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게 작게 태어난 한 아기가 있었다. 아기는 자라는 내내 누구보다 작았다. 단 한번, 아홉 살 무렵 또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듯 보였으나 그때가 절정이자 마지막이었음을 곧 알게 되었다. 작은 사람은 눈에 띄게 작은 키로 인해 마음이 아팠다. 가슴이 찢어질 듯 상처를 입고 숨으려 했다. 바다동굴이나 높은 탑, 지하, 고래의 뱃속, 아무도 모르는 숨겨진 땅, 땅굴, 깊은 숲, 머나먼 곳으로 가려했지만 이미 가득 차 자리가 없었다. 작은 사람에게 피난처는 없었다. 다른 사람보다 일찍 태어났더라면 자신이 먼저 숨을 수 있었을 텐데 비통했다. 신에게 찾아갔다. 왜 내 자리는 없나요? 신이 말했으나 신의 음성은 작은 사람의 귀로 듣기에 주파수가 맞지 않았다. 높낮이를 가늠할 수 없는 음역대는 작은 사람의 작은 고막을 괴롭게만 했다. 작은 사람은 대답을 듣기 위해 주파수 연구에 몰두했다. 허리가 휘고 손끝이 닳고 머리카락의 1/3이 빠진 후, 신의 음역대를 들을 수 있는 주파수 연구가 완성되었다. 장비를 귀에 꽂고 신을 찾아가 질문했다. 나의 피난처는 어디인가요? 신이 알려 준 장소에 찾아갔다. 이미 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 이 사람에게 사정 이야기를 했다. 그 사람이 말하길 '신의 음성은 주파수로 들을 수 없어요.' 작은 사람은 거의 모든 힘을 바친 주파수 연구에 허무함을 느꼈다. 목숨조차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손에 든 물약으로 인생을 끝내려 하는 순간 소리가 들렸다. 귀에 꽂고 있던 장비를 통해 새들의 이야기가 흘러 들어왔다. 작은 사람은 새들의 이야기를 종이 위에 받아 적었다. 노래는 음표로 나타냈고 대화는 글자로 썼다. 셀 수없이 많은 새들의 둥지가 작은 사람의 자리가 되었다.