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곰, 붉은여우
떡갈나무 23번지에 사는 토끼 조조의 집 앞은 꽤나 넓은 풀밭이 이어지고 양옆으로 길이 나 있어 동쪽으로 가면 파란 곰의 집이 나왔고 서쪽으로 가면 붉은여우의 집이 나왔어.
조조, 푸른 곰, 붉은여우는 나이가 비슷한 친구야. 푸른 곰에 비해 붉은여우는 차분했고 붉은여우에 비해 푸른 곰은 장난기가 많았어. 푸른 곰에 비해 조조는 하늘을 많이 봤고 조조에 비해 붉은여우는 비밀이 많았어.
곰바위 언덕은 이 세 친구의 놀이터였어. 심심할 때 놀이터가 되어 주고 산책길의 끝이 되기도 하고 만남의 장소가 되어주고 마을 이곳저곳이 보이는 신비한 곳이었어. 더욱 놀라운 것은 언덕 아래로 폭포가 있어서 아래에서 곰바위 언덕을 바라보면 시가 떠오를 만큼 놀라운 모습이라는 거지.
조조는 이런 곳에서 자랐어.
무더위가 시작되는 계절이야. 점심 무렵에 조조는 곰바위 언덕 아래에서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를 보고 있었어. 간식으로 가져온 냉이를 우물우물 씹으며 폭포 소리를 듣고 있는데 누군가 뒤에서 왁! 하며 조조의 어깨를 잡았어. 돌아보는 조조의 눈앞에 푸른 곰이 싱글싱글 웃는 얼굴로 조조를 보고 있었어. 놀랐지, 조조! 조조는 잘 놀라는 토끼야. 아까부터 조조를 보고 있었는데 말이야. 조조가 냉이를 씹을 때 양 볼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어. 자세히 보고 싶어서 가까이 다가 가는데도 조조는 하늘만 바라보고 있더라? 그런데 조조, 냉이는 무슨 맛이야?
푸른 곰이 쉴 틈 없이 말하는 동안에도 조조는 하늘 생각을 했어. 푸른 곰이 하는 말을 듣고 있었지만 동시에 다른 생각도 할 수 있었어. 그러는 사이 붉은여우가 풀 밟는 소리도 내지 않고 걸어왔어.
붉은여우가 다가오는 걸 보고 푸른 곰은 말을 멈추었어.
붉은여우가 이야기했어.
어제, 집에 시계를 파는 생쥐 씨가 찾아왔어. 시계를 파는 일은 생쥐 씨의 세 번째 직업이야. 생쥐 씨는 등에 네 번째 딸을 업고 있었어. 꺼내놓은 시계는 나무 무늬에 여러 가지 색깔로 색칠이 되어 있었어. 시계 한 개는 작은 바늘이 10, 긴 바늘이 12에 멈추어 있었고 다른 한 개의 시계는 작은 바늘이 7, 긴 바늘이 3을 가리키고 있었어. 생쥐 씨는 전에도 직접 만든 자전거를 팔았는데 앞바퀴는 언제나 동쪽으로 가려했고, 뒷바퀴는 언제나 남쪽으로 가려고 했어. 생쥐 씨의 물건은 꼭 사게 돼. 어제도 망설이다 결국 작은 바늘이 7, 긴 바늘이 3을 가리키고 있는 시계를 샀어. 생쥐 씨와 물건 가격을 흥정하다 배가 고파져서 함께 식사를 했어. 매실 수프에 산딸기 빵을 찍어 먹었어. 생쥐 씨의 네 번째 딸도 매실 수프를 홀짝거리며 잘 먹었어. 생쥐 씨를 배웅하고 시계를 자세히 들여다봤어. 이 시계는 아침에 일어날 때와 저녁 약속이 있을 때 써야겠다고 생각했어.
붉은여우의 이야기가 끝난 것 같았어. 기다렸다는 듯이 푸른 곰이 잊지도 않고 조조에게 냉이 맛을 물어봤어.
조조는 신선한 아침에 마시는 시냇물 맛이 나고 이 사이에 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대답했어.
그밖에도 조조와 푸른 곰, 붉은여우는 기억에 남지 않을 여러 말을 주고받았어.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이 차갑다고 느껴질 때쯤, 푸른 곰이 먼저 동쪽을 향해 돌아갔어. 붉은여우가 서쪽을 향해 돌아갔고 조조가 떡갈나무 23번지를 향해 돌아갔어. 조조는 집으로 돌아가며 생각했어.
푸른 곰에게 냉이 맛을 자세히 설명해 줄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