도로 유지하기 위해 근육들을 제어하고 있다.




잠을 깨기 위해 욕실로 향한다.


욕실을 지나쳐 현관으로 갈 수도 있고 덜 가서 거실로 갈 수도 있지만 씻는 것이 목적이므로 정확하게 욕실을 찾아간다.


욕실에 들어갈 때도 욕실 문 양 옆에 부딪힐 수도 있지만, 잠결에 눈을 감고 가는 것이 아닌 이상 우리는 문에 부딪히지 않고 안전하게 욕실로 들어갈 수 있다.


우리는 의식하지 않지만 욕실로 갈 때의 방향, 속도, 등을 제어하여 안전하게 욕실 문을 통과할 수 있다.




욕실에 가면 양치질을 먼저 한다.


오른손에는 이미 칫솔이 쥐어져 있고 왼손에는 치약을 들고 있다.


가운데손가락, 약손가락 그리고 새끼손가락으로 칫솔을 가볍게 쥔 채 엄지와 검지로 왼손에 있는 치약 뚜껑을 연다.


치약 뚜껑은 자연스럽게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잡고 있으며 오른손에 있는 칫솔의 칫솔모와 치약입구가 만날 수 있도록 거리를 좁힌다. 치약입구가 칫솔모 바로 위에 도착하면 치약몸통을 눌러 치약이 칫솔모에 올려지기 시작하고 올려진 치약이 1cm정도가 되면 왼손의 힘을 빼서 치약 짜기를 멈춘다.


우리는 특별히 의식하지 않고 있지만 칫솔모 위에 치약이 정확하게 안착할 수 있도록 위치를 제어하며, 치약 몸통을 누르는 힘을 조절하여 치약이 적당량이 나올 수 있도록 제어한다.


아침 짧은 시간 동안에 벌어지는 일들 몇 가지 예를 들었을 뿐인데 우리가 행동하는 모든 것들이 의식하지 못하고 있던 제어를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는 이렇게 우리의 몸을 제어하며 매일을 살고 있다.




이번에는 내가 다른 것에 의해 제어되는 것의 예를 들어보자.


아침에 출근 준비를 다 하고 집을 나섰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서는 횡단보도를 건너가야 한다.


안 그래도 집에서 늦게나와 시간이 부족한데 횡단보도의 빨간 신호등은 오늘따라 더 오랫동안 켜져 있는 것만 같다.


1분 남짓 기다리자 횡단보도 신호가 녹색으로 바뀌고 빠른 걸음으로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매일 아침 나는 의식하지 않지만 신호등에 의해 제어되고 있었다.


나는 가고 싶었지만, 빨간 신호등이 내 걸음을 멈춰 세운 것이다. 물론 빨간 신호등을 무시하고 갈 수도 있었지만, 안전을 위해 나는 제어되고 있었다.


집에서 조금 늦게 나오긴 했지만 지하철이 원래 시간보다 조금 늦게 온 덕분에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다행히 늦지 않고 회사에 무사히 도착했다.


회사에 도착해서 컴퓨터를 켜놓고 잠시 멍 때리다 정신을 차리고 어제 마무리 못한 일을 시작한다.


얼마쯤 지났을까 김 과장님이 캡슐커피 두 개를 들고 내 자리로 오셔서 커피나 한잔 하자고 하신다.


잠도 깨고 정신도 차릴 겸 과장님을 따라 휴게실로 향했다.


과장님이 커피머신에 캡슐을 넣고 추출 버튼을 눌렀지만 커피머신의 반응이 없다.


"물이 없네?"


과장님이 나를 위해 내 캡슐 커피도 들고 오셨으니 나는 기꺼이 커피머신의 물통을 빼서 정수기 물을 담아왔다.


물통을 다시 연결하고 추출 버튼을 누르자 향긋한 커피 내음이 휴게실에 가득 찬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커피를 먹고 싶은 마음이 있긴 했지만…) 과장님에게 이끌려 휴게실로 향했다.


휴게실로 올 때만 해도 커피머신에 물을 채워 넣을 것을 생각하지 않았지만, 과장님과 나를 위해 커피머신의 물을 채워 넣었다.


커피를 한 모금 두 모금 마시자 과장님이 입을 열었다.


"오늘 팀장님이 나보고 외근을 다녀오라고 하는데 거래처에서 오전 중에 급하게 우리 제품 관련 자료를 보내달라고 하네.. 커피만 마시고 바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서 내가 자료를 작성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혹시 자료 작성해서 오전 중에 거래처에 보내줄 수 있을까?"


김 과장님 일을 내가 대신해준다고 해서 내일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서 내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이런 상황에서 안된다고 할 수 없어 "네 제가 해서 보낼게요"라고 대답해버렸다.


그 대답의 결과로 나는 지금 내일을 그대로 쌓아두고 거래처에 보낼 (과장님이 작성했어야 하는) 자료를 작성하고 있다.


과장님과 커피타임의 짧은 대화(?) 후 나는 계획에 없던 자료를 작성한다.


내가 계획했던 것도 아니고 내가 기꺼이 하려고 한 것도 아니지만 결국 나는 과장님이 원하던 대로 과장님에게 제어되었다.




위에서 살펴본 예들은 우리가 살면서 크게 의식하지 않았던 제어의 사례이다.


제어는 이렇듯 우리 일상생활에서 흔히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단지, 제어하거나 제어당하는 것을 의식하지 않았을 뿐……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제어에 대해 좀 더 잘 알 수 있다면, 나를 잘 제어하여 목표한 것을 잘 달성함으로써 성장하고 더 큰 것을 꿈꿀 수 있다.


타인을 잘 제어할 수 있다면, 타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나와 우리의 성장을 기대해볼 수도 있다.


우리의 성장을 위해 제어와 좀 더 친해질 수 있도록 지금부터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제어에 대해 의식해보려고 한다.


(앞에서 살펴보긴 했지만 다시 한번...) 제어란 무엇인가?


(제어의 사전적 의미가 궁금하신 분은 앞 페이지로 잠시 다녀오셔도 된다. )


다음장부터는 본격적으로 제어를 의식해보도록 한다.


01 - 피드백이란 무엇일까?

02 - 피드백의 목적

03 - 일상에서의 제어

04 -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환경 = 제어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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